▲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는 공개 32일 만인 6월 19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 캡쳐
에스파의 성공은 어디에서 왔을까. 모두가 이야기하는 세계관, SMP(SM 뮤직 퍼포먼스의 줄임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가 펼쳐 보인 SM 컬처 유니버스는 단순한 스토리보드가 아니다. 27년 회사의 역사와 셀 수 없이 많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아울러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비전이다. 초능력자 콘셉트의 엑소, 무한 순환을 콘셉트로 삼은 NCT의 실험을 거쳐 SM이 최종 정립한 세계관이 바로 에스파와 '광야'다.
에스파의 메인 프로듀서는 이수만, 수수께끼 같은 암호와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처럼 저돌적인 가사를 쓰는 이는 유영진 이사다. '넥스트 레벨'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의 동명 수록곡에서 영감을 얻은 이수만 프로듀서가 가져온 원곡에 유영진 이사의 손길이 더해지며 20여 년 전 신화, 보아, 동방신기가 수행했던 어둡고 비장한 SMP의 부활을 선언했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라'부터 시작되는 급격한 파트 전환이 유영진의 솜씨다.
지난 달 29일 SM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플랜과 비전을 제시한 행사 SM 콩그레스 2021(Congress 2021)에서 '광야'의 세계관을 압축하여 제시했다. 영상 가운데 보아의 'ID; Peace B' 뮤직비디오 속 작은 씨앗은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로 이어진다.
K팝의 열렬한 팬이 아니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이름과 노래를 닮은 '넥스트 레벨'은 낯설지만 흥미롭게, 나아가 익숙하게까지도 들린다. 최근 샤이니, 엑소, 슈퍼엠, NCT 등의 작품에서 SMP 스타일이 차츰 돌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영진의 음악에 심장이 반응한다'는 모 네티즌의 반응은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SM의 '핑크 블러드'가 흐르는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SM은 SMCU를 소개하는 10분가량의 오리지널 영상을 통해 콘텐츠의 이해를 돕고, 퍼포먼스 스테이지와 뮤직비디오에서는 입체적인 카메라 워킹과 가상 아바타 ‘아이(ae)’ 멤버들을 통해 에스파의 다채로운 소비를 돕는다.
에스파 유튜브 채널 캡쳐
물론 K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소속사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넥스트 레벨'이 대중에게 환영받은 핵심 요소가 여기에 있다. 에스파 멤버들은 SM이 요구한 세계관과 설정에 완벽 적응해 맡은 바 임무를 100% 수행하며 새로운 창작의 요소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SM은 SMCU를 소개하는 10분 가량의 오리지널 영상을 통해 콘텐츠의 이해를 돕고, 퍼포먼스 스테이지와 뮤직비디오에서는 입체적인 카메라 워킹과 가상 아바타 '아이(ae)' 멤버들을 통해 다채로운 소비를 돕는다.
독특한 보컬 톤으로 '유영진의 딸'로 불리는 윈터의 노래에 대중은 SMP의 역사를 훑어 과거 노래와의 '싱크(SYNK)'를 발굴하고 유영진 이사의 스타일을 분석한다. '광야 대스타가 꿈', '우리는 8인조 걸그룹'이라 이야기하는 지젤의 '세계관 교육'도 흥미롭다. 지속적으로 친근한 소통을 진행하는 이수만 프로듀서와 멤버들의 '케미'도 흥미 요소다.
디귿(ㄷ) 자로 팔을 꺾는 '넥스트 레벨' 안무는 최고의 화제. SM 소속 아티스트 태연, 샤이니 키, 슬기 등의 커버와 더불어 틱톡(TikTok) 챌린지에 수많은 일반인들의 참여를 부르며 '넥스트 레벨'의 인기를 부채질한다. 특히 베타 테스트 중인 유튜브의 숏 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쇼츠'를 통해 수 없이 많은 2차 창작물이 공개됐다. 압축된 내용으로 적게는 수십만부터 많게는 수백만까지 조회수를 기록하는 효자 플랫폼이다.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서 손목을 디귿(ㄷ)자로 꺾는 '디귿춤'은 SM 소속 아티스트 태연의 커버와 더불어 숱한 2차 창작으로 화제의 춤이 됐다.
에스파 틱톡 캡쳐
처음 '넥스트 레벨'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SM의 핵심 요소들을 대거 동원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노래에 마니아들은 곧바로 환호했지만, 난해한 요소로 받아들이거나 '너무 SM스럽다'는 반감도 존재했다. 대중의 수요에 맞춰 나아가는 대신 대중을 선도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동시에 콘텐츠 면에서는 비타협적일지라도 소통과 2차 창작에서는 문을 활짝 열었다. '디귿 춤' 등 다양한 2차 창작의 요소를 통해 음악 팬들의 기억 속 한편에 존재하는 '슴덕(SM 마니아) 본능'을 일깨웠다. 소속사의 정수, 27년의 역사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에스파는 순조롭게 SM의 '넥스트 레벨'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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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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