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기념 촬영하는 파울루 벤투(왼쪽) A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김학범호도 어느덧 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명단을 통하여 사실상 최정예멤버의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학범 감독은 6월 평가전을 통해 와일드카드(24세 이상) 3인을 비롯하여 올림픽 본선에 나설 최종 18명의 명단을 추려야한다.
김학범호 역시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이후 코로나19로 인하여 장기간 손발을 맞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번 소집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정예 멤버가 모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도쿄에서 2012 런던 대회의 홍명보호(동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올림픽 대표팀은 온두라스(북중미카리브해) 뉴질랜드(오세아니아) 루마니아(유럽)와 같은 B조에 포함되어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기대가 높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양 대표팀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모두 원하는 선수 선발이 일정 부분 겹칠 수밖에 없는데 각자 최정예 멤버를 필요로 하는 사정과 논리가 있다.
벤투호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인 월드컵 최종예선을 확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고, 김학범호는 어찌됐든 평가전이다. 가뜩이나 지난 한일전 참패로 벤투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등한 가운데 이번에도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굳이 선수선발의 경중을 가린다면 최상위 대표팀인 A팀이 우선권을 가지는 게 사실이고, 어떤 선수를 선발하느냐는 사령탑인 벤투 감독의 고유 권한이 맞다.
반면 김학범호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최종명단 확정 전까지 선수를 점검할 기회가 더 이상 없고 연령제한이 없이 다양한 인재를 가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은 A팀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팀 감독이 선수 차출 문제에 있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대표팀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하다.
양쪽의 입장 모두 이해는 가지만, 이번에는 명분과 시점 모두 올림픽대표팀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벤투 감독이 활동해 온 유럽 축구계에서는 올림픽에 큰 비중을 두지 않지만, 한국축구에 있어서는 올림픽에 월드컵 못지 않게 중요한 대회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 최상의 조편성 등 모든 면에서 이런 기회가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하여 대표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A팀과 올림픽팀 모두 마찬가지지만, 선수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부족했던 것은 아무래도 김학범호였다. 더구나 벤투호는 아직 2차 예선이고 한 수 아래의 약체들을 홈에서 상대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면, 김학범호는 본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A대표팀이 굳이 연령별 대표까지 데려가야만 하는 타당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3월 한일전 당시 이동준, 이동경(이상 울산),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강인(발렌시아) 올림픽팀 주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 상당수가 A대표팀에 포함됐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한일전이란 중요성을 고려하여 협회와 김학범 감독도 A대표팀의 선발 우선권을 존중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중용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고 경기내용과 결과도 모두 좋지 않았다. 당장 A대표팀에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멤버들이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김학범호는 그렇지않다.
만일 벤투 감독이 지난 한일전의 참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선수 차출문제에 고집을 부린다면 오히려 더 큰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이 한일전 이후 비판을 받았던 것은 단지 경기 결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이 한국축구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지난 몇 년간 선수선발과 축구철학, 소통의 부재 등 대표팀 운영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불만이 누적되어 터진 결과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한국축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비전보다는 자신의 커리어 관리와 축구 철학을 증명하는 데만 열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 선발과 전술이 감독의 고유권한인 것은 맞지만, 대표팀은 결코 벤투 감독 혼자서 독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조직이 아니기에 절차와 협의를 통한 상생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협회의 중재와 관리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한일전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선수선발 문제에서 삐걱대는 모습을 드러낸다면 양팀 모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벤투 감독은 또다시 한국 축구를 존중하지 않는 '불통' 이미지가 굳어지며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김학범호는 올림픽 준비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협회는 자신들이 데려온 외국인 감독을 제대로 설득하거나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된다. 월드컵 예선과 올림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A팀과 올림픽팀 모두 결국은 한국축구라는 틀 안에서 '원팀'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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