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입학 스캔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릭 싱어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기 행각을 벌였던 걸까. 제아무리 인맥이 엄청나다고 해도, 뇌물을 먹여 구워삶았다고 해도, 정작 입학할 아이들의 성적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고 무엇 하나 특기도 없는데 말이다. 이 지점에서 릭 싱어의 장기(?)가 빛을 발한다. 사실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행각인데, 그래서 오히려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는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답안지를 바꿔치기 하기도 했다. 이에 선행된 수법이 있는데,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에게 학습 장애가 있다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하여 따로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시험 시간을 연장하게 한다. 릭 싱어와 함께 체포된 이 사기 행각의 '브레인' 마크 리들이 대리시험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를 나온 수재로, 릭 싱어와 함께 대리시험의 점수까지 치밀하게 조작했다.
또 다른, 기막힌 부정 입학 방법이 있다. 자못 웃기기 짝이 없는데, 체육특기생 전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신체 조건을 조작하는 건 당연하고,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하기도 했다. 운동의 '운' 자도 모르는 아이가 미국 최고 명문대 운동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하는 보고도 믿기 힘들고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은 관계자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명문대 운동부 감독 또는 코치에게 뇌물을 안기고, 그들이 상부에 릭 싱어가 부탁한 학생을 추천하는 형식이었다. 릭 싱어는 당연히 입을 다물 테고, 감독 또는 코치도 당연히 입을 다물 것이며,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은 전말을 알 도리가 없고 대학교 측에서도 알기 힘들었다.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일 릭 싱어의 초대형 부정 입학 스캔들 사건을 보고 있자면, 누가 가장 큰 피해자일까란 의문이 떠오른다. 표면적으론 대학교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문대만을 쫓는 사회 분위기에 대학들의 잘못은 없는가.
소위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들은 매년 미국 내 최고 대학 순위 그리고 전 세계 최고 대학 순위에서 빠짐없이 상위권을 자치한다. 학생들, 부모들은 너나 없이 명문대를 들어가고 싶어 한다. 사회도, 시대도 원하는 그곳에 들어가면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다수는 인생이 피니까.
물론 모든 명문대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은 절대 아니다. 그 어떤 대학보다 출중한 역사와 전통과 실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거기에 속했던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내세워 자기네들이 세상을 만들고 이끌고 정립하는 유일한 '정답'인양 풍토와 문화를 조장한다는 사실이다. 시대의 가치나 요구에 따라 어느 면에서는 그들 명문대보다 훨씬 '좋은' 또는 '올바른' 대학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릭 싱어를 비롯한 일당과 더불어 이 스캔들의 핵심일 부모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걸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려 했던 건, 그게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일 테다. 그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시간이 해결해 줄 테고, 자식들은 명문대에 입학해 역시 시간이 흐르면 누구보다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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