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kt 위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양형석
최근 지도자들이 다승이나 평균자책점, 탈삼진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바로 이닝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는 감독의 투수운용과 불펜 투수들의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집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07.2이닝)을 소화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겉으로 보이는 성적(15승8패 평균자책점4.33)보다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2019년 13승 10패 3.62의 성적으로 라울 알칸타라(한신)를 제치고 kt와 재계약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는 작년 10승 8패 4.1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옛 동료 알칸타라와 맞대결을 벌여 8이닝1실점 호투로 kt를 탈락위기에서 구해내며 다시 한 번 kt에 잔류하게 됐다. 이강철 감독과 kt팬들은 올 시즌 쿠에바스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루키 시즌 이닝 관리를 받으면서도 토종 투수 최다승(13승)을 기록했던 소형준은 올 시즌 당당히 kt의 토종 에이스로 마운드를 이끌 예정이다. 소형준은 이제 kt뿐 아니라 한국야구 전체가 주목하는 미래의 에이스다. 여기에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실력을 인정 받은 배제성과 병역의무를 마친 후 곧바로 kt의 선발진에 포함된 고영표가 10개 구단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대은의 난조로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았음에도 데뷔 후 가장 많은 21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은 올해도 kt의 뒷문을 지킬 1순위 후보다. 게다가 김재윤의 앞에는 작년 홀드왕 타이틀을 따낸 리그 최고의 셋업맨 주권이 버티고 있다. 주권은 지난 2년 연속 70이닝 이상과 25개 이상의 홀드,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유일한 불펜투수로 김재윤이 흔들릴 경우 언제든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작년에 양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kt 불펜은 올해 선수층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의 김민수와 유원상, 이보근, 하준호, 전유수에 좌완 심재민도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롯데 자이언츠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롱릴리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박시영을 영입했고 작년 11월에는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우완 안영명까지 데려왔다. 이제 kt에서 '투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타선] 로하스 없지만 성장하는 '천재' 강백호가 있다
지난 4년 동안 kt의 성장은 빅리그 경험 없이 한국땅을 밟은 미완의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성장 스토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한 마리 야생마 같았던 로하스가 골든글러브 외야수로, 그리고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동안 최하위 kt 역시 야금야금 순위를 끌어 올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kt와 함께 성장한 로하스는 올해부터 kt위즈파크가 아닌 한신 고시엔 구장을 누빈다.
kt는 로하스가 빠져 나간 자리에 로하스와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스위치히터 외야수 조일로 알몬테를 총액 77만 달러(연봉52만+인센티브 최대 25만)에 영입했다. 빅리그 경력은 2년 동안 47경기 출전이 전부지만 2018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타율 .321 15홈런 77타점 56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kt는 아시아 야구 경험이 있는 알몬테가 일본으로 떠난 로하스의 자리를 대신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루키 시즌 고졸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 작성, 2년 차 시즌 타율 리그 5위(.336), 3년 차 시즌 프로 데뷔 후 첫 골든글러브 수상. 강백호의 발전속도를 보면 그와 이름이 같은 만화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올해는 30홈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그가 올 시즌에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생애 첫 억대 연봉을 받게 된 조용호(1억3000만 원)는 올 시즌을 통해 작년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조용호는 신장 170cm에 불과할 정도로 체격도 작고 통산 홈런이 1개도 없을 정도로 파워도 약하지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그리고 뛰어난 선구안을 통해 kt의 리드오프 자리를 차지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좌익수 수비 역시 출전 경기가 늘어나면서 점점 안정을 찾고 있다.
kt의 핫코너를 지키고 있는 '머신' 황재균은 올 시즌이 끝나면 2018 시즌을 앞두고 kt와 맺었던 4년 88억 원의 FA계약기간이 끝난다. 올 시즌이 끝나도 만으로 34세에 불과한 황재균의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두 번째 FA대박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황재균이 올 시즌이 끝난 후에도 FA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올해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황재균이 '인생시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주목할 선수] 김태균의 조언, 문상철 깨울까
작년 시즌을 앞두고 2년 총액 20억 원에 kt와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유한준은 작년 불혹의 나이에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11홈런 64타점을 기록하는 노익장을 발휘했다. 물론 이승엽이나 박용택 등 최근엔 40대에 FA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들이 은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한준이 올해도 여전한 기량과 타석에서의 무게감을 유지한다면 FA계약기간이 끝나도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게 팀을 위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유한준의 노익장은 그만큼 대단하지만 이와 별개로 kt는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노장 타자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kt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유한준의 후계자 이름은 바로 팀 내에서 강백호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문상철이다. kt의 창단 멤버인 문상철은 2014 시즌 퓨처스리그 18경기에서 9홈런을 때려내며 'kt의 나성범'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상철은 2015년부터 2년 동안 단 3홈런을 때리는데 그쳤다.
2016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한 문상철은 2017년 퓨처스리그 최초로 30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전역 후 오태곤(SSG), 박승욱 등과의 경쟁에서 밀린 문상철은 2019 시즌에도 2홈런 7타점에 그쳤다. 그렇게 '잊힌 유망주'로 전락하던 문상철은 작년 대타 및 백업 1루수로 활약하며 74경기에서 타율 .260 8홈런 25타점으로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포기하긴 아까운 유망주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문상철은 작년 7월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을 찾아가 타격에 관한 조언을 들은 후 시즌 막판 이를 실전에 적용했고 9월 이후 38경기에서 타율 .307 6홈런16타점을 몰아쳤다. 만약 통산타율 .320을 기록했던 대타자에게 들은 조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면 문상철의 올 시즌 기대치도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과연 문상철은 올 시즌을 통해 '백전노장' 유한준의 후계자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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