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마운틴 타임> 스틸컷
(주)스톰픽쳐스코리아
그러던 어느 날, 안토니의 아버지 토니(크리스토퍼 월켄)는 조카 잭(존 햄)에게 농장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 야속한 아버지는 시골 농장에 처박혀 결혼 생각도 없는 아들의 속을 긁지만 무덤덤한 안토니는 혼자 분을 삭이기만 할 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 후 농장을 둘러보러 미국에서 잭이 찾아오고 아버지와 로즈메리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안토니는 못마땅하지만 쉽게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 과연 연애에 서툰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날이 오기는 할까?
영화는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풋풋함을 간직한 운명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쉽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깊은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세태에 기다림의 미학을 선보인다. 그래서 자칫 이들의 행동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보고 나면 노스탤지어가 연상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느껴진다.
영화 속에는 완고하고 독특한 기질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웃음을 준다. 까마귀를 쫓는다며 연신 허공에 장총을 쏘아대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이웃집 울타리를 열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몇십 년 동안 감수하고, 농장의 면적이 얼마인지 굳이 계산해 보지 않고 사는 사람들. 미국인 잭(외지인)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참고 사는 아일랜드인(토박이)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마치 투박한 야생화처럼 욕심내지 않고 내 자리에서 내 몫에 만족하는 성정의 사람들이다. 쉴 새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이 지났다 한들 이 또한 어떠냐고 위트 있게 받아칠 줄 아는 이웃들이다.
▲영화 <와일드 마운틴 타임> 스틸컷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와일드 마운틴 타임> 스틸컷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이 영화를 보며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을 되새기게 된다. 로즈메리와 안토니는 서로 자신이 영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과한 배려를 하다가 적기를 놓쳤다. 자칫 감정을 각성케 만드는 훼방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평생 좋은 이웃으로 남았을 것이다.
작품은 관계 맺기에 서툰 주인공을 내세워 오히려 친구, 연인, 부부 등 삶의 근간이 되는 관계의 소중함을 확인시켜주는 방법을 썼다.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한 두 배우의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여전사부터 모성 가득한 엄마까지 다채로운 이미지를 가진 에밀리 블런트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속 크리스찬 그레이의 치명적 퇴폐미를 버린 제이미 도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키만 컸지 애어른인 순박한 농부 안토니를 맞춤 정장처럼 소화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걷다가도 자주 넘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과 자주 대화하는 등 어수룩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펼쳤다.
한편, <와일드 마운틴 타임>은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의 2014년 토니 시상식 최우수 연극상 후보에 오른 연극 <아웃사이드 물링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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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마라맛 드라마에 지친 이들 달래줄 사랑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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