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가누(아래)는 챔피언 미오치치를 철저히 연구해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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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행진 이어가던 헤비급 초신성, 생애 첫 연패
카메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은가누는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하며 복싱 선수의 꿈을 키우던 소년이었다. 20대 중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종합격투기 트레이닝을 시작한 은가누는 만 27세에 프로로 데뷔해 유럽무대에서 5승 1패를 기록한 후 UFC에 입성했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루이스 헨리케에게 2라운드 KO승을 거둔 은가누는 2016년 4월 커티스 블레이즈전에서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KO승을 거뒀다.
두 번의 인상적인 승리로 격투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은가누는 보얀 미하일로비치와 앤서니 해밀턴을 차례로 꺾으며 UFC가 주목하는 헤비급의 신예로 떠올랐다. 물론 만으로 서른을 넘긴 은가누를 신예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UFC 헤비급은 불과 작년 8월까지 만 40세의 다니엘 코미어가 챔피언 자리에 있었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가장 느린 체급이다(헤비급의 세대교체가 느린 건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다).
은가누는 2017년 1월 헤비급 전 챔피언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경기 시작 92초 만에 강력한 라이트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그 해 연말에는 입식과 종합무대에서 모두 챔피언에 오른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강력한 왼손 어퍼컷 한 방으로 날려 버렸다. 고목나무처럼 쓰러진 오비레임이 한 동안 몸을 가누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난 한 방이었다. 그렇게 은가누는 챔피언 미오치치에게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워낙 인상적인 KO행진을 벌였기 때문일까. 현지 도박사들과 격투팬들은 미오치치와의 타이틀전을 앞두고 대부분 은가누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노련한 챔피언 미오치치는 은가누에게 부족한 레슬링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 나갔고 초반 러시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은가누는 4라운드 이후 탈진을 하고 말았다. 결국 은가누는 44-50이라는 일방적인 차이로 패하며 첫 번째 챔피언 도전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미오치치와의 타이틀전에서 패한 은가누는 2018년 7월 데릭 루이스를 상대했다. 루이스는 은가누처럼 강력한 펀치를 앞세운 타겨각로 타이틀전 패배 이후 의기소침한 은가누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선수였다. 하지만 은가누는 미오치치전의 충격이 남은 듯 예전 같은 저돌적인 공세를 펼치지 못했고 15분 동안 유효타 11개를 기록하는 졸전 끝에 판정으로 패했다. 그렇게 차세대 챔피언으로 극찬 받던 은가누는 '거품론'에 휩싸였다.
미오치치에게 통쾌한 설욕, 다음 상대는 존 존스?
흔히 자신의 스타일이 상대에게 간파 당한 파이터들은 스타일을 바꾸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가누는 자신을 UFC 타이틀전까지 가게 만들고 격투팬들을 열광시켰던 공격적인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고 더 정교한 타격을 통해 더 빠른 시간 안에 상대를 쓰러트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은가누의 전략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은가누는 2018년 11월 2년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블레이즈를 45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2019년 2월에는 전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를 26초, 그 해 6월에는 케인의 라이벌이었던 주니어 도스 산토스를 71초 만에 쓰러트렸다. 작년 5월 자이르지뉴 로젠스트루이크를 실신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초였다. 그렇게 은가누는 4명의 파이터를 단 162초 만에 쓰러트리고 미오치치와 재대결을 성사시켰다.
은가누는 경기 시작과 함께 강하게 밀어 부쳤던 1차전과 달리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미오치치는 1차전처럼 레슬링을 통해 경기를 그라운드로 끌고 나가려고 했지만 은가누는 곧바로 자세를 뒤집으며 오히려 미오치치의 백을 잡고 강력한 파운딩을 퍼부었다. 1라운드 중반에는 은가누의 강력한 왼발 하이킥이 미오치치의 턱을 스치기도 했다. 1차전에서 보여준 은가누의 약점들은 2차전에서 전혀 볼 수 없었다.
1라운드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은가누는 2라운드가 시작되자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2라운드 초반 오른손 잽으로 미오치치의 눈을 속인 은가누는 왼손 펀치로 미오치치를 다운시켰다. 옥타곤 구석에 쓰러진 미오치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은가누의 펀치연타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어진 왼손 펀치 한 방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어진 파운딩이 필요 없었을 만큼 은가누의 완벽한 승리였다.
은가누는 미오치치를 쓰러트린 후 승리 인터뷰에서 "꿈꾸던 순간이 이뤄졌다"며 "UFC에 아프리카 챔피언이 3명이나 탄생했으니 곧 아프리카에서 UFC 대회가 열리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리고 헤비급으로 전향한 존 존스와의 경기에도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챔피언 미오치치가 2라운드를 견디지 못했고 코미어마저 은퇴한 현재, 은가누의 다음 상대는 정말 라이트헤비급을 지배했던 존 존스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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