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입학 스캔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싱어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의 입시 컨설턴트로 오래 활동했다(그 스스로 '20년'이라고 진술한다). 싱어는 대학입학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실력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컨설팅을 제공했지만, 실력이 아슬아슬하여 합격 여부가 불확실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컨설팅해, 합격을 확정해주면서 돈을 벌었다. 싱어가 컨설팅해주는 대학입시 합격작전은 (다큐멘터리에서 상세히 설명해주는 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로 입학하는 것, 두 번째는 대리시험.
첫 번째 컨설팅에서 싱어는 학부모에게 돈을 요구하고, 학생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학 운동팀에 자리는 있고, 그 자리는 돈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어는 몇몇 대학의 코치들에게 비인기 운동분야 후원금을 약속하면서 그들과 긴밀한 계약관계를 유지했다. 운동선수로 입학하는 일에 학생의 재능과 실력은 고려되지 않았다. 심지어 조정(漕艇, rowing) 선수로 대학에 입학하게 될 학생은 조정경기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수구 선수로 입학하게 될 학생은 수구할 때 신체의 움직임은 고사하고 기본자세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상관 없다. 요트 선수로 입학하게 될 학생이 요트 문외한이든 말든 문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농구 선수로 입학한 학생의 키가 165센티미터인 경우도 있었고, 풋볼 선수라 했지만 어쩐 일인지 출신 고등학교에 풋볼팀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 컨설팅은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이 의사에게 정식으로 학습부진 진단을 받는다. 미국의 현행 교육제도에서는 학습부진 진단을 받으면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SAT, ACT)을 치를 때 시험감독관의 관리 하에 단독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배려를 받는다. 이때 학생은 평소 자기 실력껏 시험을 치른다.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고 귀가하면, 감독관이 학생의 답안지를 합격점수에 넘치도록 수정하여 제출한다.
그 감독관은 싱어에게 금전적 보상을 약속받고 수년간 손발 맞춰 답안지를 조작해온 사람(마크 리델, Mark Riddell)이었다. 물론 학생은 자신의 답안지가 수정되었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학부모는, 눈치 빠른 자신의 아이가 그걸 알아내면 어떡하느냐며 걱정을 하지만, 대개의 학생들은 큰 의심을 하지 않는다. "어머! 시험은 실력과 운이라던데, 그날 내게 시험운이 크게 있었나 봐"하고 생각하게 된다.
부정입학 컨설팅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입학 스캔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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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의 이 같은 부정입학 컨설팅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꼬리가 꽤 길었음에도 발각되지 않고 무사(?!)했다. 그리고 사실, 싱어는 범죄사실이 발각될 만한 결정적 실수를 노출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아무 연관성 없는 다른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던 중 그에 대한 정황증거가 나오는 바람에 싱어는 붙잡히게 되었다. 수사팀 입장에서 보면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다" 격이었다고나 할까.
체포된 싱어는 수사에 협력하는 것을 조건으로 형량협상을 했다. 싱어는 도청장치를 설치한 전화기를 사용해 부정입학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하여 학부모들과 통화를 했다. 그 통화내용은 고스란히 녹음되어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자료로 쓰였다. 또 싱어는 작은 카메라를 옷 속에 부착한 채 학부모들을 만났다. 몰래카메라 영상 속에는 범죄내용을 인정하는 학부모들의 행동이 모조리 찍혀있었다. 싱어는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을 때도 믿음직스럽게 행동했고, 학부모들로 하여금 범죄공모 사실을 인정하게 하려 할 때도 믿음직스럽게 행동했다. 그의 천연덕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어조와 행동은 범죄행각 때에도 유익했고, 범죄수사 때에도 유용했다.
이같이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싱어는 범죄자인 데다 사기사건의 주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그는 조깅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자유인으로 지낸다. 그리고 싱어에게 뇌물을 건넨 학부모들은 모두 기소되었지만, 대개 가벼운 처벌로 끝났다. 재력에 비해 벌금의 액수는 턱없이 적었고(그들에겐 껌값?), 형량도 대부분 1년 안쪽이었다. 심지어 단 며칠의 구금을 형량으로 받은 이들도 있었다.
▲영화 포스터 Operation Varsity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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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작전명>을 보다 보면, '협력'의 의미에 대하여 복잡하고 다층적인 질문을 해보게 된다. 돈 앞에서 한 팀이 되어 서로서로 상부상조, 협력하는 행동이 나타났다면 그런 행동은 모두가 다 협력일까? 형량거래 차원에서 FBI의 수사에 싱어가 적극 협력했을 때 그것도 협력일까?
꼼꼼히 따져보면, 부정입학 스캔들에 관련된 인간들(릭 싱어, 마크 리델, 50여 명의 학부모들, 학습부진 진단서 발급에 동조한 몇몇 의사들, 그리고 심지어 FBI까지) 사이에, 협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직 서로가 서로를 '이용(활용)'하고 모종의 이익을 얻어내는 활동만이 있었을 뿐.
그런 의미에서, 다큐멘터리 <작전명>은 어떤 공통의 목적이라는 명분 하에, 협력을 빙자해 타인을 이용하는, 일명 '협력빙자 인간이용 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FBI가 범죄자 싱어를 이용해 수사진전을 꾀한 것은 선한 목적을 위한 수사활동이라 말할 수 있으니, 범죄자들의 '협력빙자 인간이용 작전'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 같다. 말하자면 '협력빙자 인간이용 작전'을 역으로 활용한 사례쯤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선한 목적을 위해 부정입학 범죄의 주모자인 싱어와 형량거래를 했고, 그 바람에 범죄자인 그가 여전히 자유인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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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위즈덤하우스),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지식공작소), 환경살림 80가지(2022세종도서, 신앙과지성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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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대입 부정입학 사건' 주범이 구속되지 않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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