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은 언제나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빅 이벤트로 꼽힌다.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은 약 10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양국의 최정예멤버들이 집결하는 진검승부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이번 한일전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시작도 하기전에 평가전의 목적과 시기를 둘러싼 반대 여론에서부터 코로나 방역에 대한 우려, 선수차출 문제를 둘러썬 대표팀과 클럽의 갈등, 대표팀 사령탑을 둘러싼 소통 논란에 이르기까지 각종 구설수로 얼룩지고 있다.
한일전에 대한 반대 여론은 코로나19를 우려한다. 일본은 아시에서 코로나19 방역이 불안정한 국가로 꼽힌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본 측이 코로나 문제로 2020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외적인 홍보용으로 이번 한일전을 기획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협회는 6월 재개되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이 손발을 맞출 기회가 부족하 상황에서 이번 평가전이 꼭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최근 한일 양국 관계가 경색되며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이 더 원하는대로 한일전에 동참해 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원정 평가전에 나섰다가 방역관리에 허점이 뜷리며 다수의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악몽을 겪은 바 있다. 선수 보호 측면에서 걱정되지 않을 수없다.
선수 차출 문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양국 모두 이번에는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멤버를 구성하겠다겠는 계획이었지만, 부상자 속출과 소속팀의 반대로 선수차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손흥민-황희찬-황의조-김민재-이재성 등 베스트 멤버 상당수가 이번 한일전에서 제외됐다.
일본도 전력누수가 있지만 미나미노 타쿠미(사우샘프턴), 카마다 다이치(프랑크프루트),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 이토 준야(KRC 헹크), 모리타 히데마사(산타 클라라),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 오사코 유야(브레멘) 등 유럽파 다수가 정상적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마지막으로 해외파를 포함한 정예멤버가 맞붙었던 2011년 삿포로 평가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하며 세대교체를 시도하던 과도기였다. 시작부터 전력상 차포를 다 뗀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컨디션 조절의 어려움, 심지어 대표팀을 바라보는 자국 내 여론마저 비판적인 상황은 10년 전 보다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느새 불똥은 벤투 감독에게로 옮겨갔다. 당초 논란의 시작이 '이 시국에 명분없는 한일전을 왜 해야하냐'는 의문이었다면, 최근에는 '벤투 감독의 소통과 리더십' 문제로 비판의 초점이 이동한 분위기다.
벤투 감독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일전 소집명단에 손흥민의 이름을 올렸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소속팀 토트넘의 반대로 최종 합류는 불발되었지만 실속도 없는 평가전에서 다친 선수까지 무리하게 데려오려다가 비판만 자초한 꼴이 됐다.
여기에 K리그 선수 소집 기준에서도 잡음에 휩싸였다. K리그 4연패를 차지한 전북 현대에서는 한 명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반면, 울산 현대에서는 무려 6명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심지어 부상중인 홍철까지 선발한 것이나, 낙마한 윤빛가람의 대체자로 역시 울산 소속인 이동경을 발탁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 뛰고있는 주세종(감바 오사카)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켰다가 뒤늦게 이진현(대전하나)로 교체한 것도 과연 벤투 감독이 선수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을 자아낸 대목이다.
선수의 몸상태나 자가격리 기간문제 등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소속팀 입장에서는 배려없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올해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올림픽팀 김학범호에 승선할 선수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지적받고 있다. 이번 한일전에 가장 많은 선수를 대표팀에 보내게 된 홍명보 울산 감독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표팀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대표팀과 클럽팀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발언을 시작으로 벤투 감독의 '불통' 행보에 대한 비판이 급등했다. 이는 이번 한일전 명단에서만 국한된 장면이 아니라 지난 2018년 한국대표팀 사령탑 취임 이후 벤투 감독의 리더십에 불만과 우려가 오랫동안 누적된 것이 이번 계기로 터진 것에 가깝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창기부터 자신이 맡은 A대표팀 운영에만 전념할뿐 외부와의 소통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감독이 꼭 일일이 소통해야만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고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 가능한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가고 싶은 것은 어느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표팀은 감독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통하여 운영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최근 벤투 감독이 지적받는 소통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어떤 선수를 뽑고 안 뽑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리더십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어떤 축구철학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선수를 선발하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한마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있도 너는 따라만와)같은 스타일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축구가 자신이 추구하는 패스와 점유율 축구에 잘맞는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나 논리는 제시하지 않는다. 손흥민같은 핵심선수의 혹사 논란이나 특정팀에 선수선발이 편중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팀에 필요한 선수라서 뽑았다"는 형식적인 대답이 전부다.
한국축구가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단지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감독 개인의 승률을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다. 바로 한국축구가 질적-체계적으로 좀 더 발전할수 있도록 기여하라는 의미다. 평가전의 개최 명분에서 시작되어 어느새 사령탑의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진 이번 한일전은 여러모로 벤투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 현 주소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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