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컷<모르몬교 살인사건> 당시 뉴스 화면.
넷플릭스
수사팀은 매클렐린 컬렉션을 둘러싼 정보공유와 실물거래가 폭탄살인의 동기라는 것을 알아냈다. 수사팀은 컬렉션→폭탄살인→희귀문서 수집의 삼중관계를 면밀히 추적했고 마침내 범인을 잡아냈다. 범인은 세 번째 폭탄사고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호프만이었다. 체포된 호프만은 순순히 살인을 자백했다.
뜻밖에도 호프만의 자백에는 놀라운 내용들이 더 들어있었다. 그는 어렸을 적 희귀동전들을 위조해서 한 번도 들키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의 위조실력은 일취월장했고 그는 누구의 필체든 똑같이 써낼 수 있었다.
또 종이와 잉크도 진품 못지않게 화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의 물리적·화학적 위조기술은 필적전문가와 고문서분석전문가 모두를 속일 수 있을 만큼 완벽했다. 만일 폭탄사고가 없었더라면, 호프만에게서 모르몬교 본부로 건너간 수십 건의 문서들에 대한 진위여부는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수년간 자잘한 문서들을 위조해 팔아넘기면서 각종 희귀문서 수집가와 모르몬교도들로부터 돈을 받아냈지만 호프만이 폭탄사고를 일으킬 무렵엔, 돈이 몹시 궁한 상태였다고 한다. 씀씀이가 헤퍼 수입이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그래서 그는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모르몬경 116쪽 위조작업을 기획했다.
그런데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었다. 크리스텐슨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매클렐린 컬렉션 거래를 무사히 성사시켜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 거래는 순조롭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크리스텐슨이 합리적 의심을 품었던 것 같다. 결국 호프만은 누군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호프만은 폭탄을 세 개 만들어 각각 상자에 싸서 하나는 크리스텐슨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텐슨의 과거 동업자 집에 놓았다. 그 상자를 집어드는 사람의 손에서 폭탄이 터지게끔 설계했다. 그런데 사실상 이 폭탄상자들은 사무질 직원, 가족, 지나가는 누군가가 집어들 수 있는 곳에 놓여있었다.
호프만은 그에 대하여 천연덕스럽게 "신의 섭리에 맡겼다"고 응답했다. 누구든 죽을 사람이 죽게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폭탄은 자기의 차에서 터졌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자살하려 했다고 답했다. 어쨌든 현재 호프만은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서 살고 있다. 한 번 자살기도를 했으나 살아났다.
<모르몬교 살인사건>이 보여주는 바, 호프만의 위조작업은 가히 '신(神) 놀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모르몬교 역사를 가감삭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때 힘과 우월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호프만은 아내, 친구, 동업자, 전문가들을 속였다. 진품에 대한 소유욕을 품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게다가 폭탄살인에 '신의 섭리'를 갖다 붙이며 자기자신을 신앙인으로 위조(위장)하기까지 했다. 모르몬교 모태신앙인이었지만 14살에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되었으며, 청년기에 반모르몬교 성향의 출판물들을 열정적으로 수집했던 전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깜빡 속아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르몬교 살인사건>은 호프만이 위조한 희귀문서들이 버젓이 '진품' 판정을 받고 거래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주요 박물관과 개인수집가들의 금고에 소장돼 있을지 추산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당시 호프만 수사를 맡았던 검사 중 한 사람은 말한다. 희귀한 '어떤 것'을 가운데 두고 인간의 속이려는 욕구와 소유하려는 욕구가 만나면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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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위즈덤하우스),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지식공작소), 환경살림 80가지(2022세종도서, 신앙과지성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