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광주FC의 경기 모습. 대구 김진혁이 득점에 성공해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 대구 FC의 2021시즌 초반 행보가 좋지 않다. 대구는 시즌 개막 이후 수원 FC와 1-1로 비기며 첫 승점을 챙겼으나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한 뒤 광주와 3라운드에서는 1-4로 대패하며 2연패 포함해 3경기 무승의 부진에 빠졌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12개 팀 중 11위로 3연패를 기록중인 꼴찌 강원FC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순위다.
대구는 3경기에서 3득점 7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공수 양면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냈다. 팀이 기록한 3골을 모두 '수트라이커' 김진혁이 득점했다. 3경기 연속골을 달성한 김진혁은 현재 김인성(울산)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원래 김진혁이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수를 넘나드는 특이한 플레이스타일을 지닌 선수이기는 하지만 대구에서의 주포지션은 어디까지나 센터백이다.
정작 대구엔 김진혁 외에는 골맛을 본 선수가 아직 없다. 공격의 주축이 되어야 할 에드가, 박기동의 부상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해준 노장 외국인 공격수 데얀은 구단과 재계약에 실패하며 홍콩 키치SC로 떠났다. 이로 인하여 에이스 세징야에 대한 집중 견제가 더 강해졌다. 지난 시즌 18골 4도움을 올렸던 세징야는 올시즌 아직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세징야의 부담을 덜어줘야할 안용우, 정치인, 이근호 등도 활약이 미미하다.
수비 역시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병근 감독이 수비의 핵으로 기대했던 센터백 홍정운이 2년 연속 큰 부상에 시달리며 아직까지 복귀를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주전 골키퍼였던 구성윤이 김천 상무에 입대하면서 최영은이 골문을 맡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비보다 공격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김진혁은 정태욱-조진우와 합을 맞추고 있는 스리백에선 정작 서로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있다. 대구는 시즌 초반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공간을 내주며 실점 위기를 허용하는 장면이 잦다. 광주전에선 전반 23분 김진혁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불과 6분 만에 동점 골을 내준 뒤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너지며 결국 역전패-대량 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유일하게 대구보다 성적이 더 나쁜 강원의 경우, 개막부터 울산-포항-전북이라는 지난 시즌 2-3-1위팀을 잇달아 만나는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반면 대구가 만난 상대는 승격팀 수원FC와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겨우 살아남은 인천 유나이티드였고, 광주 역시 올시즌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된 팀이었다.
여기서 승점을 겨우 1점밖에 따내지 못했다는 것도 불안한데, 심지어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대구는 13일 또다른 승격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를 치르고 나면 16일 전북(원정)-31일 울산(홈), 다음 달 2일 포항(원정)전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대진운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다음 상대인 제주도 전북과 포항을 상대로 1승 1무를 챙겼을만큼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다.
대구의 또다른 고민거리는 '정승원 논란'이다. 팀내 주축 윙백이자 인기 스타로 활약해왔던 정승원이 계약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팀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정승원은 여전히 올시즌 선수 미등록 상태로 팀 전력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정승원의 연봉조정신청에 대해선 프로축구연맹 조정위원회가 대구 구단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하지만 정승원 측은 여전히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과 초상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K리그 규정상 초상권은 구단에게 있다.
또한 정승원은 '그동안 부상에도 구단 측 요구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했다'고 폭로하며 병원 진단서까지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십자인대 부분 파열과 목 디스크에 시달려왔는데도 구단이 출전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혹사와 갑질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반면 구단은 이에 대하여 선수에게 경기출전을 억지로 강요한 사실이 없으며, 당장의 이득을 위해 장기적 손실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정승원은 자꾸 축구가 아닌 다른 쪽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승원 사태가 길어질수록 대구의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입장이 있는 만큼 성급하게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수가 구단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정승원의 부상 경력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구단이 보기에는 선수가 충분히 뛸 만한 몸상태라고 판단하여 출전을 권유했을 수 있지만, 몸이 재산인 선수의 관점에서는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압박으로 느낄 소지가 충분하다.
선수 입장에서 자칫 손해가 될 수 있는 부상 경력에 관한 진단서까지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승원의 처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팬들이 적지 않다. 과거 안드레 전 감독이나 조현우(울산) 등 구단에 헌신했던 인물들과 대구의 결별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덩달아 거론되고 있다.
정승원이 대구와 정상적인 동행이 어렵다면 신속하고 깔끔한 이별이 그나마 서로를 위하여 최선의 결정으로 보인다. 수비진 보강이 필요한 대구는 지금처럼 경기에도 뛰지 못하는 데다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식어버린 정승원과 계속 함께 할 여유가 없다. 올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정승원으로서도 김학범호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빨리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감정대립이나 진실공방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게 시급하다.
대구는 지난 2017년 1부리그로 다시 승격한 이후 FA컵 우승(2018년)과 2년 연속 상위스플릿(2019-2020)진출을 이뤄내며 K리그1의 신흥강호이자 시민구단의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어수선한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초반부터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팀 분위기를 빨리 추스르지 못한다면 위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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