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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3G 연속골 '김진혁'이 이끄는 골 넣는 수비수들

[2021 K리그 1] 3라운드 종합 보고서

21.03.12 09:32최종업데이트21.03.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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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광주FC의 경기에 나선 대구 김진혁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현대 축구에서 골 넣는 수비수가 흔하다고 하지만 대구 FC 주장 김진혁이 시즌 초반 매 게임마다 골을 터뜨리며 득점 랭킹 공동 선두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히 주목받을 일이다. 김진혁 말고도 이번 라운드에서 골 넣는 수비수 이름을 자랑한 멀티 플레이어들이 둘 더 있었으니, 축구 게임에서 세트 피스가 정말로 좋은 득점 기회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호영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10일(수)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원 3라운드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하며 4-1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기다리던 시즌 첫 승리 기쁨을 홈 팀보다 먼저 누렸다.

① 골 넣는 수비수 김진혁, 3게임 연속 골

시즌 첫 주중 게임 일정이라 수원 FC와의 개막 게임보다 관중수는 조금 줄었지만 DGB 대구은행파크는 역시 K리그를 상징하는 새로운 성지답게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대구 홈팬들은 지난해 8월 30일 기억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어웨이 팀 광주 FC가 바로 그곳 DGB 대구은행파크에 와서 엄청난 골들을 몰아넣으며 당시에 6-4로 이겼기 때문이다.

이번 게임도 지난해 바로 저 게임처럼 10골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K리그 1 한 게임 최다 골(5골) 기록을 두 번째로 찍어냈다. 지난 1일 울산 현대가 강원 FC를 호랑이굴로 불러 5-0으로 대승을 거둔 이유는 강원 FC 핵심 수비수 임채민의 퇴장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5골 게임은 퇴장 선수가 한 명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코어 차이가 비교적 크게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나갈 정도로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던 대구 FC가 광주 FC에게 3골 차 완패를 홈팬들 앞에서 당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 아니다. 

대구 FC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게임 시작 후 22분만에 먼저 골을 넣은 것이다. 오른쪽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세징야가 날카롭게 감아올린 공을 정치인이 헤더로 1차 유효 슛을 적중시켰다. 이 공을 광주 FC의 윤보상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세컨드 볼 냄새를 맡은 주장 김진혁이 오른발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처음에는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으로 확인 결과 정치인의 머리에 맞는 순간 김진혁의 위치가 아슬아슬하게 온 사이드로 판명되었다. 이로써 김진혁의 세 게임 연속골 기록이 이루어진 것이다. 웬만한 골잡이들도 시즌 초반 매 게임마다 골을 터뜨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수비수인 김진혁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김진혁은 이 연속골 기록을 발판으로 삼아 울산 현대의 빠른 날개 김인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득점 랭킹 공동 선두 자리까지 올랐다. 그의 시즌별 득점 기록(2017년 32게임 4골, 2018년 25게임 1골, 2019년 15게임 5골, 2020년 19게임 1골)과 견주어 봐도 현재까지 초반 기세를 휩쓸고 있는 김진혁의 득점 감각은 이미 자신을 넘어서 당당히 다른 팀 골잡이들도 위협할 만하다.

② 세트 피스도 3골, 페널티킥도 3골

3라운드라서 그럴 일은 아니지만 유독 3이라는 숫자가 또렷하게 찍힌 라운드였다. 대구 FC 주장 김진혁의 3게임 연속 골 기록을 포함하여 세트 피스 골이 역시 3골 나왔고, 페널티킥 골도 3골이나 이어졌다. 

김진혁에게 세트 피스 골을 먼저 얻어맞은 광주 FC는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역전골까지 몰아넣더니 82분에는 코너킥 세트 피스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광주 FC 센터백 이한도가 김종우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세트 피스 골 나머지 하나는 9일(화) 오후 7시 울산 문수구장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 FC 게임 후반전에 나왔다.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더 주목받는 전 포항 스틸러스의 레전드 김광석이 그 주인공이다. 왼발잡이 동료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오른쪽 코너킥을 향해 가까운 쪽 포스트 근처로 날아올라 절묘하게 헤더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더구나 이 골은 울산 현대 골문을 지키고 있는 최고 실력자 골키퍼 조현우를 상대로 넣은 시즌 첫 골이서 더 놀라웠다. 축구 게임 세트 피스는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길어올릴 수 없지만 얼마 안 되는 확률이라도 꾸준히 반복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가르쳐 주는 사례로 남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느 팀이든 간직하고 있어야 할 히든 카드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례적으로 페널티킥 골이 세 개나 찍혔다. 먼저 3게임 전승 기록으로 선두 자리에 올라 있는 울산 현대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무려 2개의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울산 현대의 간판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먼저 페널티킥 골을 넣었는데 그 과정이 좀 멋쩍었다. 첫 번째 페널티킥을 가운데 방향으로 낮게 찼다가 순발력 좋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에게 잡힌 것이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 둘이 윤빛가람의 1차 킥 순간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안으로 먼저 들어오는 바람에 2차 킥 기회를 얻었고 여기서는 킥 방향을 왼쪽 구석으로 바꿔 성공시켰다.

윤빛가람의 이 페널티킥이 골 라인을 통과한 시간이 12분 13초로 찍혔다. 이번 시즌 가장 빨리 터진 득점 기록이 됐다. 2라운드 가장 이른 시간에 들어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구본철의 프로 데뷔 골(12분 15초) 기록을 2초 단축시킨 것이다.

그리고 울산은 후반전에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이동준이 자기가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 골키퍼 이태희의 타이밍을 빼앗아 오른발로 성공시켰다.

이번 라운드 세 번째 페널티킥 골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순간이었다. 성남 FC와 FC 서울의 게임이 거의 끝나갈 때인 88분에 성남의 키다리 골잡이 뮬리치가 K리그 데뷔 골이자 천금의 결승골을 페널티킥 골로 넣었다.

그런데 이 페널티킥을 내준 선수가 바로 FC 서울을 이끌고 있는 유능한 미드필더 기성용이었다. 성남 FC 서보민이 왼쪽 옆줄 밖에서 길게 던진 공이 상대 선수를 스치며 바닥에 튀어오를 때 수비하던 기성용이 왼팔을 뻗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 순간을 놓친 안재훈 주심은 FC 서울의 역습을 그대로 진행시켰지만 곧이어 VAR 룸에서 날아온 무선 연락에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지난 라운드 최고의 빨랫줄 어시스트로 "역시 기성용"이라는 반응을 뜨겁게 이끌어냈지만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③ 엄원상도 U-22 자원, 훨씬 더 어린 엄지성도 놀랍다

이번 라운드에도 어린 선수들이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실제 득점자로 추가된 U-22 자원은 한 선수였지만 그 골이 터지기까지 더 놀라운 순간이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 4-1 대역전 드라마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후반전 추가 시간이 흐를 때였다. 전반전 동점골 주인공 김주공 대신 후반전 중간에 들어간 엄지성은 대구 FC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밖에서 과감한 무회전 슛을 날렸다. 

이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것을 엄원상이 오른발 하프 발리 슛으로 성공시켜 4-1 놀라운 점수판을 완성시킨 것이다. 엄원상은 이번 시즌까지 U-22 자원에 턱걸이한 나이(1999년 1월생)다. 코로나-19 관련하여 한시적으로 바뀐 규정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U-22 어린 선수들의 득점 레이스에 '송민규(포항)-김민준(울산)-구본철(인천)-고영준(포항)' 다음으로 뛰어든 것이다.

엄원상의 이 쐐기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바로 앞에서 위력적인 무회전 중거리슛을 날린 엄지성은 U-22 자원 중 더 어린 선수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전북 어드바이저)이 한일 월드컵으로 이름을 날리던 바로 그 해 5월에 태어난 유망주다. 이처럼 K리그의 U-22 규정은 매 라운드마다 놀라운 새 얼굴들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사실 이번 라운드 가장 주목받았던 여섯 번째 게임 '수원 더비 매치'는 예상과 다르게 득점 없이 끝났다.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울산 현대처럼 세 게임 연속 승리의 뜻을 품고 뛰었지만 오랜만에 1부리그 매운맛을 보고 있는 홈 팀 수원 FC의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지난 라운드 기막힌 슈퍼 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팀 승리를 이끌었던 수원 블루윙즈의 주장 김민우는 또 하나의 놀라운 골 순간을 만들 수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60분, 수원 블루윙즈 U-22 유망주 강현묵의 반 박자 빠른 얼리 크로스를 받아 김민우가 미끄러지며 왼발 하프 발리 슛을 날렸다. 크로스 속도와 궤적에 딱 어울리는 김민우의 임팩트까지 완벽했지만 골문을 지키고 있는 수원 FC 유현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그 공을 쳐냈다. 더비 매치에 어울리는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이어지는 주말, 휴일에 벌어지는 4라운드는 더비 매치 드라마 여러 편이 옴니버스로 편성됐다. 최근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가 쏟아지고 있는 '동해안 더비'(포항 - 울산)가 토요일 오후 4시 30분 뜨거운 스틸야드에서 열리고, 7시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인경전'(인천 유나이티드 - FC 서울)이 이어진다. '깃발 더비'로 불리는 수원 FC와 성남 FC의 게임은 일요일 오후 2시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2021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 종합(왼쪽이 홈 팀)

전북 현대 2-1 강원 FC [득점 : 김보경(84분,도움-구스타보), 구스타보(90+2분,도움-이용) / 김대원(59분,도움-김수범)] 
    3월 9일 전주성(관중 2477명)
울산 현대 3-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윤빛가람(12분 13초,PK), 이동준(59분,PK), 김인성(75분,도움-이동준) / 김광석(48분,도움-아길라르)]
    3월 9일 울산 문수(관중 2231명)
제주 유나이티드 1-0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정운(19분)] 
    3월 9일 제주 월드컵(관중 1136명)
★ 대구 FC 1-4 광주 FC [득점 : 김진혁(22분) / 김주공(30분,도움-이민기), 김종우(45+2분), 이한도(82분,도움-김종우), 엄원상(90+2분)] 
    3월 10일 DGB 대구은행파크(관중 1876명)
성남 FC 1-0 FC 서울 [득점 : 뮬리치(88분,PK)] 
    3월 10일 탄천 종합(관중 1334명)
★ 수원 FC 0-0 수원 블루윙즈 3월 10일 수원 종합(관중 1104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9점 3승 9득점 1실점 +8
2 전북 현대 7점 2승 1무 5득점 2실점 +3
3 수원 블루윙즈 7점 2승 1무 2득점 0실점 +2
4 포항 스틸러스 6점 2승 1패 5득점 3실점 +2
5 제주 유나이티드 5점 1승 2무 2득점 1실점 +1
6 성남 FC 4점 1승 1무 1패 1득점 1실점 0
7 광주 FC 3점 1승 2패 4득점 3실점 +1
8 인천 유나이티드 FC 3점 1승 2패 4득점 6실점 -2
9 FC 서울 3점 1승 2패 3득점 3실점 0
10 수원 FC 2점 2무 1패 1득점 4실점 -3
11 대구 FC 1점 1무 2패 3득점 7실점 -4
11 강원 FC 0점 3패 2득점 10실점 -8

2021 K리그 원 4라운드 일정
3월 13일(토) 오후 2시 ☆ 대구 FC - 제주 유나이티드 (DGB 대구은행파크)
3월 13일(토) 오후 2시 ☆ 광주 FC - 전북 현대 (광주 전용)
3월 13일(토) 오후 4시 30분 ☆ 포항 스틸러스 - 울산 현대 (포항 스틸야드)
3월 13일(토) 오후 7시 ☆ 인천 유나이티드 FC - FC 서울 (인천축구전용경기장)

3월 14일(일) 오후 2시 ☆ 수원 FC - 성남 FC (수원 종합운동장)
3월 14일(일) 오후 4시 30분 ☆ 수원 블루윙즈 - 강원 FC (수원 빅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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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진혁 K리그 페널티킥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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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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