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삼성의 2대2 트레이드가 마침내 성사됐다. 양팀은 4일 김시래와 테리코 화이트가 삼성으로, 이관희와 케네디 믹스가 LG 유니폼을 입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두 팀 모두 나란히 전력의 핵심선수를 맞바꾼 대형 트레이드다. 현역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상민 삼성 감독과 조성원 LG 감독의 개인적 인연도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두 팀의 '아픈 손가락'을 드러낸 거래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과 LG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두 구단이지만 올시즌 각각 공동 7위와 9위라는 부진한 성적에 그치며 6강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은 2005-06시즌 우승 이후 지난 14년간 더 이상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LG는 아예 프로농구 출범 이후 챔프전 우승 경험이 한 차례도 없을 만큼 프로농구에서는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LG가 김시래를 내준 것은 2010년대 '김진 시대의 마지막 유산'을 정리하고 또 한 번의 리빌딩에 돌입했다는 걸 의미한다. LG는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인 김진 감독(2011-17)이 팀을 이끄는 동안 신인드래프트와 FA, 트레이드 등을 통하여 김종규,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 김시래, 조성민 등을 이달아 영입하며 호화전력을 구축했다. 2013-14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챔프전까지 진출했지만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의 벽에 막혀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다.
LG는 2010년대 꾸준히 봄농구 진출을 노리는 강팀으로 성장했지만 정상과는 끝내 인연이 없었다. 김진 감독이 물러나고 현주엽 전 감독이 부임한 시절에도 핵심 전력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2019년 김종규의 FA 이적(원주 DB)을 기점으로 팀전력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조성민과 강병현은 노쇠했고, 외국인 선수 농사도 순탄하지 않았다.
김시래는 2014년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구단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이자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역대 엘리트 가드들에 비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해결사로서의 경기 장악력은 부족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들면서 단신 가드로서 떨어지는 수비력과 잦은 잔부상- 체력저하 문제도 고민거리였다.
무엇보다 볼을 오래 소유하는 데다 빅맨들의 스크린 지원 없이 혼자 슛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김시래의 스타일은, 조성원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와는 다소 맞지않았다. 이원대, 윤원상, 박경상 등 LG에 이미 가드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교통정리는 불가피했다.
결국 문태종과 김종규에 이어 김시래 역시 LG에서 선수생활을 마치지 못하여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조성원 감독 역시 LG에서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 바 있지만 결국 우승에는 실패했고, 이듬해 친정팀인 전주 KCC로 다시 이적하여 선수생활을 마무리했. LG 역사상 가장 우승에 가까운 전력을 구축하고도 끝내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베스트 멤버들이 하나둘씩 해체되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LG 팬들에게는 유독 아쉬운 대목이다.
김시래가 패스 위주의 포인트가드라면 이관희는 공격형 가드다. LG는 2,3번 라인에 꾸준한 득점력을 올려줄 수 있는 국내 선수가 부족했다. 이관희는 기복이 다소 심하기는 하지만 돌파와 3점슛 능력을 겸비하여 조성원 감독의 공격 농구에 더 어울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신장도 190cm으로 가드치고는 장신이라 LG의 약점인 백코트진의 높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
케네디 믹스는 수비형 선수지만 어차피 LG의 외국인 선수 1옵션인 캐디 라렌이 장기부상에서 벗어나 복귀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화이트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올시즌 내에 당장 큰 반등을 기대한다기보다는, 다음 시즌 이후 자유계약시장에서의 전력보강까지 고려한 샐러리캡 비우기-세대교체의 사전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국가대표팀에까지 발탁된 이관희에게는 선수로서의 성장을 위하여 또 한 번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에서의 이관희도 중요한 선수이기는 했지만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위상이 뭔가 미묘했다. 국내 선수 득점원이 부족한 LG에서는 이관희가 좀 더 본인이 원하는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LG가 리빌딩에 무게가 쏠린다면 삼성은 올시즌 6강 진출을 향한 승부수를 띄웠다고 할 만하다. 삼성에게 포인트가드 문제는 오랜 고질병이었다. 삼성은 한때 가드왕국으로까지 불렸으나 이상민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로는 정상급 포인트가드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태술은 삼성에서 부활하지 못하고 DB로 떠났고, 이상민 감독은 자신의 대를 이을 만한 가드를 키워내는 데 실패했다. 은퇴가 멀지 않은 노장 포워드 김동욱이 아직도 리딩의 부담을 짊어져야할 정도였다.
김시래를 영입하면서 삼성은 모처럼 안정적인 2대 2게임이 가능한 정통 야전사령관을 얻었다. 또한 외곽 공격력을 갖춘 화이트의 가세로 아이재아 힉스의 체력적인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시래마저 삼성에서 고전한다면, 김태술-주희정-김승현 등 한때 올스타였지만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가드들을 말년에 데려왔다가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던 과거의 시행착오를 또 되풀이할 수도 있다. 연봉만 5억에 이르는 김시래는 삼성의 향후 선수단 재구성을 위한 샐러리캡 문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상민 감독은 2014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후 두 번의 재계약을 거치며 삼성 역사상 최장수 감독 기록을 앞두고 있지만, 명성에 비하여 성과는 부족했다. 우승까지 차지했던 김동광-안준호 전 감독에 비하여 이상민 감독의 최고성적은 2015~16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다. 심지어 이후로는 내내 하위권을 거듭하며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트레이드는 사실상 이상민 감독의 반전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프로농구는 과감한 트레이드가 대세다. 지난 2019-20시즌에는 모비스가 우승주역인 라건아와 이대성을 KCC에 내주고 리온 윌리엄스와 김국찬, 박지훈, 김세창을 얻는 2대 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여 농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11월에는 다시 KCC, 현대모비스, 오리온까지 최진수-이종현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포함시킨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재 세 팀은 트레이드 이후 나란히 상승세를 타며 순위표 최상단을 삼분하고 있다.
트레이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트레이드는 새 출발을 위한 전환점이자 동기부여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레이드의 성패를 당장의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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