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국내 최고 좌완 투수 양현종의 최종 선택은 '메이저리그 도전'이었다. 양현종은 30일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마지막 협상을 갖고 구단 측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은 양현종이 구단 측에 전달한 거취 선택의 데드라인이었다. 양현종의 잔류를 기대했던 KIA 구단도 결국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여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프로 경력 14년 동안 오직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고 통산 147승 95패 9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금 당장 은퇴해도 KBO리그 레전드이자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은 떼놓은 당상이다. 지난 2020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상황은 시작부터 꼬였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직격탄을 맞으며 긴축 재정이 불가피해졌다. 양현종과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에이스 스가노 도모유키도 만족할만한 제의를 받지 못하며 자국 최고대우로 원소속팀 요미우미 자이언츠 잔류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내 대어급 FA들조차 아직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양현종은 33세로 적지않은 나이인 데다 이미 국내에서 장기간 많은 공을 던졌고, 지난 2020시즌에는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로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 가뜩이나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이 좋은 조건으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졌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상황을 관망하던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나섰다.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KIA로서는 맷 윌리엄스 감독 2년차를 맞이한 2021시즌 반등을 위해서 에이스 양현종이 반드시 필요했다.
양측은 당초 1월 20일로 정했던 협상 기한을 열흘 미뤄 30일까지 메이저리그의 오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은 별달리 진척된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도 현실적으로 양현종의 잔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운명의 날, 양현종은 예상을 깨고 끝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양현종으로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양현종이 국내에 잔류했다면 'FA 대박'이 보장되어 있었다.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 FA 계약은 양현종이 최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며 대형계약을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성과, 메이저리그 도전 포기에 대한 보상 성격 등을 감안하면 4~6년 정도의 계약기간에 최소한 총액 100억대를 충분히 넘길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반면 메이저리그 도전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양현종이 미국 진출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앞으로 제대로 된 오퍼가 올지는 불확실하다. 설사 제의가 오더라도 당초 양현종이 원했던 메이저리그 계약이나 40인 로스터 보장 조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물론 스플릿 계약이라도 일단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되어 실력을 보여줘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시나리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양현종에게 마이너리그 생활을 겪는 것은 쉽지 않은 데다 최악의 경우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경기도 뛰지 못하고 허무하게 국내로 유턴한 선배 윤석민(은퇴)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양현종으로서는 부와 명예가 보장된 꽃길을 마다하고, 굳이 험난해보이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이다.
양현종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이 해외진출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기에 양현종으로서는 더 이상 '다음'을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전적인 조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겠다는 순수한 도전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타이밍'이 아쉽다. 양현종이 그 정도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면 좀더 일찍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양현종은 벌써 두 번이나 해외진출을 포기해야했던 아픔이 있다. 2014년 시즌 종료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했으나 포스팅 금액이 예상보다 적어 KBO 무대에 남았다.
두 번째로 도전한 2016년 시즌에는 FA 자격을 얻어 미국-일본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가족-구단과 상의 끝에 다시 한번 잔류를 선택했다. 20대의 나이에도 메이저리그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에 기량이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는 시점, 더구나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까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조건은 현실적으로 양현종에게 불리하다.
소속팀 KIA 구단에도 결과적으로 피해를 준 모양새가 됐다. 애초에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가 변함이 없었다면, KIA 구단에 대해서도 좀더 일찍 본인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주는 게 예의였다. 굳이 협상 기한까지 미뤄가며 복귀에 대한 여지를 계속 남겨놓고도 결국 2월로 다가온 스프링캠프 기간이 임박하여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뒤늦게 최종선택을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 마지막까지 KIA 복귀를 보험용 카드로 남겨놓기 위하여 저울질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KIA 구단으로서도 한창 다음 시즌 준비와 전력구상이 필요한 시점에 양현종의 잔류만 기약없이 기다리다가 시간을 허비한 꼴이 됐다. 일부 여론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지지부진한 양현종을 잔류시키려는 KIA의 노력이 소극적이라며 구단을 압박했다. 오히려 KIA는 에이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계속 믿고 기다려줬지만, 결국은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하고 머쓱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양현종도 KIA도 이제 더 이상 퇴로는 없다. 양현종은 이제 선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인 빅리그에 올인해야 한다. 2021시즌 명가 재건을 노리는 KIA도 스프링캠프에서 에이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발투수 발굴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 훗날 이 선택은 양현종과 KIA의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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