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우프는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며 인삼공사의 5할 승률을 이끌었다.
한국배구연맹
2006-2007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V리그 여자부는 2014-2015 시즌까지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구단들의 경쟁이 점점 과열됐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도 점점 커졌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나친 영입 경쟁을 막고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를 넓히기 위해 2015-2016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통한 드래프트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변경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경으로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박정아(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소영,강 소휘(이상 GS칼텍스 KIXX) 등 토종 거포들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흥국생명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18-2019 시즌에는 이재영이 득점 2위(624점), 박정아가 득점4위(588점)에 오르는 등 득점 5위 안에 토종선수가 2명이나 이름을 올렸다(2014-2015 시즌엔 득점 1~5위가 모두 외국인 선수였다).
하지만 이재영이나 박정아, 이소영, 강소휘처럼 확실한 토종거포가 없었던 인삼공사에게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들의 적절한 공격분배는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 인삼공사로서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맡기고 국내 선수들의 안정되고 끈질긴 수비를 통해 외국인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작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들 중 득점왕이 유독 자주 배출되는 이유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디우프가 2019년 V리그의 문을 두드렸을 때 배구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드래프트 제도를 쓰는 V리그에서 고작(?) 15만 달러(약1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활약하기엔 수준이 매우 높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인삼공사는 팀의 주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디우프를 지명했다.
그리고 디우프는 인삼공사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컵대회와 시즌 초반만 해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태업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던 디우프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압도적인 기량으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떠올랐다. 시즌 개막 후 첫 15경기에서 6승9패에 머물렀던 인삼공사도 디우프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마지막 11경기에서 7승4패를 기록하며 정확히 5할 승률(13승13패)로 시즌을 마쳤다.
주전-백업 세터 가리지 않는 '인삼공사 복덩이'
▲디우프는 30일까지 1409회의 공격을 시도하며 48.25%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디우프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됐을 때도 시즌이 최종적으로 종료될 때까지 동료들과 함께 팀을 지키는 의리를 보였다. 시즌이 끝난 후엔 인삼공사의 이영택 감독과 한송이, 염혜선 등 베테랑 선수들이 디우프가 이탈리아로 출국할 때 공항까지 배웅을 나가며 디우프를 챙겼다. 그렇게 쌓인 인삼공사와 디우프의 신뢰는 2020-2021 시즌 그토록 바라던 디우프의 재계약으로 이어졌다.
디우프는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30.48득점을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시즌 초반부터 정호영, 지민경, 고민지 등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중앙에서는 한송이와 박은진이 선전해 주고 있지만 왼쪽에서 최은지와 함께 디우프의 부담을 덜어줄 윙스파이커가 마땅치 않은 게 인삼공사의 최대 약점이다.
설상가상으로 30일 도로공사전에서는 주전세터 염혜선이 장염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대신 백업세터 하효림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1998년생 프로 5년 차 하효림은 데뷔 후 한 번도 풀타임 주전을 소화한 적이 없고 이번 시즌에도 출전 경기가 11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염혜선과는 경험 차이가 많이 나는 백업 세터다. 당연히 선수들과의 호흡이나 토스의 안정감 등에서 염혜선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디우프는 경기 내내 코트 안에서 하효림 세터에게 한 번도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면 하효림 세터를 안아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주전 세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빨리 인지하고 하효림 세터와의 교감을 통해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디우프는 평소 동료 선수들의 영어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쾌활하고 사교성이 좋은 선수다(반대로 국내 선수들이 지어준 디우프의 한국 이름은 '인삼공사 복덩이'라는 의미의 '인복'이다). 공격이 집중되는 것은 모든 구단의 외국인 선수가 마찬가지라며 자신에게 집중되는 많은 공격 점유율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디우프. 그의 한국이름처럼 인삼공사에게는 그야말로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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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4호 40득점' 디우프, 인삼공사의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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