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LG 트윈스만큼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팀도 없었다. 작년 LG는 MBC 청룡을 인수한 지 정확히 30년이 되던 해였고 2002년에 데뷔해 LG에서만 19년째 활약하고 있는 LG의 '아이콘' 박용택이 마지막 시즌임을 선언했다. 투타조화가 잘 이뤄진 LG의 안정된 전력에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큰 형님 박용택에게 우승반지를 선물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용택은 끝내 우승반지 없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꺾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2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커리어 6번째이자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치른 박용택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대타로 출전했지만 안타를 때리지 못하고 19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치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대호는 FA 계약서에 아예 '우승옵션'을 포함시켰다. 이대호는 계약기간 2년 동안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1억 원의 옵션금액을 추가로 수령하기로 했다. 하지만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무려 29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이다. 과연 롯데는 이대호와 계약한 2년 동안 우승팀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경험조차 없는 '조선의 4번타자'
1992년 대한민국은 군부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었고 '휴거'소동으로 나라가 떠들썩했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문화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올해로 데뷔 14주년을 맞으며 '젊은 레전드' 반열에 오르고 있는 아이유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이다. 그리고 부산의 야구팬들이 자랑스럽게 "롯데 최고"를 외칠 수 있었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롯데는 1992년 염종석과 윤학길, 고 박동희, 박정태, 김민호(NC다이노스 2군 타격코치), 김응국, 전준호(NC 2군 작전·주루코치) 등의 활약에 힘입어 빙그레 이글스를 4승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는 정규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준플레이오프부터 힘들게 가을야구를 시작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 빙그레 같은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꺾었다.
하지만 1992년을 끝으로 무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롯데는 3번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20세기에는 1995년과 1999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우승에 가까웠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든 후에는 4년 연속 최하위(2001~2004년)를 포함해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도 없다. 21세기 들어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팀은 2015년부터 1군 리그에 참여한 kt 위즈와 롯데뿐이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입단한 후에도 롯데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대호는 롯데가 본격적으로 암흑기에 빠지기 시작한 2001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첫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2006년에도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부터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지만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2011 시즌이 끝난 후 일본으로 진출해 2014년과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니폼을 입고 2년 연속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특히 2015년에는 5경기에서 16타수8안타(타율 5할) 2홈런8타점을 쓸어 담으며 외국인 선수로는 무려 19년 만에 재팬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14홈런을 때린 이대호는 2017 시즌을 앞두고 4년 15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금액을 받고 롯데로 금의환향했다.
신인-외국인 선수 외 별다른 보강 없는 롯데
롯데는 이대호가 타율 .320 34홈런111타점을 기록한 2017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해 NC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이대호가 복귀한 첫 시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으면서 롯데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고 착실히 전력을 보강한다면 이대호의 계약기간 동안 21세기 첫 한국시리즈 우승도 가능할 거라고 예상하며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후 3년 동안 7위, 10위, 7위에 그치며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무엇보다 작년 시즌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롯데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롯데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리그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인 안치홍을 영입했고 외국인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도 15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2위(2.50)에 올랐다. 커리어하이 시즌(타율.295 11홈런58타점72득점)을 보낸 정훈의 활약과 17홈런67타점을 기록한 한동희의 성장도 놀라웠다. 하지만 롯데의 성적은 5위 키움에 9경기나 뒤진 7위에 불과했다.
이대호는 2019년 부진(타율 .285 16홈런88타점)을 씻고 작년 타율 .292 20홈런110타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타율이나 홈런에서는 기대 만큼 큰 반등은 없었다. 여기에 롯데는 마운드에서도 마무리 김원중을 발굴한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었다. 부상을 털고 풀타임으로 활약한 박세웅이 8승, 2년 차 사이드암 서준원이 7승으로 선전했지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팀의 토종 에이스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손성빈, 김진욱, 나승엽으로 이어지는 신인 3인방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보강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kt와의 트레이드로 유틸리티 플레이어 신본기와 불펜투수 박시영이 팀을 떠났고 외야수 민병헌은 뇌동맥류 수술을 받아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2+2년 계약을 한 안치홍이 'FA 로이드 효과'를 누리고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스트레일리급' 활약을 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이대호는 롯데와 우승옵션 연 1억 원 계약을 하면서 우승 시 수령하는 1억 원의 보너스는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팀을 생각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이대호의 마음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3년 연속 가을야구에도 가지 못한 팀에 소속된 이대호가 포스트시즌도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에 1억 원의 거액옵션을 걸었다는 것은 롯데팬들을 위한 지나친 희망고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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