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님은 페미니스트> 스틸 컷
여성인권영화제
<주님은 페미니스트>의 원제는 'Radical Grace'인데, 기막힌 번역 타이틀로 기억될 듯하다. 은총(Grace)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영화는 천주교단을 소재로 하고 있다. 교단의 엄격주의와 가부장에 반기를 든 수녀들이 수십 년 간 공동체를 꾸리며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해가는 약자와의 연대기를 기록했다. 그런데 수녀들을 다룬 영화에 왜 'Radical'과 '페미니스트'가 타이틀로 언급되고 있는 걸까.
수녀들이 엄격한 교단에 이의를 제기하자, 바티칸은 수녀 공동체를 사찰하기 시작한다. 시몬 수녀를 주축으로 한 사회봉사 수녀회는 약자들을 배제시키는 의료법에 반기를 들고 '오바바 케어'(의료 보험 개혁법)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다. 보수주의자들의 눈에 '오바마 케어'를 지지하는 수녀들이 눈엣가시가 되기 시작한다.
크리스 수녀는 1970년 대 노동자 조합에서 잔뼈가 굵은 교회개혁 운동가다. 그는 신의 강력한 부름을 받고 종교에 귀의했다. 초보 수녀 시절까지만 해도 보수적 천주교단이 변화하면 신부 서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할머니 수녀가 된 지금까지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권력이 남성들에게 집중된 현 교단의 문제점을 반박하기 위해, 그들은 기독교 초기 교회의 흔적을 찾아 로마 유적지를 탐사한다.
프리실라 카타콤 묘지에 새겨진 여성 부사제의 벽화와 성 프라시티 성당의 테오도라 주교의 모습 그리고 성체와 성배를 받든 여자 사제의 그림은, 기독교 초기 여성이 사제였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 눈물 흘리는 그들은 "우리도 자격 있다"며 하나님의 대리자로 다시 세상으로 대담하게 걸어 나아간다. 이들의 행보는 하나님의 말씀을 독점하려는 남성 중심 교단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불온한 자들로 찍혀 사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진 수녀는 교단에서 관심 가지지 않는 지역사회의 약자를 보살피며 오랫동안 공동체를 꾸려온 할머니 수녀다. 약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했"고, "수녀 복 입고 다니면 절대 말을 안 걸"기에, 수녀 복을 벗어던졌다. 수녀 복을 벗어던지고 교회를 떠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 교단은 그의 신앙을 의심하고 사찰하기 시작했다.
공동체 사람들은 진 수녀의 선행을 입 모아 찬양하지만, 오히려 그는 "이런 삶은 특권"이라 말한다. 부족한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대리하는 특권을 누림으로써 변화되었다고 믿는 그는, "사람(약자)들과 있는 시간이 성스러운 시간"임을 고백한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신뢰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의 죽음 후 목격되는 사람들의 진정한 애도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들 공동체를 이끄는 수녀들은 "우리의 싸움이 모두의 싸움이다"를 천명하고, 약자와의 연대를 꾀하기 위해 더 큰 용기를 낸다. 미 전역을 버스로 돌며 서로가 서로의 용기임을 확인해 나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버스를 탄 수녀들'(Nuns On the Bus)이 투어를 시작하고, 이들에게 "We are all Nuns"라며 지지와 한호를 보내는 끊이지 않는 행렬은 이들의 투쟁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버스를 탄 수녀들'은 피임과 낙태를 지지하는 이유로, "생명권만 중요하지 않다. 모든 목숨이 처한 현실을 보라"고 일갈한다. 이들을 향해 한 남자가 "저들은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신부보다 더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폭언하는 장면은, 낮은 곳에 임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려 서 있는 이들의 땅이 얼마나 극단적인 종교적 지형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후 2014년 12월, 바티칸은 6년간 미국 수녀 공동체를 사찰해 온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관 신부는 "신부로서, 남성 신자로서, 이들 수녀들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중요한 과정을 배우게 했다"라며 바티칸의 자기 고백을 대신한다. 2015년 바티칸이 마침내, 미국 수녀에 대한 사찰을 끝내고 주교의 감독을 거둔다고 발표하자, 할머니 수녀들은 긴 싸움을 일단락한다. 하지만 수녀들은 여기서 멈출 기세가 아니다. 남성 독점의 교회 구조를 바꾸는 일이 하나님이 내린 다음 미션임을 다짐한다. 이들이 'Radical Nuns' 또는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이유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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