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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은 재밌더니 정규방송은 왜? '안다행'이 노출한 약점

[TV리뷰]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20.11.15 15:49최종업데이트20.11.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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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두 출연자들이 문명과 멀리 떨어진 무인도를 찾아가 티격태격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생존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축구스타 안정환-이영표가 출연한 2주 특집 편성으로 처음 선보인데 이어, 시청률에서 역대 파일럿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8%(닐슨 코리아)을 기록할만큼 반응이 좋자 10월부터 정규편성에 성공하며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까지 꿰찼다.

냉정히 말하면 <안다행>은 시작부터 그다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오지 체험이나 '자연인'으로 불리우는 현지인 호스트의 존재, 상반된 개성을 지닌 출연자들이 열악하고 제한된 환경속에 몰아넣을때 드러나는 솔직한 반응을 관찰하는 구성 등은 <나는 자연인이다> <삼시세끼> <정글의 법칙> <1%의 우정> 등 여러 기존 예능들의 설정을 이리저리 끌어모아 짜깁기한 것에 가까웠다.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MBC
 
망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행>의 파일럿이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 19시대를 맞이하여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삶이 주는 '힐링', 소수의 인물들이 도시와는 전혀 다른 오지 생활 속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모처럼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하는 '휴머니즘'적인 요소에 있을 것이다.

특히 <안다행>의 연착륙에는 첫 주인공이자 현 MC이기도 한 안정환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안정환은 <안다행>에서 후배인 이영표와 '앙숙 케미'의 모범을 선보였다. 겉보기에 안정환은 방송내내 이영표에게 수시로 툴툴대고 구박을 하는듯 하지만, 정작 요리나 낚시 등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먼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은근히 챙겨주는 츤데레 기질을 선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예능 출연이 많지 않고, 경험하는 대부분이 처음 투성이였던 이영표를 안정적으로 리드해주는 역할도 담당했다. 안정환과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핵심멤버이고 오래된 대표팀 선후배이자 경쟁사의 축구해설위원이라는 인연으로 엮여있지만, 두 사람이 콤비로 함께 엮일만한 계기는 많지 않았고, 개성도 전혀 달랐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이런 생각지못한 '의외성'이 오히려 신선한 매력요소로 작용했다.

지적이고 모범생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이영표가 무인도에서는 하는 일마다 '허당'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거나, 종종 뺀질거리기까지 하는 반전 면모를 선보였다. 이런 모습이 방송에서 답답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시청자에 앞서서 이영표의 캐릭터를 구박하는듯하면서도 유연하게 받아넘길줄아는 안정환의 리액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두 사람간의 오랜 친분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안정환이 말만 앞서는 선배이거나, 이영표의 행동에 진심으로 짜증섞인 반응으로만 일관했다면 두 사람의 무인도 생활은 결코 유쾌한 케미로 승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바꿔말하면 <안다행>은 프로그램 자체의 기획이 주는 매력보다는 출연자 개인의 호감도와 케미에 따라 편차가 큰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요소 또한 분명히 드러낸 것이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정규편성이 확정되고 안정환과 이영표 조합이 또다시 출연한 첫 회 방송부터 현실이 됐다.

파일럿 편성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안정환-이영표의 만담이나 상호 케미는 파일럿에서 보여준 내용의 재탕에 가까웠고, 나름 무인도 생활에 적응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거나 예상밖의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도 줄어들었다. 또한 정규 1회에 섭외된 자연인 호스트가 타 방송에도 이미 여러차례 출연했던 인물이라는 점은 파일럿 때부터 지적받았던 '타 방송의 컨셉 베끼기' 혹은 '캐릭터 재탕'이라는 약점을 더 부각시켰다.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안정환-이영표 이후 출연진은 박명수-하하, 문희준과 토니안이라는 전문 연예인 멤버들로 이어졌다. 박명수와 하하는 MBC 레전드 예능 <무한도전>의 고정멤버였고, 문희준과 토니안은 인기 아이돌 H.O.T의 멤버로 유명하다. 물론 익숙한 연예인 절친들의 조합을 통하여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는 것을 노린 측면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방송의 특성이나 출연자 상호간에 대해서 너무나 잘아는 뻔한 조합이었기에 방송분량 역시 예측가능했던 뻔한 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박명수-하하가 섬에 들어가 자연인의 눈치를 보고 빌린 도구를 파손하여 쩔쩔매는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무한도전>의 상황극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문희준과 토니안이 더덕을 캐고 불을 피우느라 고생하는 장면들은 두 사람간의 케미를 살리기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정과 상황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데도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별달리 뚜렷한 재미 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관찰예능에서 오히려 서로에 대하여 너무 잘알고 방송시스템에 익숙한 출연자들의 조합이 마이너스가 될수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안다행>이 기존의 '친목예능'을 답습하거나 <나는 자연연이다>의 아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명이 그리 오래가기는 어려워보인다. 무인도 생활이 주는 자연의 풍광이나 먹방도 몇주만 반복하다보면 금방 싫증이 난다. <안다행>의 진정한 매력은 결국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케미'에서 나와야한다.

굳이 무인도라는 공간에만 집착할 필요도, 연예인이나 절친만을 섭외대상으로 한정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출연자는 부부나 가족, 직장 선배와 후배, 남사친-여사친 등 어떤 조합도 될 수 있다. 혹은 한때 친했지만 지금은 서먹서먹해진 과거가 있는 인물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규편성된지 한달여만에 벌써 식상한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 <안다행>으로서는, 성공했던 파일럿 당시 과연 어떤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는지 근본적인 인기 비결을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안싸우면다행이야 안정환 HOT 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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