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 - 인류세> 한 장면.
EBS
"재난적 상황에서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간 역시 멸종을 피할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코로나19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바로 '인류세(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시대)' 이야기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주제로 한 EBS <다큐 프라임 - 인류세>를 '2020 방송 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하고 위와 같은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큐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됐다. 1부 '닭들의 행성'은 230억 마리에 달하는 닭들이 결국은 인류를 대표하는 화석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담았다. 2부 '플라스틱 화석'은 처음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게 된 '우연'부터 플라스틱 때문에 몸살을 앓는 지구의 현주소를 재조명한다. 3부 '안드레의 바다'는 어부를 꿈꾸는 소년 안드레를 통해 오염된 바다의 현주소와 암울한 미래를 비춘다.
방송을 접한 이들이 깊은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건, 암울한 미래를 만드는 데 지금의 나도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이 아닐까. '치킨'이 우리 야식의 대명사가 된 지는 오래다. 오늘 밤에도 누군가는 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할 것이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음식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그 과정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은 매일 산더미처럼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 그 플라스틱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며 혼탁해진 바다는 우리의 미래와 같이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 15일 <오마이뉴스>는 이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한 EBS 최평순 PD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260편의 방통위 방송대상 응모작 중 대상으로 선정된 소감부터 프로그램 제작과정, 그리고 지구와 인간의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최 PD는 2016년 외국 웹사이트를 통해 'Anthropocene'(인류세)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고 회상했다.
"보는 순간 단어 자체에서 힘이 느껴졌다. 해외에선 이미 유명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과학자들을 빼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과학계에서 관심 받는 연구 주제고,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단어니 이 용어를 잘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수상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정말 뜻깊을 것 같다."
다큐 '인류세'는 기획부터 방송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됐고 총 10개국을 촬영했다. 긴 여정이었지만 시작 지점엔 최 PD 혼자 있었다. 그는 "메인작가, 조연출, 리서처, 촬영 감독, 음악 감독 등 한 명씩 제작 공정에 맞게 늘어났다가 줄기도 했다"라며 "평균 3~5명이 함께 작업했다"라고 소개했다.
"우주인이 지구 방문해 이 시대 화석 찾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