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 세터(IBK기업은행)
박진철 기자
관건은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가 IBK기업은행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김희진 혼자만의 활약으로 떠넘길 수 없는 점이 분명 존재한다. 감독과 주전 세터 이나연(28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희진이 대표팀에서 라이트 공격수로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한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라이트 공격수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여론에 흔들림 없이 줄기차게 김희진 카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라이트 토스에 강점이 있는 이다영, 염혜선 세터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누가 뭐라 해도 IBK기업은행의 강점은 김희진, 김수지의 존재다. 두 선수를 적극 활용해야 강팀들을 상대로 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다.
경기가 안 풀리고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해서 두 선수의 활용도를 줄이고,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거나 레프트 위주의 단순한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IBK기업은행의 부진은 개선되기 어렵고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 지금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플레이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토대를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
'신생팀 모범생' IBK... 여자배구·V리그에 '큰 혜택'
여자배구에서 IBK기업은행은 가장 늦게 창단한 막내 구단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 발전과 V리그 흥행에 신생팀으로서 IB기업은행이 안겨다 준 혜택은 매우 크다.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 V리그에서 첫선을 보였고,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3회,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KOVO컵 우승 3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면서 여자배구 '최강 팀'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구단 프런트의 적극적인 투자, 이정철 감독의 역량과 외국인 선수 선택에서 탁월한 안목, 국내 선수의 경쟁력 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었다.
그러면서 '팀 수가 늘어나면, 리그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배구 유망주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IBK기업은행이 배구단에 적극 투자를 하면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구단에게 자극을 준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여자배구 대표팀, 유소년·생활체육 배구 대회 등에도 많은 후원을 해왔다. 신생팀 하나가 창단되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선순환이 발생하는 지를 잘 보여준 산증인이다.
처음 마주한 '골짜기'... 돌파냐 추락이냐
그러나 영원한 왕조는 없다. IBK기업은행도 올 시즌 최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다. 창단 이후 최초의 일이다. 5~6위권에서 맴돈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승승장구해 온 과정에서 한 번은 겪어야 할 큰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지금 맞닥뜨린 골짜기에서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느냐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
V리그에서 소위 '만년 하위 팀'으로 불리는 남녀 구단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보여 온 공통의 특징이 있다. 시즌 중반까지는 하위권에서 고전하다 후반기에 연승을 하며 다음 시즌은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면서 시즌 중에 드러난 본질적 문제점들에 대해 확실한 개선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똑같은 하위권 패턴을 반복한다. IBK기업은행이 그 길을 갈지 말지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사실 IBK기업은행의 현재 선수 구성을 따져보면, 꼴찌를 하고 있어야 할 팀이 아니다.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 김희진, 주전 센터 김수지, 백업 레프트 표승주가 있다. 주전 세터 이나연도 지난해 라바리니 체제의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외국인 선수도 지난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면, 언제든지 1~2위 팀도 무너뜨릴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난 1월 중순 1위 팀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고, KGC인삼공사도 꺾으면서 기세를 올린 적이 있다.
결국 '강팀 DNA'를 되찾기 위해서는 올 시즌의 시행착오를 진솔하게 대하고, 개선하겠다는 치열한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이 시즌 막판 모두가 두려워하는 '고춧가루 부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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