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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 기근' 농구 대표팀, 허훈-두경민이 희망될까

[주장] 최준용 부상으로 '역대 최약체 우려' 속 세대교체 필요한 가드진

20.02.05 12:14최종업데이트20.02.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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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2019-2020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부산 kt의 경기. kt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2019-2020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부산 kt의 경기. kt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한창 고전할 때도 슈터와 함께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포지션으로 평가받았던 것은 가드였다. 신동찬, 유재학, 박수교,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김선형 등 한국농구는 항상 매 시대마다 뛰어난 가드들을 배출해왔다. 이들은 수준급의 기술과 패스능력을 앞세워 이충희, 허재, 문경은 등 당대 최고 슈터들의 능력을 더욱 살리는데 기여하며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양동근을 끝으로 한국농구의 간판 가드 계보는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한국 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양동근은 이미 2015년 이후 국가대표팀을 은퇴했고, 그 뒤를 이었던 김선형과 박찬희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확실한 신뢰를 주는 선수가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김상식 농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2019 농구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1 예선(WINDOW-1) 남자농구 국가대표 명단에는 30대 이상 베테랑들이 빠지고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중 포인트 가드진은 허훈(부산 KT)과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단 2명만이 선발됐다.

현재로서 주전 포인트가드로는 허훈이 유력하다. 경쟁자인 김낙현이 이번이 성인대표팀 첫 발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허훈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허훈은 2010년대 후반부터 유망주로 인정받으며 젊은 선수 중에서는 성인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얻은 가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확고부동한 1인자라기에는 아직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허훈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19 농구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모두 포함되었으나 백업 멤버에 그쳤고,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출장시간이 많지 않았다. 기복심한 플레이에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유독 많은 기회를 독점한 탓에 친아버지인 허재 감독이 대표팀을 맡던 시절에는 '특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시즌의 허훈은 MVP 후보로 거론될만큼 기량이 급성장했다. 사실상 KT의 에이스이자 현재 KBL 최고의 가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젊은 선수임에도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과 파워 넘치는 플레이는 형인 허웅(원주 DB)보다도 오히려 아버지 허재를 더 많이 닮았다는 평가다. 다만 국제무대에서는 신장과 수비의 약점이 뚜렷한데다 경기운영능력의 안정감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김상식 감독은 당초 장신 포워드 최준용을 상황에 따라 가드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한국농구는 전통적으로 190cm 이상의 장신가드가 부족했다. 그나마 박찬희가 있었지만 공격력의 한계로 항상 주전으로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대표팀의 정통 가드인 허훈과 김낙현도 모두 180대 초반의 단신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농구도 각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장신화에 성공했지만 포인트가드만은 여전히 단신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국제무대에서 신장과 힘의 우위를 안고있는 강팀을 만났을 때 가드진이 미스매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표팀이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꺼내든 대안이 포워드 최준용의 변칙적인 가드 기용이었다.

2미터의 장신임에도 외곽슛과 볼핸들링 능력을 갖춘 최준용은 허재 감독 시절부터 종종 가드로 기용된 바 있다. 하지만 최준용이 지난 2일 전주 KCC와 리그 경기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8주 진단을 받으며 아시아컵 예선 출전이 불발됐다. 대표팀으로서는 가드진 운용과 수비 전술에서 하나의 핵심적인 옵션을 잃은 셈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4일 최준용 대신 두경민의 대체발탁을 발표했다.
 
 지난 1월 27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DB 두경민이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DB 두경민이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두경민은 지난달 상무에서 제대한 뒤 소속팀 원주 DB에 복귀하며 2019-20시즌에는 9경기에 출전했고 평균 24분 26초동안 16.0점 4.3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4.7%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맹활약을 인정받아 4라운드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두경민은 실력만 놓고봤을 때는 대표팀에 처음부터 발탁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다. 두경민은 실력에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유독 운이 없는 선수로 유명했다. KBL에서는 최고의 듀얼가드지만 국제무대에서 활용하기에는 포지션과 신장이 애매하다는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서 두경민만큼 속공과 투맨 게임은 물론 클러치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해결능력까지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경험많은 고참급이 되며 무게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로 적격이다. 24인 예비 명단에 포함되었던 나머지 선수들이 이재도(KGC), 한호빈(오리온), 이정현(연세대), 이우석(고려대) 등이었음을 고려할 때 두경민 외에는 어차피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한 수 아래의 약체들을 상대하는 아시아컵 예선은 젊은 선수들을 내세운다고 해도 부담이 큰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역대 대표팀에 비하여 무게가 떨어져보인다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가드들의 활약을 보는데 익숙해졌던 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 아직은 부족하다.

돌이켜보면 양동근이나 조성민, 이정현같이 2010년대 한국농구를 책임진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처음부터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 모두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대표팀에서 자신과 어울리는 전술을 만나면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허훈과 두경민, 김낙현 모두 저마다 장단점은 있지만 현재 한국농구에서 가장 능력있는 선수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들에게는 국제무대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들이 KBL '국내용'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대표팀에서도 선배들의 아성을 이을 수 있도록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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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 두경민 김상식감독 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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