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팬미팅 기자간담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정민
<슈가맨3> 방송 직후 미국으로 돌아갔던 그는 처음엔 자신을 향한 엄청난 관심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식당으로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끊이지 않아서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양준일은 "지금 한국이 난리가 났는데 아직 거기서(미국에서) 서빙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양준일은 30여 년 전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앞서 <슈가맨3>에서 그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너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는 사연을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저는 당시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저와 함께 가신 분이 대신 말을 전해주더라. '너같은 사람이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게 싫다'고 했다더라. 다른 출입국사무소에서 비자를 받을 수 없나 알아보기도 했지만 제 주소지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 방법이 없었다. 공연을 진행해보려고도 했는데 직원이 공연장에 찾아와서 '다시는 한국에 못 들어오게 만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이외에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V2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그는 한국에서 여러 불합리한 일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양준일은 여러 번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그는 미국 생활을 완전히 접고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계획이다. 양준일은 "이제 연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대한민국을 좋아한다.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었고 (미국에) 돌아갈 때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내게 한국은 다가가기 힘든, 멀리서 바라보는 것 같은 존재였다. 내 마음은 다가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한국에서 살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것 같다. 다시 못 돌아올 것 같아서였다. 한국에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 주변에 저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 따뜻함들만 기억하고 싶다."
팬미팅은 오후 4시, 8시 2회에 걸쳐 연이어 개최된다. 그러나 팬미팅을 세 시간여 앞둔 시점에도 공연장 앞에는 양준일을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날은 낮 기온이 영하 4도를 밑도는 등 '한파 특보'가 내려졌지만 팬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그보다 팬들은 양준일을 좀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해서 혹은 과거에도 응원했지만 그에게 닥친 시련을 모르고 지내서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하지만 양준일은 그런 팬들에게 "미안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팬분들이 제게 미안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저도 똑같이 미안하다.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때는 내게 팬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그런 걸 통과하면서 얻은 게 많다. 한 순간도 버리고 싶지 않다. 지금 이렇게 환영해주시고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아픔을 잊어버리게 된다. 과거 힘들었던 것보다 지금이 훨씬 기쁘고 믿기지 않는다. 너무나 감사하고 저의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마음으로 팬분들을,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팬미팅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이날 팬미팅을 시작으로 양준일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그는 "지금 책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방송에서 했던 말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더라.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 음반이 중고 시장에서 고가에 팔린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곡들을 재편곡, 재녹음해서 팬들이 원하는 실물 앨범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 섭외는 물론, 광고계 러브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양준일 팬미팅 공연의 제목은 '양준일의 선물'이다. 그야말로 30여 년 만에 팬들에게 선물처럼 돌아온 것을 뜻하는 제목이다. 그에게도 지금 이 시간은 선물 같은 시간이리라. 하지만 양준일은 "(지금 이렇게 스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이뤄진 것 같다"는 철학적인 답을 내놓았다.
"(<슈가맨3>에 출연하기 전에) 내가 걱정했던 것들은 다행히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원하지도 않았다. 사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20대 때도 그랬고, 50대에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양준일이 털어놓은 속마음 "가수 활동 안 해도 한국 살겠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