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KBS 스포츠국 기자
이영광
- 그럼 그 질문에는 뭐라고 답변하세요?
"올림픽 금메달 중요합니다.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프로로 갈 연령대가 되면 공부보다 운동에 훨씬 집중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폭력과 폭력적 구조, 또 대학입시 부정에 노출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오더라도, 학생들이 경기력 강화와 금메달을 위해서 (모든 걸) 감내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는 운동 100 공부 0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걸 80 대 20이건 90 대 10이건 최소한의 사회생활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거죠. 양쪽을 병행하는 건 하고자만 하면 어렵지 않아요. 이미 수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요."
- 그렇게 하면 세계 1등이 안 나온다는 주장이 있죠.
"그 말이야 말로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 더 많은 이강인, 손흥민, 김연아가 나올 거예요.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정말 잘못하는 게 뭐냐면 김연아, 이강인, 손흥민 선수는 대한민국 스포츠 시스템에서 나온 선수가 아니에요
이강인 선수는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에서 자란 선수가 아니에요. 유럽 가서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공부와 운동 병행 시스템에서 자란 선수예요. 손흥민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강인 선수는 중학교 때까지 학교 수업 매일 다하고 프로팀 산하 유스팀에서 하루 운동 2시간 한 게 다예요.
유럽은 17~18세가 되어 프로에 갈 선수가 되면 수업 안 합니다. 인생의 진로 정한 거죠. 그러나 그 정도 선수는 만 명의 한두 명이겠죠. 나머지 유럽 선수들은 고등학교도 다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아니죠. 물론 과거에 비하면 수업에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근본적 시스템 자체가 공부 병행하고 있는 건 아닌 거예요."
- 조재범 전 코치의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폭력 문제는 최종적으로 선고 받았고요. 복역 중이에요. 그러나 성폭력 문제는 별도 재판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조 전 코치가 성폭력 문제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압니다."
- 국가인권위원회가 1월 '스포츠 인권 특별 조사단'을 꾸려 전수조사한다고 했잖아요. 결과 나온 게 있나요?
"국가인권위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는 가장 체계화된 조사인 것 같고요. 국가인권위도 1년간 성과를 많이 냈습니다. 최근엔 스포츠 인권 존중 캠패인도 하고 있고요. 스포츠 인권이 개선되는 분위기는 조금씩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로 꿈도 이어가고 동시에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는 이상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예들 들어 볼게요. 제가 축구선수를 했으니 실제 겪은 일입니다. 축구선수 시작한 그날로 학교 수업을 아예 들어가지 않았어요. 전 그전까지 공부 못하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매일 저희집 찾아와서 어머니에게 '운동시키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제가 워낙 축구 좋아했죠. 수업은 아예 안 들어가고 방학엔 하루 네 탕 운동하고 밤에 몽둥이 맞고 잡니다. 그러면 공부하는 건 불가능해요. 딱 1년 하면 바닥으로 갑니다. 그리고 교실 친구 관계도 다 끊어집니다. 그런 상황이 3~4년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제가 대학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운동입니다. 근데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경기 출전해야죠. 그럼 100% 권한 가진 사람은 코치예요. 경기 이겨야 대학 갈 수 있거든요. 이게 대한민국 운동선수 진학 시스템이에요.
언남고 사태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지도자가 학부모를 성폭행해도 저항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시스템이 걸러주지 않으니 코치 몇 명이 짜서 누군 여기 보내고 재쟤는 저기 보내는 거거든요. (지도자가) 하느님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 학생들이 내내 합숙소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천안 초등학교 학생들이 세상 떠난 거잖아요. 그런 비현실적, 비교육적 비인권적으로 운동하고 맞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 승부 조작하는 시스템과 환경 안에 있는데,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근본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면 제가 볼 때 그건 꿈꾸는 거죠. 불가능한 일입니다."
- 앞으로 과제는 뭘까요?
"저는 스포츠 혁신위 권고안 2안인 '학교체육 권고안'을 기본적으로 실행하면 바뀐다고 봅니다. 그건 새로운 안이 아니고요. 지난 10여 년간 논의된 모든 내용이 집약된 겁니다. 그래서 이미 로드맵 등 모든 게 다 나온 거예요. 정부 의지에 따라 실행을 할지 말지만 남았습니다."
- 내년에는 바뀔 거라는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전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역량을 봤을 때 큰 기대는 안 합니다. 바뀌기를 희망하죠. 그러나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식의 수준과 역량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는 반대하고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고 정부는 표만 바라면 개혁이 될까요? 하지만 어쨌든 그 길을 계속 가야죠."
- 마지막으로 바람이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우리 사회에 부탁하고 싶어요. 스포츠 개혁이라는 문제를 내 삶과 동떨어졌다 생각하지 마세요. 이건 엘리트 선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육계의 문제고, 이게 생활체육으로 이어지면 대한민국 미래 복지 사회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엘리트 스포츠 문제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어요. 체육은 내 인생과 관계없는 문제로 생각하고 등한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선진 사회로 가는데 있어 스포츠 개혁이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라는 걸 인식하면서 진지하게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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