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자이언트펭TV
펭수와 자폐성 장애인은 꼭 닮았으나 180도 다른 면도 있다. 바로 보호자의 태도다.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은 이유 없이 세상에 죄송해 했다. 활동 보조인인 나도 그랬다. 집 밖으로 한 걸음 떼는 일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힘든 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는데, 사람들의 잘못된 반응에 오히려 허리를 숙였다.
반면 펭수의 보호자들은 당당하다. 펭수는 소속사 EBS의 사장 이름을 "김명중!" 하고 크게 외치고, 인파들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 가며 자신의 몸집에 맞지 않는 가위 등의 소품을 쥐어주는 이들에게 던지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외친다. "펭수는 열 살이라 아직 금전 개념이 없고 회사의 직급 체계를 몰라요", "펭수는 부모님을 남극에 두고 헤엄쳐서 한국까지 왔어요. 지금은 펭귄어를 하는 거예요"라고 귀띔해준다. 그렇게 뭇사람들은 펭수를 있는 그대로, 말 그대로 '펭수를 펭수로' 받아들인다.
펭수가 어떤 행동을 하든 미소 짓고 바라보게 된 건 순전히 제작진 덕이다. 혼자서는 의자에 앉거나 입구를 통과하는 것조차 못하는 펭수의 곁엔 늘 제작진이 함께한다. 제작진은 펭수를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펭수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당당한 양해를 구한다. 펭수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때를 제외하면, 펭수의 모든 행동을 칭찬하고 꼭 껴안아준다. 행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꼭 존댓말을 사용해서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잘 설명해준다. 키 2m가 넘는 거대 펭귄이지만 열 살이기 때문이다. 펭수 제작진은 백점 만점에 천 점짜리 발달 장애인 활동 보조자의 모습이다.
펭수를 기획한 EBS 이슬예나 PD는 펭수의 정체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여러 번 "펭수는 펭수"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은 펭수가 성별이 없다고도 했다. 펭수 인형탈 속에 어떤 사람이 들었든 상관없이 펭수는 그저 펭수일 뿐이었다. 우리 주변 자폐성 장애인을 대할 때도 펭수를 대하듯 해줬으면 한다. 특이한 소리를 내더라도 배제와 차별의 시선보다는 이해의 마음을 보내주길. 발달 장애인을 발달 장애인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발달 장애인을 품고 돌보기는커녕 죄인 취급해 왔다. 불과 2년 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발달 장애인의 부모님은 눈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2017년 기준 국내 등록된 발달 장애인 수는 2017년 12월 기준 22만 5601명이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0.4% 정도다. 또한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 어린이 36명 중 1명이 자폐증이라고 발표했다. 발달 장애인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데 주변이나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기는 어렵다. 발달 장애인이 자립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지원 정책이 부족한데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까지 겹쳐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펭수는 고향 남극에서 "너무 뚱뚱하고 크다고 다른 펭귄들이 놀아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펭수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은 외로웠다고 말한다. 대신 기후변화로 남극에 빙하가 녹아 힘든 펭귄들을 보호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왕따를 당해 걱정이라는 사람에게는 왕따를 조장하는 이들이 잘못된 거라며 책상이 부서질 듯 날개로 쾅쾅 치며 분노한다.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펭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리고 "특별하면 외로운이 별이 된다"고 노래한다.
하지만 특별한 별 중 아주 소수만이 사랑 받으며 빛난다는 걸 펭수는 알고 있다. 특별해서 외로운 별이 된 자폐성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펭수는 의사 표현도 또렷하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반면 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펭수와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 특성은 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펭수 제작진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너무도 특별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으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펭수에게 쏟는 사랑의 일부를 나눠 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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