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스페셜 >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하비 프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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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캘거리 대학의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스테빈슨 교수는 '진지한 여가' 이론을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진지한 여가>에서 "특수한 기술, 지식, 경험 등을 획득하고 표출하는 충분히 본질적이고 재미있고, 참여자가 경력을 쌓아가는 성취감 있는 아마추어, 취미 활동가, 자원봉사자의 체계적인 핵심활동"이라고 진지한 여가에 대해 정의했다.
크로스 컨트리, 산악 트레킹, 재즈 연주를 즐기는 스테빈슨 교수는 바나나 칵테일의 주재료는 '바나나'이지만, 거기에 '버터, 계피, 아이스크림' 등의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감으로써 '풍미'를 더하듯, 진지한 여가 활동은 삶의 질을 더욱 고양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다큐는 이 '진지한 여가' 이론을 제시한다. 여기서 여가는 TV 시청이나 낮잠 등과 같은 일상적 여가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으로서의 '여가'인 것이다.
하비 프러너, 아직은 도전 중
2009년 한 방송을 통해 '화장품 좋아하는 남자'로 소개되었던 김한균씨는 이제 어엿한 화장품 제조업체 사장님이 되었다. 비비 크림 등 당시만 해도 남자들에게는 낯설었던 화장품에 매료되었던 한균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화장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남성 화장품 시장 탓에 고배를 마셨다.
사업 초기 남자라면 다 비비 크림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그는 아이를 낳고 나서 사업 아이템을 바꾼다.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한 보습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이후 중국 시작에 뛰어들어 잘 나가는 '왕홍'이 되었다. 여기서 왕홍은 '현실이나 인터넷 생활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 인기를 얻은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비행기 승무원이던 주이형씨는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다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다친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피트니스를 시작한 그는 2015년 머슬마니아 유니버스 대회에서 동양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최고의 영예인 '프로카드'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좋아하는 일이 돈벌이 수단이 되니 그만큼 압박이 커졌고, 그는 머슬 마니아를 접목한 디제잉에서 다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운동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두려움을 '음악'을 통해 해소했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안정은씨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던 달리기가 그를 달리기 전도사로 만들었다. 몽골 고비 사막 등을 달리며 80~90개의 메달을 딴 그는 달리면서 만난 사람이나 경험한 일을 기록해 <나는 오늘 모르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이후 정은씨는 '서울에서 달리기 좋은 코스 100개'를 만드는 등 저자, 기획가, 강연자 등의 직업 부자가 되었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잘 하게 되었고, 그게 그들의 직업이 된 사람들을 '하비 프러너'라 칭한다. 하비 프러너의 등장은 무엇보다 더 이상 '인간의 노동'에 의존하지 않게 된 '산업 구조'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거기에 산업 고용 형태의 변화가 수반된다. 김한균씨가 중국의 왕홍이 되었듯이,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생겨나면서 '하비 프러너'의 등장을 촉진한다. 거기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듯이 젊은 층의 '취업 불황' 역시 새로운 직업군의 모색을 재촉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프로드 달리기 기획자로 일하고 있느 이윤주씨의 하소연처럼, '취미가 일이 되는 하비 프러너는 원하는 만큼의 수입을 벌 수 있느냐'라는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서핑복 사업이지만 집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팔아야만 그 일을 계속 지속시킬 수 있는 예림씨처럼, 아직 우리 사회에서 취미로 수입을 보장받기엔 조금 어렵다. 더구나 최근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장기적 불황'의 기운은 삶의 여유마저 잠식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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