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우려되던 모습이 최근 몇 경기에서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최근 4경기 연속 6이닝 이하 3자책점 이상으로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이 4경기 연속으로 부진한 적이 처음이라, 걱정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류현진은 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최근 이어져오던 부진의 늪을 빠져나올 필요가 있었던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있는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최근 마주한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결과만 봤을 때 다저스는 승리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까지 필요한 매직 넘버를 5에서 4로 줄였으나 류현진은 승리투수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힘 너무 들어간 류현진, 무너진 투구 밸런스
경기 초반부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2회초 류현진이 이날 경기의 첫 탈삼진을 잡을 때의 모습에서 그 이상 징후가 보였다. 스트라이크 존 윗쪽으로 빠른 공을 던지면서 자세가 흔들린 류현진은 마운드를 밟고 서 있던 오른발이 흔들리며 앞으로 넘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공을 던지다보니 자세에서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탓이었다. 다행히 발목이 꺾이는 등의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미 경기 초반부터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됐다.
그래도 3회까지는 실점 없이 넘어갔다. 경기 초반에는 그동안 상대 팀들로부터 공략당했던 밋밋한 체인지업이 어느 정도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최근 불펜에서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실시했던 체인지업 투구 미세조정이 어느 정도 먹히는 모습이었다.
이전까지 3경기에서 류현진의 투구에서는 몸의 회전과 팔의 회전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이 미세하게 늦게 나오는 모습이었다. 결국 밀려서 나오는 체인지업은 밋밋하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바로 이 타이밍을 교정한 결과 경기 초반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들이 류현진 특유의 장점이었던 바깥쪽으로 제구된 공을 밀어치는 공략으로 대응하면서 이닝 당 투구수가 많아졌다.
결국 투구수가 많아진 류현진은 4회에 지친 기색을 드러냈고, 체인지업을 던질 때 교정된 자세가 나오질 못했다. 2루타 1개를 포함하여 2실점했는데, 그나마 크리스 테일러의 도움이 없었다면 4회에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투구수 한계 다다른 류현진, 승리투수 요건 앞두고 강판
이날 시즌 최다 볼넷인 4볼넷을 허용했던 류현진은 5회에 이미 투구수가 90구를 넘는 등 심상치 않았던 경기를 보여주었다. 4회말 자신의 2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날렸고, 후속 타자 작 피더슨의 홈런으로 본인이 직접 득점까지 하는 등 승리에 대한 열의는 강했다.
7-2로 5점 차 리드를 안고 올라왔던 5회초 류현진은 1사 후 찰리 블랙몬, 놀란 아레나도, 이안 데스몬드 등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비록 하위권이었지만 로키스의 화력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과감하게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류현진 개인에게는 본인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해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경기의 승리가 필요했던 팀의 입장에서는 투구수 한계에 다다른 선발투수 대신 다른 투수를 투입하여 이닝을 끝내는 것이 맞았다.
일단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아담 콜라렉은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5회를 마쳤다. 로버츠 감독은 6회와 7회에는 선발투수 요원인 로스 스트리플링을 마운드에 올려 포스트 시즌에서의 롱 릴리프 활용과 관련된 점검을 실시했으며 다저스 계투진은 더 이상의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4.1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류현진의 투구수는 이닝과 대비하여 다소 많았다(91구). 시즌 평균 자책점은 2.35에서 2.45까지 상승, 여전히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에서 평균 자책점은 가장 낮지만 8월 12일 1.45에서 2.45까지 치솟으면서 마이크 소로카(2.53)와는 불과 0.08 차이까지 좁혀졌다.
지구 우승 앞둔 다저스, 아직 여유는 없다
이날 다저스가 승리하고 서부지구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도 승리했다.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매직 넘버는 5에서 4로 줄어들었고,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면 지구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넉넉한 승차를 보이고 있지만, 다저스에게는 여유가 없다. 비록 서부지구 우승은 다저스가 유력하지만, 최근 디백스는 다저스와의 4연전 중 3경기를 승리하는 등 와일드 카드 진입을 위한 막판 스퍼트를 시도하고 있어서 매직 넘버를 줄이는 방법은 다저스가 자력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포스트 시즌에서의 홈 어드밴티지 확보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5일까지 다저스는 92승 50패, 뉴욕 양키스는 92승 49패를 기록하고 있다. 다저스가 1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지만 일단 양키스가 반 경기 차로 앞서 있다.
2017년부터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는 종전 올스타 게임 승리 리그에게 부여하는 방식에서 정규 시즌 승률 우위 팀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만일 정규 시즌에서 동률일 경우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위를 결정하겠으나 다저스와 양키스는 올 시즌 인터리그 전적이 있기 때문에 상대 전적으로 홈 어드밴티지를 결정하게 된다(양키스 2승 1패 우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양키스를 뒤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규 시즌 마지막 날에 다저스와 양키스, 애스트로스가 동률을 이룰 경우에도 다저스는 어드밴티지 확보가 불가능하다. 양키스와 애스트로스가 포스트 시즌 대진표를 위한 타이 브레이커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기는 팀이 다저스보다 승차가 반 경기 앞설 수밖에 없다.
결국 로버츠 감독이 어느 정도 점수 차가 있음에도 류현진을 과감하게 교체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한 경기의 승리가 그 만큼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양키스와의 맞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에 어드밴티지를 얻는 방법은 양키스나 애스트로스보다 1경기라도 승률에서 앞서야 한다.
정상적 일정은 볼티모어 원정, 교정 시간 필요한 류현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체력보다는 최근 투구 밸런스에 대한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팔의 각도가 떨어진 문제도 있고 공을 던질 때 몸이 빨리 쏠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류현진이었다.
체력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류현진은 쉰다고 좋아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팀 일정에 휴식일이 있으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결국 투구 밸런스와 제구 문제임을 밝히며 포스트 시즌이 오기 전까지 예전의 폼을 다시 찾을 것임을 다짐했다.
로버츠 감독 역시 류현진의 체인지업 제구가 문제임을 인정했다. 다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는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의 생각이 같았다. 로버츠 감독은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포스트 시즌까지 류현진의 문제를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저스가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저스는 6일 휴식을 취하고 7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3연전을 치른다. 10일은 이동일이고 이후 동부지구 원정 6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와 차례로 원정 3연전이다.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류현진은 12일 오리올스 원정 경기에 등판한다. 오리올스의 홈 경기장인 캠든 야즈는 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장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오리올스지만 타격에 있어서는 조심해야 할 팀이다.
동부지구 원정을 끝내면 18일부터 탬파베이 레이스와 2연전, 로키스와의 3연전을 끝으로 다저스는 홈 경기를 끝낸다.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자이언츠 원정이 3경기 씩 남아 있는 일정이다.
다저스는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뒤 동부지구 원정에 나설 확률이 높다. 비록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하지만 류현진의 투구 폼을 교정하고 다음 등판에 나설 시간을 충분히 줄 필요는 있다.
확장 로스터 시기라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릴 수는 없지만 다른 투수 자원들을 활용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정도는 거르거나 조금 긴 휴식 시간을 줄 수는 있다.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더라도 투구 밸런스를 교정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포스트 시즌 전까지 밸런스를 교정하겠다는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이 다음 등판 때 어떠한 방법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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