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워리>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의 시점은 자못 뒤죽박죽이다. 만화가로 성공한 지금의 시점도 3~4개에 다다르고, 대중 앞에서 하는 이야기와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쓰러졌을 때 일으켜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와 중독자 모음에서 일행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일치 또는 불일치되면서 사고가 나기 전의 이야기, 사고가 난 직후의 이야기,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된 후에도 여전히 알코올에 중독된 이야기, 중독자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후의 이야기가 마치 알코올중독자이자 전신마비자 존의 뒤죽박죽 삶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돈 워리>에서 전신마비라는 소재는 의외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전신마비에 이르게 한 교통사고가 단순한 실수나 타인에 의한 고의 때문이 아니라, 100% 본인에 의해서, 자신의 알코올중독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교통사고에 천착한 참혹한 장면 묘사는 없고 대신 그때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떤 알코올중독적 일상을 지내왔는지 들여다보거나, 혹은 전신마비 재활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닌 알코올중독적 일상을 계속 영위하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극중에서 존은 중독자 프로그램에서 큰 깨달음을 두 번 얻는 듯하다. 그때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인다. 프로그램에 처음 갔을 때 도니가 나와서 얘기한다. 그는 두 벌의 바지만 있었다고 한다. 똥 묻은 바지와 똥 묻지 않은 바지. 그는 원래 그 둘 중 어느 것을 입으나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젠 아침에 일어나 똥 묻지 않은 바지를 입고 커피를 마시러 간다고 한다. 커피 맛이 기가 막힌 그 평범함을 축하하고 그런 하루가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중독자 프로그램의 또 다른 모임에서 도니가 존에게 음주에 관해 얘기해줄 것을 요구한다. 존은 13살에 처음 술을 마셨는데, 이후 술이 좋아졌고 계속 마셨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술을 끊지 못한 게 입양아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입양아인 게 별로 신경 안 쓰였던 것 같다면서.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말이 핑계라고 몰아붙인다. 분노가 치민 존은 급기야 본인의 전신마비 얘기를 꺼낸다. 그때 한 명이 웃자 조는 그녀에게 화를 푼다. 하지만 그녀는 심장암을 앓고 있었고 '자기 연민'에 대해 존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존은 결국 그 조언을 받아들이고 사과하며 활짝 웃는다. 그건 이 모임의 '12단계' 중 하나였던 것이다.
궁극적 '치유'에 다다르다
▲영화 <돈 워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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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신마비 '재활'을 건너 띄고 알코올중독 '치료'로 나아갔지만, 궁극적으론 인생을 보다 올바르고 건강한 쪽으로 바꾸는 '치유'에 다다른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보는 존의 사고 전후의 이야기들 자체가 모두 치유의 과정이라 하겠다. 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도 싫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매우 힘든 일임과 동시에 반드시 행해야만 하는 궁극적 심연에의 도달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돈 워리>는 그 자체로 치유 프로그램이다. 누구든 문제라고 직시하고 있거나 힘들고 두려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궁극적 심연에 도달하기 위해 존의 과정을 따르면 될 것이다.
존은 걷지 못한다, 왜? 사고를 당했으니까. 왜? 덱스터가 졸음운전을 했으니까. 왜? 술에 취했으니까. 왜 그 차를 탔나? 다음 파티장으로 가기로 했으니까. 그러니까, 왜 그 차를 탔나? 그땐 어렸으니까. 도대체, 왜 그 차를 탔나? 모르겠다... 술에 무지 취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술에 절어 살았다. 너무 창피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도 날 원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술을 마셔서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 어릴 때 아버지 집에서 많은 몹쓸 짓을 저질렀다. 존은 그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도니는 오히려 존이 그들을 용서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굿 윌 헌팅>의 명대사 "윌, 네 잘못이 아니야"가 나오던 장면처럼, 들여다보기는커녕 생각조차 하기 싫은 윌의 그곳을 숀은 윌과 함께 억지로 다다른다. 그러곤 올바르고 건강한 삶을 향한 치유의 발걸음을, 그 고통의 심연을 파헤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돈 워리>에선 도니가 숀의 역할을 대신하여 존을 이끈다. 획기적이거나 번개 같지 않은 발견과 통찰과 명료한 순간들의 길고 긴 이어짐 속 '용서'의 궁극을 전하는 것이다. 그 끝엔 다름 아닌 자신을 향한 용서가 있다. 결국, 자신의 현재를 직시하고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고는 자신의 모든 과오를 자신이 직접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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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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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전신마비 겪은 만화가, 그의 삶이 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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