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일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5년 동안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단 한 시즌 뿐이다.
한국배구연맹
2000년대 중반 대학배구의 최강은 단연 최천식 감독이 이끄는 인하대였다. '미남 공격수' 김요한과 대학배구 최고의 세터 유광우(우리카드), 살림꾼 임시형으로 이어지는 '04학번 3인방'은 2006년 전국대회 전관왕에 이어 2007년에도 5개 대회 중 4개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그리고 인하대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경기대는 인하대 3인방이 프로에 진출한 2008년 드디어 전국 무대를 휘젓기 시작했다.
문성민과 신영석(이상 현대캐피탈)은 각각 날개와 중앙에서 차원이 다른 공격력을 과시했고 191cm의 왼손잡이 장신세터 황동일이 올려주는 높은 타점의 토스도 위력적이었다.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1, 2, 4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 중 황동일은 우리캐피탈에 지명된 지 9일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LIG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에서는 황동일을 '차세대 세터'로 낙점했을 만큼 많은 기대를 걸었다.
황동일은 입단 첫 시즌부터 LIG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공격하는 세터'로 이름을 알렸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세터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 황동일은 이경수, 김요한, 카이 판 데이크로 이어지는 LIG의 위력적인 삼각편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황동일은 평촌고 시절까지 라이트와 세터를 겸하다가 경기대 입학 후 본격적으로 전문세터가 됐다). 결국 LIG는 2011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황동일을 대한항공 점보스로 보냈다.
하지만 황동일은 한선수라는 걸출한 국가대표 세터를 보유한 대한항공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LIG의 주전에서 대한항공의 백업으로 밀려난 황동일은 한선수가 군복무로 자리를 비운 2013-2014 시즌에도 주전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2014년 1월 다시 한 번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됐다. 아직 병역 의무도 마치지 못한 선수가 프로 입단 후 벌써 세 번째 트레이드. 배구계가 주목하던 장신 세터 유망주 황동일은 그렇게 '저니맨' 신세로 전락했다.
대한항공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삼성화재 역시 유광우라는 확실한 주전 세터를 보유한 팀이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의 입대로 약해진 라이트 포지션 강화을 위해 황동일을 공격수로 활용했지만 황동일은 선천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았던 김명진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프로 입단 후 7년이 지나며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었던 황동일은 2014-2015 시즌이 끝난 후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삼성화재 거쳐 현대캐피탈 이적, 최태웅 감독 만나 살아날까
▲현대캐피탈에서 대학 동기들과 재회한 황동일은 현대캐피탈에서 최태웅 감독의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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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일은 군복무를 마친 후 중앙 공격수로 변신해 4경기를 뛰었지만 팀에게도 자신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부 배구 팬들은 여러 포지션을 옮겨 다니며 방황하는 황동일을 보며 '이제 리베로랑 레프트만 하면 되겠네'라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2017년 삼성화재의 주전세터였던 유광우가 FA 박상하의 보상선수로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으면서 황동일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황동일은 2017-2018 시즌 삼성화재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세트당 9.26개의 세트(5위)와 0.21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준수한 활약으로 삼성화재를 한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로 복귀시켰다. 루키 시절부터 대형세터 유망주로 평가 받으면서도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하던 황동일이 드디어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황동일은 2018-2019 시즌 김형진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채 다시 백업으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황동일은 삼성화재와 1억7000만 원에 재계약했지만 삼성화재는 애초에 황동일을 활용할 뜻이 없었다. 결국 삼성화재는 지난 19일 황동일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고 황동일은 테스트 끝에 27일 현대캐피탈 이적이 확정됐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34세의 노장 선수가 됐지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팀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은 것이다.
황동일의 현대캐피탈행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최태웅 감독의 존재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을 맡은 후 노재욱(우리카드), 이승원 등을 키워내 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만약 프로 입단 후 10년 넘게 '만년 유망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황동일까지 살려낸다면 '세터 조련사'로서 최태웅 감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자고로 운동 선수에게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경기대의 황금기를 함께 했던 문성민과 신영석이 있는 현대캐피탈은 황동일에게 최적의 환경을 가진 팀이다. 황동일이 다음 시즌부터 곧바로 이승원을 제치고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로 활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작은 부분부터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V리그 2연패를 노리는 현대캐피탈에서 황동일이 해줄 몫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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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대표 저니맨' 황동일, 5번째 구단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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