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내한한 베이스먼트 잭스. 펠릭스 벅스턴(좌)과 사이먼 래트클리프(우)는 다수의 내한 공연 경력을 갖고 있다.
Fake Virgin Seoul
베이스먼트 잭스의 메들리는 좁은 홍대 앞 클럽에 세계를 풀어놓았다. 1990년대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라틴 펑크(Funk)가 흘러나오는 빈티지한 클럽, 광활한 평지의 레이브 파티, 도회적인 테크노 클럽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끊김 없는 애시드 하우스와 정글의 베이스와 드럼 그루브 위 'Rendez-vu'의 희미한 기타 리프가 기시감의 흥을 돋웠고, 최근 발표한 톰 스타와 크라이더의 리믹스 버전 'Bingo bango'가 라틴 브라스의 정열을 가져왔다.
이들은 정글 위주의 셋이 이어질 때는 '정글로 들어와', 그루브 전환 시에는 '우리는 하나다' 등 번역 투의 한글 문장을 재생하며 소소한 센스로 즐거움을 더했다. 정글 다음으로 정밀한 테크노와 애시드 하우스를 배치하며 장내를 무아지경에 빠트리는 것 역시 고수의 내공이었다. 사이먼과 펠릭스는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원시적인 퍼커션 리듬과 함께 버무려 합창을 유도한 다음, 드디어 '따라 부를 수 있는' 대표곡 'Where's your head at'을 재생했다. 그야말로 뛰고 놀고, 소리 지르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이 남았다.
선동의 메시지 아래 듀오는 고전적 하우스, 애시드 하우스, 펑크(Funk), 디스코, 정글, 테크노, 힙합을 마구 분출했다. 앞서 언급한 차일디시 감비노도 그렇고,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의 보컬 파트만 따서 애시드 하우스 비트와 섞은 것도 근사했다. 그 와중 귀에 익은 베이스 리듬이 들려왔다. 변형 없는 오리지널이었다.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한국 DJ, 페기 구의 'Starry night'을 베이스먼트 잭스가 플레이했다.
모두가 손을 높이 들고 'Do your thing'을 외친 이후, 더욱 거친 레이브 파티 튠이 마지막 에너지까지 모두 뽑아내겠다는 듯 온몸을 강타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래 기다린 'Romeo'와 'Raindrops'와 함께 사이먼과 펠릭스가 팬들에게 마무리의 인사를 건넸다. 낭만적이던 '인생의 회전목마'와 수미상관을 맞추려는 듯 마무리 트랙 역시 주디 콜린스의 'Over the rainbow'였다. 그렇게 그들은 헨즈 클럽을 잠시나마 <오즈의 마법사> 속 아름다운 오즈의 나라로 바꿔놓은 후,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마법의 일렉트로닉 세상으로 사라져 갔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삽입곡 ‘인생의 회전목마’부터 한국 디제이 페기 구의 ‘Starry night’, <오즈의 마법사>의 ‘Over the rainbow’ 등 다양한 셋리스트를 선보였다.
김도헌
올해는 베이스먼트 잭스가 영민한 데뷔작 < Remedy >를 발표한 지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일까. 얇은 펜스 하나를 두고 시선을 맞추던 그들의 모습에서 기시감과 미시감을 동시에 느꼈다. 익숙한 기시감은 나의 사춘기 시절 '내적 흥분'을 가라앉혀 준 그들의 마법 같은 리듬을 다시 한번 듣고 있다는 흥분에서 왔고, 낯선 미시감의 경우는 분명 페스티벌 무대로 접한 팀임에도 가까이서 보는 그들의 모습이 꽤 달랐다는 데서 왔다.
물론 이 두 감정의 융합이 그야말로 짜릿한 하룻밤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베이스먼트 잭스와의 이번 '랑데부'는 만족, 대만족이었다. 6월의 어지러운 주말 홍대의 밤, 그 거리에서 나는 과거의 꿈과 현재의 추억을 음악으로 목격하고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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