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사장(이선균)네 가족은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지하에서 살아온 기택(송강호)네 가족의 몸에 배인 그 냄새는 눅진하고 퀴퀴한 '가난의 냄새'다. 이 냄새를 박사장이 노골적으로 불쾌해할 때, 기택은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기택이 박사장에게 "사모님을 사랑하시죠?"처럼 '선'을 넘는 발언을 할 때, 박사장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였고 이는 기층민으로서 기택이 지키고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의 '선'을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계급'을 말하기 위해 선택한 장치는 냄새뿐만이 아니다. 언덕 위의 높은 집과 반지하방, 한없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계단에서 노골적으로 이 장치는 작동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부잣집 마당에 펼쳐놓은 방수천으로 된 천막은 끄떡없어도, 낮은 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방안까지 물이 들어차는 장면의 대비는 굳이 '해석'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계급 차이를 선명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두 계급이 지하에서 올라올 때에도 차이가 분명히 보인다. 박사장네 가족이 계단을 올라올 때는 실내 조명등이 우아하게 비춰주고, 기택네 가족이 올라올 때는 뒷배경이 어둡고 음침하다.
사람들이 두 계급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두 남자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장면을 보자. 박사장은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기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보이거나 전혀 신경을 안쓰고 있다.
(이 영화는 사소한 장면 하나, 대사 하나조차 정밀한 미장센의 계획 하에 놓여있다. 그래서 '봉테일'인가 보다.)
무계획의 가족, 그러나 계획적인 시나리오
▲영화 <기생충>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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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대사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계획'이다. 기택의 가족은 끊임없이 가장에게 '계획'을 묻는다. 기택은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계획이 최선의 계획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이 가족에게도 '계획'이란 것이 있었다. 박사장네 가족으로 스며들어 기생(혹은 공존)하려는 계획이 처음엔 착착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역시,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수많은 변수와 우연이 계획하지 않았던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뜻하지 않은 격랑 속에 휘말리게 된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에서 주요 인물들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하나씩 미션을 수행해서 결국 맨 앞칸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기생충>에서 이들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 세운 계획이란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영화 속 인물들이 무계획인 것에 반하면, 이 시나리오의 구성은 무척이나 계획적이다. 처음엔 코미디로, 리얼리즘으로, 스릴러로 장르가 변주되는 마디들이 마치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명확하다. 가령, 기택의 딸 기정이 박사장의 부인 연교에게 "그럼 이제 블랙박스를 열어보실까요?"라고 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든지, 기택의 가족이 한순간이나마 상류층이 된 듯한 착각과 환상에 젖어있을 때, 이 환상을 깨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가정부가 등장할 때라든지.
사실 이미 첫 신부터 시나리오의 '계획'은 드러난다. 남의 집 와이파이를 훔쳐서(혹은 기생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앞으로 이들이 박사장네에게 기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식이다.
다양한 상징으로 기능하는 수석(壽石)
▲영화 <기생충>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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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 소품인 수석(壽石)은, '그러니까 이게 상징적인거네'라는 기우의 대사에도 드러나듯이, 다양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우선, 수석이란 원래 자연 속에 무계획적으로 놓여있는 것이지만 마치 인간이 '계획적으로' 다듬은 것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기우가 이 수석을 어딜 가든지 갖고 다니는 것은 그가 자기 아버지와 달리 계획적으로 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의 상징은 계급 상승의 욕망. 똑같은 돌이지만 어떤 잘난 돌은 선택을 받아 부잣집 장식장에 고이 모셔지고 어떤 돌은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인다. 기우는 부잣집에서 살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수석에 투사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나면 씁쓸하고 먹먹하고 착잡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저 견고한 계급구조의 사다리는 아무리 계획하고 발버둥을 쳐도 쉽사리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잔인하게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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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방송작가. <SBS 스페셜>, <KBS 환경스페셜>, <EBS 다큐프라임> 등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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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진한 '냄새'에서 느껴지는 가난... '기생충'의 잔인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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