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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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간의 인간성을 재건하는 일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고, 영화 <김군>은 믿는 것 같다. 그러니 살아남았다고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좋다고, 손을 꼭 잡고 함께 울며 말을 건네듯이. 저마다의 평범한 선의가 모이고 모여서, 처참하게 파괴된 인간성을 얼마든지 충분히 재건할 수 있다고, 함께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내면에 깃든 '인간성의 본질'이라고 <김군>은 믿는 것 같다.
나는 재건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던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 후 글을 쓰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다. 내면이 흔들리고 찢겨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소설이 나를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다. 사실이었다. 이 책은 나를 위해 쓰지 않았다. 다만 나의 감각, 감정, 몸, 삶을 그들에게—살해된 자들, 살아남은 자들, 혈육을 잃은 자들에게—빌려주고 싶었다. 그들과 함께 느끼는 것, 그들과 함께 경험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아마도 내가 그들을 돕고 있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나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모두 저버리고 싶을 때마다, 그들이 오히려 나를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장에서 어린아이였던 동호—이후 열다섯 살에, 항쟁의 마지막 날 도청에서 총에 맞아 숨진—가 엄마의 손을 잡고 밝은 쪽으로 이끌고 갔듯이." - 한강, '그 말을 심장에 받아 적듯이' 중에서
<소년이 온다>로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수상 소감문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소설을 쓰는 동안 그 묘지에 가끔 찾아갔다.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날씨가 맑았다. 향을 피운 뒤 눈을 감고 서 있으면, 온 세상이 눈꺼풀 바깥으로 밝고 찬란한 주황색이었다. 마치 아주 따뜻하고 친근한 수많은 존재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온기 속에서,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들의 말을 내 심장에 받아 적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과연 진실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해도, 어쨌든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밖에는 길이 없다고. 인간의 참혹에서 존엄으로, 그 아득한 절벽들을 연결하는 허공의 길뿐이라고." - 같은 글에서 발췌
'그 말을 심장에 받아 적듯이.' 인간성을 재건하려는 마음가짐이란, 이런 게 아닐까. 영화에서 당시 시민군이었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나 정말 예뻤는데." 다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나 오염되지 않았어요. 이 김태환이가." 그들의 표정 위로 천진함과 귀여움이 어렴풋이 어렸다가 흩어졌다. 카메라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투명한 렌즈에 받아 적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리고 나는, 한 명 한 명 김군들의 표정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저 표정은 분명, 광주의 일보다 훨씬 오래 전인 어린 아이 때부터 얼굴에 새겨왔던 것이리라. 그리고 같은 표정을 당시 국군 통수권자도 어리고 순수했을 때 지었을 것이리라. 모두가 갖고 있지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천진함, 그 깨끗한 인간성을 다시 재건하자고 영화 <김군>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요컨대 영화 <김군>은 사진 속 '김군'의 얼굴을 경유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간성에까지 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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