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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과 감성 겸비한 '울보' 최태웅 감독의 전성시대

[프로배구] 현역 은퇴 후 바로 감독 부임, 유럽식 스피드 배구로 전성기 견인

19.03.27 12:27최종업데이트19.03.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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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V리그 남자부 최다 우승팀은 단연 삼성화재 블루팡스다. 삼성화재는 프로 원년부터 무려 11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8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남자부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물론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로 대표되는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 시절 삼성화재가 보여준 조직력과 저력은 다른 팀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V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봄 배구를 경험한 팀은 삼성화재가 아닌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다. 현대캐피탈은 역대 최다(7회) 준우승팀이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지만 V리그 출범 후 15번의 시즌 동안 무려 14번이나 봄 배구에 진출하는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삼성화재가 최근 네 시즌 동안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동안 현대캐피탈은 4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현대캐피탈은 로버트 랜디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돌풍이 시작되던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5위로 추락하며 암흑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현역 생활을 마감한 베테랑 세터를 곧바로 팀의 4대 감독으로 선임했고 이 젊은 감독은 4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을 2번의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현역 시절 냉철한 '컴퓨터 세터'에서 감성적인 '형님 리더십'으로 성공시대를 활짝 연 최태웅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한양대의 64연승,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 이끈 '컴퓨터 세터'
 
 최태웅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코치 생활 없이 곧바로 현대캐피탈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최태웅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코치 생활 없이 곧바로 현대캐피탈의 감독으로 선임됐다.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인하사대부고 시절부터 장병철, 석진욱과 함께 팀을 전국대회 전관왕으로 이끌며 최고의 세터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던 최태웅 감독은 석진욱과 함께 대학배구 최강팀 한양대로 진학했다(성균관대로 진학한 장병철과는 잠시 떨어져 있다가 4년 후 삼성화재에서 재회했다). 최태웅은 한양대에서도 김세진, 이인구, 신정섭, 손석범 등과 함께 한양대의 64연승 신화를 이끈 후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시 삼성화재에는 192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방지섭 세터가 있었지만 최태웅 감독은 삼성화재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로서 신장(185cm)은 평범했지만 정확하고 날카로운 토스로 공격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했고 코트에서 동료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도 단연 발군이었다(사실 왼쪽에 신진식, 석진욱, 오른쪽에 김세진,장병철, 중앙에 김상우, 신선호가 있는데 그걸 못 살리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하고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한 최태웅 감독은 슈퍼리그 시절부터 프로 원년까지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를 이끌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삼성화재는 2005-2006 시즌과 2006-2007 시즌  현대캐피탈에 정상의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2007-2008 시즌부터 다시 3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최강의 위치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컴퓨터 세터' 최태웅 감독이 있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김세진이나 신진식,석진욱처럼 삼성화재의 '원클럽맨'이 되지 못했다. 삼성화재가 2010년 신치용 감독(현 상임고문)의 사위이자 FA 거포 박철우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이 보상선수 최태웅 감독을 지명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태웅 감독은 이적 직후 림프암이 발견돼 은퇴위기에 놓였지만 항암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는 엄청난 독기와 투혼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냈다(물론 지금은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투병과 선수생활을 병행한 데다가 고교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최태웅 감독의 몸 상태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고 현대캐피탈 이적 후에는 주로 백업 세터로 활약했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된 2014-2015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현역 은퇴 후 곧바로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V리그, 그리고 배구팬들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마음 고생 심했던 제자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인 지도자
 
 기복이 심했던 이승원 세터는 최태웅 감독의 믿음 속에 챔프전 우승팀 주전세터로 성장했다.
기복이 심했던 이승원 세터는 최태웅 감독의 믿음 속에 챔프전 우승팀 주전세터로 성장했다.한국배구연맹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부임하자마자 팀의 주전 권영민 세터(한국전력 빅스톰 코치)를 신예 노재욱 세터(우리카드 위비)와 트레이드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와 V리그 우승반지 2개를 가진 베테랑 세터와 프로 2년 차를 맞는 풋내기(?) 세터의 트레이드에 많은 배구팬들이 최태웅 감독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노재욱 세터 체제로 세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에서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의존하지 않는 이른바 유럽식 '스피드 배구'를 도입했다. 실제로 최태웅 감독 부임 후 현대캐피탈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오레올 까메호나 다니엘 갈리치, 안드레아스 프라코스 등은 40% 내외의 공격 점유율을 전담하는 소위 '몰빵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문성민과 신영석 등 국내 공격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떤 위치에서도 전력이 떨어지지 않는 팀 색깔을 유지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 전광인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주전 세터 노재욱이 보상선수로 이적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이렇다 할 세터 보강 없이 기존의 이승원 세터를 키워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원 세터는 2017-2018 시즌 챔프전에서 불안한 토스로 대한항공 점보스의 우승을 헌납했다며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던 세터다. 일부 배구팬들은 이승원이 한양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후배 밀어주기'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승원 세터는 정규리그에서 다소 기복 있는 토스워크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에게 한결 같은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이승원 세터는 챔프전 3경기에서 세트당 9.36개의 토스 성공과 고비마다 5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현대캐피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최태웅 감독은 우승이 결정된 후 인터뷰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이승원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굵은 눈물을 쏟아내며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태웅 감독은 감독 부임 후 네 시즌 동안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신치용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최태웅 감독은 V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뛰어난 지략과 풍부한 감성을 겸비한 최태웅 감독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이다. 아직 목표가 남은 최태웅 감독은 짧은 휴식을 마치면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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