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1회 중
MBC
사과문 게재하고도 해당 장면 삭제하지 않은 MBC
'I♥몰카' 문구 논란과 관련해 MBC는 당초 출연진 뒤에 숨어 한 발 빼는 태도를 보이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14일 <킬빌>의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1월 31일, 목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 <타깃 빌보드 : 킬빌> 1회의 힙합 아티스트 '산이' 공연 중 'I♡몰카'란 표현이 1초간 무대배경에 노출되었습니다.
제작진은 해당 방송분에 대해 사전 시사를 하였음에도 해당 장면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된 점에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경연 현장에서나 편집·시사 단계에서 몇 차례나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 커 보인다. 불과 지난해 불법촬영 이슈로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정부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I♥몰카'라는 문구가 버젓이 무대 배경에 사용되고 심지어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까지 됐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이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특히 제작진은 '여혐'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이를 섭외했다면 문제될 부분이 없는지 사전에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 "해당 장면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은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는 얄팍한 변명일 뿐이다.
제시-치타 여성 래퍼간 경쟁 부추기는 편집과 자막
제작진의 젠더 감수성 문제가 지적된 부분은 비단 이 장면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킬빌>에 출연하는 7팀의 래퍼 중 여성인 제시와 치타를 계속 둘만의 경쟁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1회 초반부의 멤버 소개에서도 "근데 여자 (래퍼) 또 없어요?"라는 제시의 질문으로 치타를 소개하는가 하면, 방송에서는 제시 무대를 보고 "치타가 약간 긴장하겠다. 신경전이 벌써부터 느껴지는데?"라는 양동근의 발언과 치타의 표정을 함께 보여줬다.
▲<킬빌> 2회 중
MBC
치타가 공연하는 부분에서는 환호를 보내거나 놀라워하는 남성 래퍼들의 반응과 달리 제시의 무표정에 "긴장", "경계" 또는 "못마땅" 등의 자막을 붙여 유독 제시가 치타를 의식하는 것처럼 편집했다. 하지만 실제 치타 무대가 끝난 후 제시의 첫 반응은 "확실히 준비를 많이 한 게 보인다. 멋있다"였다.
이렇게 두 여성 래퍼의 대결 구도를 설정함으로써 당사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제시와 치타는 남성 래퍼들이 포함된 전체 경쟁에서 구분되는 별도의 존재가 된다. 여성 출연진에 대한 전형적이고 게으른 편집이 불러온 또 하나 최악의 장면이다.
방송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 비단 '재미'에만 있지 않은 오늘날, <킬빌>은 한국 예능의 한계를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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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몰카' 논란, '킬빌' 제작진 사과에도... 여전히 남는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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