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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의 빙상연맹 제명은 '꼬리 자르기', 선수만 피해 입을라

[주장] 전명규 갈등, 체육회의 빙상연맹 제명 검토...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19.01.22 14:31최종업데이트19.01.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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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 사례 공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 사례를 폭로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 사례 공개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 사례를 폭로하고 있다. 남소연

지난 15년간 이어져 왔던 빙상계의 숱한 논란이 결국 이번에도 '전명규와 반 전명규'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체육계 병폐를 방관해온 대한체육회가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아래 빙상연맹)을 해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윗선들의 책임회피와 꼬리 자르기가 결국 또다시 선수들에게 피해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재범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심석희(22·한국체대) 이외에, 다른 빙상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선수가 6명 더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가해자들이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제자라며 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전명규 한체대 교수는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심석희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젊은빙상인연대의 행동이 과연 빙상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로 연대가 구성돼 있는지 취재해 보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으로 양측의 대립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각종 의혹에 대해 입장 밝히는 전명규 교수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지낸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젊은빙상인연대, 손혜원 의원 등이 제기한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종 의혹에 대해 입장 밝히는 전명규 교수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지낸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젊은빙상인연대, 손혜원 의원 등이 제기한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권우성
 
실제로 빙상계 내부 한 인사는 지난 20일 기자의 피겨계 탐사보도 기사(관련기사 : 피겨대회 직전 항공권 끊는 빙상연맹 "공항에서 노숙도" http://omn.kr/1gv28)가 나간 직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전명규 교수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과거에 폭행을 저질러 쫓겨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빙상계 내부에 계파 갈등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는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식의 치열한 공방전은 빙상계 파벌싸움이 극심했던 2000년대 중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미 1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빙상계 내부 갈등은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듯하다.
 
체육회의 '빙상연맹 해체' 발언, 선수들에 피해 돌아갈까 우려된다

이런 와중에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명규 교수와 빙상연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펼치겠다면서 빙상연맹 해체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각 국가별 대표 단체(NOC) 위치에 놓여져 있으며, 체육회에 소속돼 있는 가맹 단체들만이 IOC의 주관 대회인 동·하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만약 빙상연맹이 체육회에서 제명돼 해체된다면, 결국 연맹에 속해 있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종목 선수들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대한체육회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으로 통감하고 책임지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든다. 이럴 경우 결국 지도자들과 윗선들의 책임 회피로 인해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훈련해온 선수들만 꿈에 그리던 대회에 서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빙상연맹의 해체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보다 선수들의 좌절과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판단은 선수들에게 육체적인 폭행 피해를 넘어서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체육회 내에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그는 아직까지 사퇴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인터뷰 차 방문했던 태릉실내빙상장. 쇼트트랙 락커룸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당시 만난 한 선수의 어머니는 사건 발생후 락커룸에 자물쇠가 채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인터뷰 차 방문했던 태릉실내빙상장. 쇼트트랙 락커룸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당시 만난 한 선수의 어머니는 사건 발생후 락커룸에 자물쇠가 채워졌다고 말했다. 박영진
  
더는 선수들을 좌절하게 만들지 말아야

지난 7일 심석희 선수는 자신이 과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어렵게 밝혔다. 그가 피해를 폭로한 것은 빙상연맹이 해체되길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체육계의 악습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심석희를 지지한 것도 결국 빙상계 선수들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의 폭로 후 보름가량이 흐른 현재, 한쪽에서는 지속적으로 폭로를 이어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형국이다. 21일 기자회견으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지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체육회마저 빙상연맹 해체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양측의 공방전과 체육회의 꼬리 자르기 시도로 결국 선수들에게 다시 화살이 돌아오는 모양새다.
 
그동안 연맹과 체육회는 자신들의 존재의 목적인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쓰기보다는 책임 전가를 비롯해 책임을 부인하고 심각성을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나서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상과 끊임없이 싸우다가 눈물을 흘리고, 제대로 된 지원이나 후원이 없어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 시름하면서 오늘도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일부 지도자와 코치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 받고, 체육회마저 이들을 먼저 보호하려 하기보다는 미봉책으로만 덮으려고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현재 빙상계 선수들은 물론 미래의 심석희·이상화·김연아 등을 꿈꾸고 빙상장을 찾으려는 이들마저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7일 기자가 인터뷰차 방문했던 태릉 실내빙상장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언급된 곳 가운데 하나였다. 성폭력 혐의가 알려진 직후 이곳에 보안시설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지적됐지만, 그로부터 약 열흘가량이 지난 뒤에도 CCTV를 비롯한 주요시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쇼트트랙 대표팀 라커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는 점. 완전히 잠겨버린 문이 마치 선수들을 숨막히게 만드는 현재 빙상계의 현실처럼 느껴졌다.

진정으로 빙상계가 나아지길 바란다면, 순수하게 꿈만을 바라보고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보다 명확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 빙상계 선수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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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성폭력 전명규 대한체육회 젊은빙상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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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