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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알롭스키와 멘데스, '야속한 세월이여~'

[UFC] 노쇠해진 신체능력, 영광의 시대는 과거 속으로

18.12.30 18:54최종업데이트18.12.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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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UFC 올해 마지막 넘버 시리즈 UFC 232대회가 3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기존 강자들의 추락이었다. 비록 메인이벤트로 치러진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존 '본스' 존스(31·미국)가 '지대공 요격미사일(The Mauler)' 알렉산더 구스타프손(31·스웨덴)을 격파하며 '악당 끝판왕'의 기세를 계속 이어갔지만 나머지 매치업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가장 큰 이변은 크리스 사이보그(33·브라질)의 침몰이었다. 사이보그는 여성부 최강의 파이터라는 칭호를 10년 넘게 가져가고 있는 선수다. '같은 여성과 싸우는 것이 반칙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탈여성급 괴물로 꼽혔다. UFC내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들어 밴텀급 챔피언 '라이어네스(Lioness)' 아만다 누네스(29·브라질)가 호출되었을 정도다.

누네스 역시 자신의 체급에서는 괴수로 불리는 캐릭터지만 페더급 타이틀로 매치가 치러졌던 만큼 평소 체중에서 앞서는 사이보그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누네스는 그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시무시한 펀치력을 앞세워 초반 화력 대결에서 사이보그를 무너뜨려버렸다. 과거 론다 로우지가 홀리 홈에게 무너졌을 때 이상의 대사건이라는 평가다.

그 외 비제이 펜, 카를로스 콘딧, 안드레이 알롭스키, 채드 멘데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들이 줄줄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흐르는 세월을 반영하듯 모든 면에서 쇠퇴한 모습을 노출하며 지켜보는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안드레이 알롭스키는 최근 3년간 10경기를 치르며 2승 8패(최근 3연패)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 UFC

 
'올해만 4경기 째' 알롭스키, 지루함 속에 쌓인 3연패
 
UFC 헤비급에서 활약 중인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39·벨라루스)는 최근 들어 더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래도 경기 공백을 많이 가져가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근래에는 더욱 열심히 시합을 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부터만 살펴봐도 이날 '더 빅 티켓' 월트 해리스(35·미국)와 경기를 가지기전까지 무려 9경기를 치러냈다. 해리스 전까지 합치면 3년간 10경기다. 올해만 4경기째다. 1년에 2경기도 가질까 말까한 선수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불혹의 노장으로서 대단한 강행군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알롭스키는 유독 판정승부가 많아졌다. 승패를 떠나 이전까지 치렀던 5경기가 모두 판정으로 끝났다. 지든 이기든 넉아웃 승부가 많이 나오는 알롭스키임을 감안했을 때 변화라면 변화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졌는지라 노련미를 바탕으로 포인트 싸움을 펼치는 요령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힘이 좋은 해리스에 맞서 알롭스키는 치고 빠지고를 반복하는 듯 하더니 클린치 싸움을 가져갔다. 해리스와의 정면 화력전은 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리스는 노장 알롭스키를 상대로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선제공격을 과감하게 펼치기보다 케이지 중앙을 차지한 채 기회를 엿보다 타이밍이 맞았다 싶은 순간 타격을 내고 이후는 미련 없이 뒤로 빠졌다. 알롭스키의 카운터를 의식한 모습이었다.

2라운드에서 해리스의 눈 찌르기 반칙에 알롭스키가 고통을 호소했다.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알롭스키가 펀치와 로우킥, 하이킥을 연달아내자 해리스는 테이크다운으로 맞받았다. 하지만 알롭스키는 어렵지 않게 뿌리치고 일어났다. 알롭스키는 꾸준히 로우킥을 차주며 해리스의 공격을 유도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받아치기를 선호하는 선수답게 좀처럼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내심 넘치는 스탠딩 싸움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경기 내용도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3라운드 들어서도 알롭스키는 케이지를 넓게 쓰며 일정 거리를 유지해갔고 해리스 역시 구태여 쫓아가지 않으며 대치상태가 지속됐다. 그 와중에 해리스의 깨끗한 원투공격이 들어갔으나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참지못한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결국 둘의 승부는 지루한 졸전 끝에 판정까지 갔고 승리는 유효타에서 근소하게 앞선 해리스가 가져갔다. 불씨만 잔뜩 일으키고 정작 불은 제대로 붙지 못한 아쉬운 승부였다.
 
 

작은 거인 채드 멘데스의 '영광의 시대'는 저물고있는 모습이다. ⓒ UFC

 
아, 옛날이여… 무너진 '전 2인자' 멘데스
 
돌아온 '머니(Money)' 채드 멘데스(33·미국)가 상승세의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0·호주)와 만났다. 멘데스는 과거 조제 알도 시대의 타이틀 수문장중 하나였다. 두 번이나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졌지만 오랜 기간 동안 상위권에서 활약하며 작은 거인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2016년 6월 불시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며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장기휴업에 들어갔으나 지난 7월 옥타곤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볼카노프스키는 비록 랭킹은 멘데스보다 낮지만 16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파이터에게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감안했을 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쉽게도 결과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맞게 나오고 말았다.

늘 그랬듯 멘데스는 케이지 중앙을 점령한 채 압박을 시도했다. 볼카노프스키 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답게 호락호락 주도권을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양선수가 번갈아가며 압박을 반복했다. 둘 다 채 170cm가 되지 않는 단신들이었지만 작은 거인들의 충돌답게 상당한 압박감을 뿜어냈다.

라운드 중반쯤 지나자 멘데스는 볼카노프스키의 공격을 기다렸다. 노련한 선수답게 카운터를 통해 공격을 풀어갈 심산이었다. 볼카노프스키 역시 이를 잘 아는지라 무리하지 않고 일정거리를 유지했다. 라운드 막판 멘데스가 점수를 땃다.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볼카노프스키의 허를 찔렀다. 볼카노프스키가 뿌리치고 탈출하던 과정에서 깔끔한 숏어퍼를 적중시키기도 했다.

2라운드에서 멘데스는 조금 더 과감해졌다. 카운터를 노리는 경기운영을 펼치다가도 빈틈이 보이면 거침없이 플라잉니킥을 날리는 등 터프가이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이후 둘은 정타에 불이 붙으며 상호간 데미지를 주고받았다. 타격이 오갈수록 스탠딩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볼카노프스키 쪽이었다.

멘데스는 카운터 태클을 통해 타격전의 열세를 메워나가려 했으나 제대로 눌러 놓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결국 크게 눈이 부어오르는 악재 속에 바디와 안면에 묵직한 펀치를 허용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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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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