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을 다룬 JTBC <진실추적자 탐사코드> 2012년 9월 23일 방송분 '성폭력으로 풍비박산난 한 가정 - 어느 자매의 자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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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비극은 일터에서의 위계 혹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때문이었다.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도 더해졌다. "초심자의 위치에서 드라마 반장이라는 보직이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인가"라는 질문에 문 위원장은 "이들은 각각 소사장"이라면서 "보통 방영 6개월 전에 방송사 편성국에서 프로그램 편성이 결정되는데, 이때 담당 피디가 이런 보조출연 반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디가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에게 반장이라는 명칭을 줘서 일을 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들이 피디가 주는 프로그램을 들고 최고 대우해 주는 기획사로 찾아가는 거다. 여의도에만 기획사가 열군데다. 기획사가 사장이 아니라 반장이 소사장이다. 권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지난 2004년 7월에 시작됐다. 방송국 댄서로 활동했던 동생이 언니 ㄱ씨에게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둘이 함께 촬영현장에 갔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에 동생만 먼저 왔다. 언니는 더 있고 싶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그 후 4개월간 아르바이트를 잘하는 줄로만 알았던 큰딸이 이상행동을 보였다.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업체 관계자 4명에게 성폭행을, 8명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기막힌 사실이 드러났다.
장씨는 딸이 지목한 12명을 2005년 1월에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가 가해졌다. 수사관은 A4용지와 자를 주면서 "가해자의 성기를 그려오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그림을 그려 제출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루는 조사 중에 형사들이 모여들어 "어이, 12명 상대한 사람 얼굴 좀 보게 모자 벗어봐",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이게 강간이냐. 좋아서 한 거지"라고 했다. 장씨는 바로 딸을 데리고 나왔다. 경찰서 앞 8차선 도로에 딸이 뛰어들었다.
"조사를 10년은 받은 거 같다. 나는 우리 애들 죽은 날짜에 머물러 있다.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2년 가까이 조사받았다. 치료했다가 조사받으면 재발되고 해서 오래 조사받았다. 큰애가 당시에 아빠한테 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소 취하한 지도 몰랐다. 우리 애는 심신미약이었고, 약을 많이 먹었던 상태였다. 검찰에 취하를 의논하러 간 거지 취하하러 간 건 아니다."그 후 ㄱ씨는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자살만이 살 길이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18분 18층에서 목숨을 끊었다. 장씨는 사망시각이 18에 맞춰진 것이 "분노에 못 이겨 나온 행동 같다"고 했다. ㄱ씨는 사망 당시 불과 서른네 살이었다. 충격을 받은 동생도 불과 6일 만에 언니 뒤를 따랐다. 동생은 엄마에게 "언니가 그날 샤워를 오래 했냐"고 묻더니, 사망 당일 샤워실에 오래 머물렀다.
"내 딸 성폭행한 것은 반장이지만, 죽인 건 경찰"해당 사건은 특히 2차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15년엔 네티즌 12명이 영화평론가 허지웅씨가 자매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허위사실을 반복해 인터넷에 유포했다. 이들은 허씨의 고소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허씨가 입은 허위사실 피해와는 별도로 자매의 성폭력 사건 자체를 만들어진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장씨는 "당시에 내가 직접 그런 글을 올리지 말라고 인터넷에 썼다"고 했다.
장씨가 2014년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원고 패소했다.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3년이 지나 소가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1인 시위에 나선 장씨가 가해자 중 일부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2월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고, 가해자들은 항소를 포기했다.
경찰청이 진상조사단을 꾸렸지만 수사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ㄱ씨가 대질신문에서 오는 고통과 가해자들의 협박으로 고소를 취하한 데다 공소시효도 지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보는 한편, 당시 조사과정에서 담당 수사관들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찰 내부 징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씨는 "내 딸을 성폭행한 것은 반장들이지만, 죽인 것은 경찰이다"라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당시 수사관 3명 중 2명은 아직 현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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