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골든슬럼버>의 한 장면. 건우(강동원)는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도망쳐야 하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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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시종일관 관객을 구경꾼으로 만들어버린 각본과 연출입니다. 먼저,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에 공감하게 만드는 장치가 없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건우는 뉴스 영상으로 소개될 뿐이어서, 대선 후보 암살 사건 같은 큰일이 일어나도 딱히 그의 처지에 감정 이입이 안 됩니다. 누명을 쓰게 됐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안 됐다든지 절대 안 잡혔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식의 감정이 안 생기는 거죠.
더 심각한 것은 영화를 끝까지 봐도 건우가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밴드를 했던 누명 쓴 보통 사람'이라는 한 줄짜리 인물 소개 외에, 관객은 그를 도무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원래 꿈과 욕망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는지, 그가 대책 없이 무한 긍정으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관객은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아무리 답답한 상황에 부닥쳐도 별 느낌 없이 심드렁하게 구경만 하게 됩니다.
2주 앞서 개봉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염력> 같은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투박하고 재미가 덜한 것이 문제였지,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는 특이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겉모습만 보여줄 뿐, 창작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전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관객이 배우들의 연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감정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배우들은 분명히 제작 과정에서 신별 상황에 한껏 몰입해서 연기했을 텐데, 그것을 모아서 완성된 영화는 그런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스타성과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는 평균 이상의 관객 동원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번 설 연휴 대목에 많은 제작비를 쓴 두 편의 한국 영화 <염력>과 <골든슬럼버>가 부진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한국 영화 산업이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할 부분입니다. 통상 명절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비수기 개봉작보다 관객 동원력이 괜찮다고 평가받는 대표 선수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마불사'라는 생각으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기획-각본-연출이 조화를 이룬 평균적인 수준의 영화를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화 <골든슬럼버>의 포스터. 10년 전에 나온 일본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여러 면에서 몰입해서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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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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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을 너무 믿었나? 연출력 실종된 <골든슬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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