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민주화 비하에 비키니 여성 희롱, BJ 방송 이대로 괜찮나?

[주장] 영향력은 커졌는데 선정성은 제자리... 개인방송 규제 필요하다

17.12.31 18:17최종업데이트18.01.02 09:38
원고료로 응원
매년 연말이면 공중파 3사의 각종 시상식이 대중을 찾아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런 시상식은 지상파 3사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개인방송 역시 시상식을 진행한다. 국내 개인방송 시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프리카TV>는 지난 29일 시상식을 진행했다.

최근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는 '아프리카TV의 케이블 채널화' 계획을 시상식에서 공표했다. 개인방송의 집합체였던 아프리카TV가 개인방송국을 넘어 실제 TV화면으로 들어오는 것은 개인방송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방송이 TV속으로 들어오기 전 해결 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29일 진행된 <아프리카TV>의 BJ대상 시상식. ⓒ 아프리카TV


영향력과 선정성의 상관관계


개인방송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TV, 유튜브, 트위치를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방송을 통해 다양한 시청자를 만나면서 소통하는 개인방송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 크리에이터는 하나의 직업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개인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BJ보다 더 많은 시청자, 또는 더 많은 후원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선보이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과격한 행동이나 외설적언행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이런 일부 BJ들의 행동이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의 소재로도 등장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시 방송에서 논란이 되었던 BJ '철구형2↑'는 여전히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비하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단어 사용 논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비하 논란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일을 연이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 보도 이후에 극단적인 행동을 방송에서 보이는 일은 줄었지만 여전히 선정적 방송은 이어졌다. 일부 남자 BJ들은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또 다른 남자 BJ는 길거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킨쉽 게임을 하는 것을 콘텐츠로 진행했다.

결국 수익 문제다


간장을 몸에 들이 붇고,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런 상황을 통해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방송 중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일 때 많은 후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아프리카TV의 1일 후원금 제한액수'가 쟁점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영구적 해결책이 아니다. 단순히 1일 후원금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들이 선정적인 방송을 멈출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BJ들의 수익구조가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BJ는 시청자들의 후원이 수익의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라는 매체의 성장과 함께 수익구조가 크게 변경되어 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얻은 것이다. 본인이 진행한 개인방송의 녹화본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고, 영상을 통해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적 방송을 하는 대부분의 BJ들은 유튜브에도 비슷한 편집본을 올린다. 이들은 동영상의 썸네일(영상의 대표화면)에 자극적인 단어들을 삽입해 더 많은 조회 수를 유도한다. 조회 수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영상을 시청하기 전과 시청 도중에 광고를 보게 유도함으로써 수익이 생긴다. 1일 후원금 제한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아프리카TV> 인기 BJ로 활동 중인 이설. ⓒ 아프리카TV


단순 개인방송이 아니다

수익은 전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BJ의 몫이고, 그들의 능력껏 받는 돈이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진행하는 방송과 그 편집본이 장기적으로 개인만의 방송 이상을 넘는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한 케이블 채널 개그 프로그램은 '급식체'를 가지고 코너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개인방송 BJ들을 통해 퍼진 이 장난스러운 말투는 방송의 프로그램에서만 사용되는 것만이 아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입에서는 이 '급식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단순히 유행을 넘어 '급식체'가 퍼지는 과정에 개인방송이 있다는 것은 해당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하나의 유행을 이끌 만큼 영향력을 지닌 매체가 선정적인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면 그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 영향력이 커진만큼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개인이 가져야할 책임감이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정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개인방송 BJ에게 있어 선정적 방송은 큰 유혹이다. 게다가 선정적 방송에 대한 규제도 명확하지 않다. 일부 인기 BJ에게 이용정지가 내려졌지만 일시적이었을 뿐 하나의 이벤트처럼 면죄부를 만들어 주어 다시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희미한 수익구조와 취약한 규제가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개인방송을 지속시키고 있다.

지난 29일 진행된 <아프리카TV>의 BJ대상 시상식. ⓒ 아프리카TV


효과적인 규제

MBC는 개인방송 형식을 이용해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제작했다. 실시간 소통과 예측불가능한 진행은 개인방송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EBS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과 함께 <대도서관 잡(JOB)쇼>를 만들었다. 개인방송 진행자 대도서관은 EBS에서 각 직업을 대표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개인방송을 통해 쌓은 노하우들을 보여줬다.

이처럼 개인방송이 공중파에 진출하는 것은 개인방송만의 매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소위 'B급 감성'이라 부르는 것들이 개인방송에는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불가능한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편집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시청자는 방송에 대한 의견을 진행자와 실시간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이는 분명 공중파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요소다.

물론 일부 잘못된 BJ들로 모든 개인방송을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개인방송 BJ들 중에도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일부가 예상을 뛰어 넘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선정적 BJ들과 영상은 제재가 필요하다. 명확한 규제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

와인 내에 있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작업을 흔히 '디켄팅'이라 부른다. 불순물을 거르는 것 외에도 와인의 향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금 개인방송 시장에도 '디켄팅'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선정적인 컨텐츠를 거르고 개인방송만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개인방송이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정적 방송에 대한 강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방송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