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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경쟁에 돌입한 K리그, 4월 한가운데 발생한 사건

다시보는 한국 축구 상반기... K리그부터 대표팀의 1~6월

17.12.31 15:20최종업데이트17.12.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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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해 추운 겨울 밤을 밝혔던 광화문의 촛불들은 올 3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장미대선' 끝에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됐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대한민국의 2017년은 혼란 정국을 겪었다.

한국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바람을 타고 K리그가 팬들의 곁으로 찾아왔다. 국가대표팀은 내년 러시아에서 열린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피말리는 결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 수장 자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논란으로 가득했던 한국 축구의 1년을 되돌아 본다.

1월 - 뜨거운 이적 시장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K리그는 휴식기에 들어간다. 선수들이 떠난 그라운드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불지만, 선수들은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여건이 되는 클럽들은 해외로, 그렇지 못한 클럽들은 따뜻한 남쪽 땅으로 전지훈련을 나선다.

1월은 경기가 없는 K리그의 비수기지만 선수들의 이적은 활발하게 진행된다. 작년 12월부터 빠르게 움직이며 이적 시장을 주도했던 강원FC가 잠잠해진 사이 다른 클럽들도 하나둘씩 이적 소식을 알렸다. 챔피언 복귀를 노리는 전북 현대가 굵직한 이적 소식을 전했다. 가장 큰 뉴스는 단연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수의 K리그 입성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1899 호펜하임에서 주전 경쟁에 밀렸던 김진수를 전북이 품으면서 단단한 수비 라인 구축을 예고했다. 전북을 통해 K리그에서 데뷔한 김진수는 올 시즌 리그 29경기에서 4골 5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은 포항에서 신광훈을 데려왔고 일본으로 떠났던 하대성을 복귀시키며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적생들이 시즌 내내 부진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주요 자원이었던 권창훈을 프랑스 무대로 보낸 수원 삼성은 김민우와 박기동 등을 영입하며 공격력 유지에 힘썼다. 내심 우승을 바랐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과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다수 영입했다. 울산 현대도 많은 선수를 영입했는데 과거 전남 드래곤즈에서 맹활약했던 '특급 외인' 오르샤를 품으며 웃었다.

2월 - 챔피언스리그 비극의 시작

3월 K리그 개막에 앞서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 참가하는 K리그 클럽들은 2월부터 본선 조별리그에 돌입했다. 올해는 리그 챔피언 서울과 리그 3위의 제주, FA컵 우승팀 수원이 참가했다. 심판매수건으로 인해 ACL 진출 자격을 박탈당한 전북을 대신해 울산이 본선행 막차 티켓을 잡았다.

2016 ACL에서 전북이 우승을 거둔 만큼 올해도 K리그 팀들을 향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1차전부터 4팀 모두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며 험난한 본선이 시작됐다. 서울은 홈 개막전에서 헐크에게 강력한 슈팅에 의한 골을 허용하며 0대1로 패했고, 마찬가지로 안방에서 장쑤 쑤닝을 상대한 제주는 하미레스에게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며 무너졌다. 원정을 떠났던 울산은 가시마 앤틀러스에게 0대2로 완패했다. 그나마 수원이 가와사키 프론탈레 원정길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체면을 차렸다.

1차전부터 심상치 않았던 K리그 팀들의 부진은 계속됐고, 결국 제주만이 H조에서 승점 10점을 쌓으며 16강에 진출했고 나머지 세 팀은 조별리그에서 모두 떨어졌다. K리그 대표로 살아남은 제주는 16강 1차전에서 우라와 레즈를 2대0으로 꺾으며 자존심을 세우는 듯했지만, 2차전에서 0대3으로 대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지난 2월 호기롭게 아시아 무대 제패를 다짐했던 K리그는 6월이 끝나기도 전에 도전을 마감했다.

3월 - 굴욕의 '창사 참사'

기다렸던 K리그 개막이 3월에 있었지만 팬들의 관심은 국가대표팀을 향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승점 10점(3승 1무 1패) 2위로 불안한 순위를 유지하던 국가대표팀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중국과 경기에서 0대1로 패하고 말았다.

중국 창사에서 펼쳐진 중국과 6차전 경기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중국 대표팀의 수장 마르첼로 리피의 전략에 말려들면서 고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공격에 경고 누적으로 손흥민까지 결정한 한국의 공격력은 중국 수비수들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수비진들은 역습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전반 중반 코너킥 상황에서 위다바오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0대1로 뒤진 상황에서 국가대표 신인 허용준을 경기 종료 직전에 넣는 이해 못할 용병술로 강한 비판을 받았다. 또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상황에서 어떤 수비 전술로 나왔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는 이해 못할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어진 7차전 시리아와 경기에서는 1대0으로 이기며 한숨을 돌렸지만, 상대에게 무수한 득점 찬스를 내준 부끄러운 승리였다. 

4월 - 어긋난 팬심과 역사의 시작

역사의 시작을 알린 FC안양 팬들의 퍼포먼스 ⓒ 봉예근


K리그가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4월의 한가운데 사건이 발생했다. 4월 16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수원과 광주FC의 경기가 0대0으로 종료된 후 사건이 터졌다. 수원은 리그 개막 이후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져있었다. 광주를 상대로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고 무승부를 거두자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기 위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도는 동안에도 야유를 이어졌고, 심한 욕설과 비난이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이에 베테랑 수비수 이정수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흥분했고, 동료들이 이정수를 말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 사건 이후 수원의 레전드라 불렸던 이정수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팀을 떠나면서 일부 과격 팬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편 4월 19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FC 안양의 FA컵 32강전은 역사의 시작이었다. 지난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하면서 시작된 악연이다. 하루 아침에 팀을 잃은 안양은 2012년에 시민구단 형태로 다시 부활했다. 안양이 K리그 챌린지에 속한 탓에 그동안 맞대결이 힘들었지만, '계급장'을 때고 붙는 FA컵에서 K리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두 팀 간의 경기가 성사됐다.

복수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기 위해 상암으로 수많은 안양 팬들이 향했다. 안양 특유의 거칠고 쩌렁쩌렁한 응원 목소리가 상암을 뒤덮었지만, 승부는 전력에서 앞서는 서울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보다 두 클럽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이슈였다. 평일 저녁에 열린 1부리그 팀과 2부리그 팀의 대결임에도 양 팀의 관계를 아는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아 역사의 시작을 즐겼고, 미디어는 K리그에 새로운 '더비 매치'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5월 -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5월에는 전 세계 축구인들의 관심이 한국으로 모아졌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FIFA가 주최하는 국제 대회가 개최됐다. 훗날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설 새싹들이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참가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축구 전설'들이 세계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는 대회로 U-20 월드컵은 유명하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백승호가 맹활약하며 안방에서 자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이 하이라이트였다. '메시의 후예'들에게 '코리안 메시' 이승우가 환상적인 드리블과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을 뽑아냈고, 백승호도 패널티킥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강호 아르헨티나를 잡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3차전 잉글랜드전에서 패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16강에서 포르투칼에게 1대3으로 완패하며 일찌감치 대회를 끝마쳤다. 홈에서 내심 4강 이상의 호성적은 노렸던 한국의 도전은 생각보다 이른 단계에서 허망하게 종료됐다.

한편 우승컵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프랑스 등이 탈락한 가운데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차지했다. 주장 루이스 쿡이 중원에서 중심을 잡고 리버풀의 유망주 도미닉 솔란케가 전방에서 골을 잡아낸 잉글랜드가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대0으로 꺾고 웃었다. 대회 기간 잉글랜드가 터뜨린 12골의 1/3인 4골을 뽑아낸 솔란케는 대회 최우수 선수상에 선정되며 겹경사를 누렸다. 잉글랜드가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66 잉글랜드 월드컵(성인) 우승 이후 51년 만이다.

6월 - 또 한 번의 굴욕 '도하 참사'

3월의 '창사 참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6월 14일 새벽(한국시간)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굴욕을 맛봤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한국이 2대3으로 패하며 월드컵 본선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슈틸리케호는 A조에서 최약체로 꼽히는 카타르를 상대로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했다.

전반 중반 알 하이도스에게 프리킥 실점을 내준 한국은 설상가상 손흥민이 공중 볼 경합 상황에서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한국은 동점골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후반 6분 오히려 추가골을 헌납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대표팀은 파상공세 끝에 후반 17분 기성용, 후반 25분 황희찬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동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허술한 수비는 계속됐고 후반 30분 알 하이도스에게 또다시 실점하며 완전히 침몰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쌓기에 애를 먹으면서 카타르전 패배에도 한국이 월드컵 본선행이 가능한 2위를 유지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이미 중국전 패배로 한계에 달했던 여론은 완벽하게 슈틸리케호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축구협회는 카타르전 이후 빠르게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슈틸리케의 불안한 행보에도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축구 협회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수많은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허정무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부임이 기정사실이라는 뉴스로 인해 여론이 또 한 번 더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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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결산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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