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우울한 등장인물들의 영화 <7호실>... 재치가 살렸다

[미리보는 영화] 우리 사회 을들의 비극을 소동극으로 풀어내

17.11.09 15:52최종업데이트17.11.09 19:16
원고료로 응원
 영화 <7호실>은 적절한 유머와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 있는 일종의 소동극이다.
영화 <7호실>은 적절한 유머와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 있는 일종의 소동극이다.롯데엔터테인먼트

야채 판 돈 등을 모아 서울 압구정에 DVD 방을 차린 두식(신하균)과 학자금 대출로 허덕이다 잠시 마약 보관 일을 맡게 된 작곡가 지망생 태정(도경수)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여기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조선족 한욱(김동영)까지.

영화 <7호실>은 바로 그 압구정 골목에 위치한 DVD 방을 주요 공간으로 이 세 인물이 서로 푸닥거리 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럴싸한 재벌도, 자수성가한 사업가도 아닌, '을(乙)' 중의 을들의 이야기는 과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갑이 사라진 세상

 영화 <7호실> 관련 사진.
영화 <7호실> 관련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물만 놓고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는 설정인데 <7호실>을 채우고 있는 정서는 가벼운 재치다. 1억 원이었던 권리금이 나날이 떨어지자 두식의 속은 타들어가고, 어떻게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모습은 여지없이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법한 소시민이다. 최신 정보와 뉴스에 둔감하며 남의 말에 솔깃해 시작한 사업이 흔들거리지만 그는 최소한의 인간미는 잃지 않는다.

물론 DVD 방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는 태정의 월급을 수 개월간 주지 않고, 새롭게 충원한 알바생 한욱이 자신의 가게에서 감전사 했을 때 침묵하는 건 충분히 악덕 사업자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이는 보통의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는 양면성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구조적으로 세입자에게 불리한 현재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성을 묘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7호실>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갑이 뒤에 숨어 있는 상태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을들이 생존하는 방식이다. 알바생의 시체를 7호실에 숨겨놓은 두식, 마찬가지로 마약을 같은 장소에 사장 몰래 숨겨놓은 태정은 서로를 의심하고 동시에 스스로 불안에 떤다. 몰래 일처리를 하려다 마주쳐 격하게 한 바탕 싸우기까지 하는 이들 뒤엔 조물주 보다 더 위에 계시다는 건물주, 대출 사업으로 돈놀이를 하는 금융권과 상아탑의 이면이 자리하고 있다.

신하균, 도경수의 과장된 몸짓과 익살스런 대사를 보며 통쾌하게 웃다가도 이런 사실들 때문에 한 편으론 씁쓸해진다. 다분히 '블랙코미디' 요소가 담겨 있다.

인간으로 살 것인가 

장사도 안 되는데 제발 버티게만 해달라는 세입자의 호소를 흘려버리는 건물주의 모습은 끝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건물주가 고용한 건물 관리인만 나올 뿐이다. 두식이 그렇게 싫어하고 무시하는 관리인 역시 갑이 아닌 을이다. 또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음지에 똬리를 튼 불법 마약 밀수업자들 역시 위기에 몰린 태정 같은 이들을 이용해 큰돈을 챙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사회 감시망의 허점을 파고든 또 다른 갑에게 고용된 약자일 뿐이다.

 영화 <7호실> 관련 사진.
영화 <7호실> 관련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7호실>의 과제는 바로 '이 을들의 싸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다. 아무리 큰 빚이라도 마약 운반은 중범죄다. 본인이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덮고 시체를 유기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설정은 동시에 관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 혼자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 재수 없게 엮였을 수도 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갈 것인가?'

딜레마다. 영화 역시 두 인물이 처한 딜레마 상황을 나름 끝까지 밀도 있게 몰고 간다. 소소한 유머와 함께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결국 두 인물은 나름의 결정을 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이 결말에 대해선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한 줄 평 : 오랜만에 한국영화에 등장한 수준 있는 소동극
평점: ★★★☆(3.5/5)

영화 <7호실> 관련 정보

연출 : 이용승 감독
출연 : 신하균, 도경수, 김동영 외
제작 : 명필름
제공 및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0분
개봉 : 2017년 11월 15일



7호실 신하균 도경수 세입자 학자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