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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폭격기'와 함께 '명가 부활' 노린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프리뷰 ④]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17.10.10 15:03최종업데이트17.10.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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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창단된 '공룡' 삼성화재를 빼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의 한국 남자배구를 설명하기 힘들다. 삼성화재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학배구의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해 초호화 군단을 구성하며 슈퍼리그와 V리그를 지배했다. 특히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엔트리 12명 중 무려 9명이 삼성화재 선수였을 정도.

프로 출범 후에는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로 이어지는 특급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V리그 7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15-2016 시즌의 괴르기 그로저, 2016-2017 시즌의 타이스 덜 호스트까지 더하면 2006-2007 시즌부터 11시즌 연속 V리그 남자부 득점왕을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가 독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할 거 같았던 삼성화재의 왕조는 2014-2015 시즌 '괴물' 로버트 랜디 시몬을 내세운 OK저축은행에게 패하며 무너졌고 급기야 2016-2017 시즌에는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봄배구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화재의 첫 전성기를 이끌었던 '갈색폭격기' 신진식 감독이 부임한 삼성화재는 '명가부활'이라는 크고 무거운 미션을 안고 2017-2018 시즌을 맞는다.

외국인 제도 변경 후 변화된 트렌드에 적응 못한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득점왕 타이스를 보유하고도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득점왕 타이스를 보유하고도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한국배구연맹

V리그 출범 후 삼성화재의 역사는 곧 외국인 선수의 계보와 함께 한다. 삼성화재는 2006-2007 시즌의 레안드로 다 실바를 시작으로 안젤코, 가빈, 레오, 그로저로 이어지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했다. 특히 안젤코와 가빈, 레오는 2007-2008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V리그 7연패를 이끌며 삼성화재의 독주 시대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5-2016 시즌 이후 V리그의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변경되면서 삼성화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더 이상 과거처럼 삼성화재의 팀 색깔에 맞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팀 공격을 책임지게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임도헌 감독은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레프트 공격수 타이스를 지명했다.

문제는 삼성화재가 변화하는 리그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같은 상위권 팀들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국내 공격수의 비중을 늘인 반면에 삼성화재는 여전히 공격의 대부분을 외국인 선수 타이스에게 의존했다. 물론 타이스는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힘든 상황에서도 53.94%(4위)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065득점(1위)을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타이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기엔 군에 입대한 센터 지태환의 공백이 너무 컸다. 삼성화재는 12월부터 병역의무를 마친 박철우가 가세해 힘을 보탰지만 이미 무너진 판세를 회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삼성화재는 18승 18패 승점 58점으로 시즌을 마쳤고 한국전력에게 승점 4점이 뒤지면서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삼성화재가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V리그 출범 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국가대표 센터 얻고 주전 세터 잃은 삼성화재의 운명은?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는 이번 시즌부터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는다.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는 이번 시즌부터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는다.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을 통해 지태환의 공백을 절실하게 깨달은 삼성화재의 오프시즌 1차 목표는 당연히 센터 보강이었다. 삼성화재는 FA 시장에서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 3위(세트당 0.57개)에 올랐던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를 영입했다. 문제는 우리카드가 보상 선수로 삼성화재의 유광우 세터를 지명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박철우를 영입하면서 현대캐피탈에게 최태웅을 보상 선수로 내줬던 삼성화재가 7년 후 똑같이 주전 세터 유광우를 보상 선수로 내주게 된 것이다.

외국인 선수는 고민하지 않고 지난 시즌 득점 1위 타이스와 재계약했고 노장 센터 하경민은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박철우 복귀 후 거의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김명진 역시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임의탈퇴 공시됐다. 박상하를 영입하고 박철우가 풀시즌을 소화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높이와 공격력은 향상됐지만 코트의 야전사령관이었던 유광우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신진식 감독은 지난 천안·넵스컵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황동일 세터를 주전으로 활용했다. 황동일이 가진 높이(192cm)와 공격 본능은 분명 상대에게 위협적이지만 세터 본연의 임무인 토스워크가 흔들린다면 황동일의 장점들을 코트에서 발휘하기 어렵다. 섬성화재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익대 세터 김형진을 지명한 것도 황동일 세터가 가진 불안요소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부용찬 리베로와 함께 타이스의 서브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덜어줘야 하는 레프트 류윤식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류윤식은 화려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196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데다가 지난 시즌 세트당 4.14개(5위)의 서브 리시브를 책임졌을 만큼 팀 공헌도가 높은 레프트 자원이다. 류윤식이 큰 부상이나 난조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치러 낸다면 삼성화재의 성적은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다.

삼성화재는 실업배구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나 일본 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는 20년 동안 팀을 지도했던 신치용 단장 시절부터 전해 내려 온 전통이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성적이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면 그들만의 전통은 배구팬들에게 존중 받지 못할 것이다. 현역 시절 4번이나 슈퍼리그 MVP에 선정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갈색 폭격기' 신진식 감독은 삼성화재를 다시 빛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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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프리뷰 삼성화재 블루팡스 신진식 감독 타이스 덜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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