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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진 않았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리뷰] 원작과 다른 방법으로 원작을 살린 영화 <남한산성>

17.10.10 16:00최종업데이트17.10.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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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훈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칼의 노래>같이 역사성이 강한 작품도 좋아하고,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소설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공터에서>도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남한산성>이었다. 남한산성은 내가 처음으로 봤던 김훈 작가의 작품인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었다. 이 <남한산성>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반드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이 영화화된 경우에,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성격, 특징이 영화에서 변경되거나, 소설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 상상력으로 채워졌던 부분이 영화에서 미진하게 그려지면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남한산성>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음에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동명 원작, 다른 맛으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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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인 병자호란을 그려낸 영화다. 인조가 청나라 군대를 피해 남한산성에 갇혔다가 항복하고 삼전도의 굴욕을 겪는 과정을 다뤘다.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맛을 살려냈다.

먼저, 김상헌의 비중이 소설보다 영화에서 크게 늘었다. 척화파 대신 김상헌은 주화를 주장하는 최명길과 대립하는 구도를 이루면서 종묘사직을 위한 길이 있음을 역설한다. 최명길이 살기 위해서는 항복 이외에 방법이 없음을 말할 때 김상헌은 왕으로서 오랑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음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영화 모든 부분에서, 척화파 대신 김상헌을 단순한 '꼰대'로 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였다. 김상헌이 단순히 명분만을 말하는 자였다면 실제 역사적 사건 병자호란과 청나라의 중국 통일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답답함만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김상헌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그는 청나라의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사공을 죽일 정도로 결단력이 강하지만, 그의 손녀를 지키기 위해 포탄 속에서도 몸을 던지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영화는 김상헌이 포위당한 상황 속에서도 민생을 살피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의정 김류가 명분을 지키기 위해 사대부의 위신만을 생각할 때, 김상헌은 병사들을 만나 그들의 말을 듣고, 가마니를 주어 눈을 피하게 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이에 대립하는 인물인 최명길 역시 항복을 말하지만 담대한 인물이다. 그는 처음부터 청나라군에 사신으로 향하고, 이후에도 작은 전투 승리를 기뻐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화친을 주장한다. 다른 신하들이 그를 비판하는 말처럼, 그는 오랑캐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최명길은 단순히 나약해서 항복을 주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수많은 청군 사이로 혼자 들어서는 인물이다. 영화는 최명길이 적장 용골대의 위협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용골대가 석궁을 쏘아 그 화살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도 그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왕과 성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고개를 숙일 뿐이다.

영화는 이런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논리와 충절을 말한다. 정치적인 요소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구체성 있게 보여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조는 이들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고통받는 리더로 그려진다. 청나라군은 단순한 악으로 그려지지 않고, 나름의 교묘한 전략을 다루는 이들로 등장한다.

아쉬웠던 점 분명히 있지만

영화에 억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한 신파가 없어서 좋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저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특정 시점에서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어진 장면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영의정 김류가 한심한 인간으로 추락한 점은 아쉽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두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고 영의정이 개그 캐릭터로 변신한 것인데, 황당하고 이기적인 소리만 하는 한심한 인간으로 그려졌다. 영화에 등장한 많은 입체적 인물 사이에서, 단순하고 관객의 실소를 자아내는 멍청한 사람으로 등장한 것이 안타까웠다.

옥에 티인 부분도 있었다. 영화 후반에서 김상헌이 최명길을 만나 김상헌, 최명길 그리고 그들이 옹립한 인조가 없는 세상을 말하는 부분은 김상헌이 하는 말이 아니라 감독이 하는 말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충성을 다한 작품 내 김상헌의 인물상으로 보았을 때 갑작스러운 대사였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호평할 만한 영화였다. 역사적 사실을 담담하게 비추어 사대부들의 사상과 지조를 다룬 점도, 그와는 상관없이 매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했던 백성들의 이야기도 다뤄냈다는 점에서 원작의 이야기를 큰 틀에서 잘 살려냈다고 본다.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영화였다.

남한산성 인조 최명길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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