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의 신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고정 MC들.
MBC every1
젠더 감성 제로'독일 특집'에서의 아쉬움은 '러시아 특집'에서 더욱 커졌다. 사실, 독일 특집의 아쉬움은 어떤 아슬아슬함에서 온 것이었을 뿐, 온전히 비판하기엔 애매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특집으로 출연자들이 바뀌고 드러났던 문제들은, 독일 특집의 아슬아슬함까지 되돌아보게 했다. 러시아 편 초반엔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해서 화제가 됐는데 러시아 '미녀' 스웨틀라나라고 표기됐다. '독일에서 온 다니엘'로, '멕시코 출신의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로 표기된 것과 확연히 다르다.
소개부터 굳이 '미녀'임을 앞세운 건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 스웨틀라나는 '러시아에서 온 학생 스웨틀라나' 정도로 소개됐어도 무리가 없었으니까. 그 어떤 호스트들도 '독일에서 온 미남' '멕시코 출신의 미남 방송인'으로 표기된 적이 없지 않던가. 물론 방송 중 '상남자' 등의 타이틀을 붙이고, 이를 앞세우는 경우가 있긴 하였다. 하지만 예고편이었다. 예고편은 일종의 첫인상인 것이다. 방송의 영역에서 최초의 여성 출연자에게 '미녀'임을 앞세운 것이 과연 젠더적인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또한 '꼼꼼한 친구들'이 간 후에 러시아 출연자들의 여행 양상은 두드러지게 비교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녀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개인적인 차원이다. 하지만 방송의 편집, 자막 등을 거치며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났다.
첫 화 내내, 여성 출연자들의 모든 행동에는 '소녀들의'와 같은 수식어가 붙여졌다. 다른 출연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여자들은~' 의 평을 남겼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여성'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귀결됐다. 멕시코 편이나 독일 편이 국가적인 특징을 내세워 '파티를 한다', '꼼꼼하다, 생각이 깊다' 등 묶였다면 러시아 편은 '소녀들', '여성' 등 신체적 특수성에 맞춰 편집됐다. 예쁜 것을 보러 다니고 싶어 하는 것도 소녀 감성인 것이고, 즐거워하는 것 또한 소녀 감성인 것이다. 다른 행동으로 해석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소녀'로 읽었고, 그들의 행동은 '소녀'인 것으로 편집됐다.
러시아 편이 국가주의적인 생각을 온전히 차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러시아 특집의 마지막 부분도 그러하다. 예고편이 나간 후 화제가 됐던 것은 소주를 물처럼 마시고 자몽 소주를 자몽 주스 같다 이야기하는 출연진들이었다. 러시아는 '보드카의 나라'임이 강조된 것이다. 추운 기후라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는 게 사실이고, 보드카 역시 러시아 술인 건 맞다. '보드카국의 위엄'이라는 자막도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소녀 감성 친구들의 반전 매력'이라는 자막은 비판받을 만하다. 여성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관념이 포함된 표현이었다.
정 여행 스타일의 차이를 정의하고 싶었다면 성별 외의 다른 관점도 있었다. 가령 '젊은 친구들' 같은 식으로 말이다. 세대에 따른 여행 준비와 여행 과정은 충분히 구분될 수 있었으니. 중년의 여행자들이 여행 책자에 의지하고 어린 여행자들이 인터넷에 의존하는 등으로 말이다.
물론 이 또한 모든 개인이 그렇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이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예를 드는 이유는 성별보다는 또 다른 좀 더 보편적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진정한 의미사실 나 또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을 '독일 친구들' 편부터 알게 되었다.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때였다.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의 성공은 출연진들 각자 개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더 역을 맡는 출연진, 역사에 관심이 많고 한식을 좋아하던 출연진, 허당 같은 출연진 등으로 말이다. 그들은 한국을 여행하며 각자 다른 매력을 힘껏 보여줬고 많은 시청자는 이 예능에 '입덕'했다.
여행이라는 포맷에 기댄 이 프로는 잠재성이 크다. 예능의 재미로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방송인의 친구일지라도, 어쨌든 일반인들의 여행이라는 것은 충분히 재밌게 다가올 법하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해당 회의 출연진들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은 비방송인임을 전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니까.
글로벌 시대라는 말은 모두에게 이젠 지겨울 만큼 당연한 용어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이 시대적 흐름에 맞춘 프로라는 점이다. 좀 더 섬세해지면 어떨까. 소위 '타자화' 보다는 각 개인에 집중해보자. 다르지만 다시 보면 같은 존재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아쉬움이 많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이 더욱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출연하여 국적에 의한 타자들의 존재가 방송을 통해 '재미있게' 방영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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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