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가든
유키사다 이사오는 한국에서 폭넓은 인지도를 가진 그리 많지 않은 일본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2001년 작 <고>를 연출해 재능을 인정받았고 2004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20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지만 이렇다 할 성공작은 나오지 않았다.
할리우드에 침식되고 투자·제작 과정에서 창작자의 설 자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일본 영화계의 현실 가운데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젊은 연출자의 재능이 만개하지 못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과거 일본영화 전성시대를 이끈 3대 영화사 도호, 도에이, 쇼치쿠가 투자·제작에 손을 떼고 제작위원회 중심의 방어적 투자만 이뤄지기 시작한 이후 일본 영화콘텐츠의 수준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키사다 이사오와 같은 감독이 있어 일본 영화계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 극장판, 만화를 실사로 제작한 조악한 수준을 넘어 영화 본연의 매력을 살린 작품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고자 했던 그의 도전이 언젠가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듭된 실패로 로망 포르노 장르까지 밀려난 유키사다 이사오의 영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는 일본영화의 오늘이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6일 개봉.
[셋]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티캐스트
규모로 승부하는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로 인기 대열에 오른 배우 샤이아 라보프의 신작이 세 번째 기대작이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는 <피쉬 탱크> <폭풍의 언덕>을 감독하며 젊은 여성 내면의 들끓는 열정과 방황에 주목해온 안드리아 아놀드의 작품이다. 비교적 무명의 여배우와 검증된 남배우의 조합을 즐겨 써온 아놀드에게 라보프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주었음은 분명하다. 샤이아 라보프와 호흡을 맞춘 여성 배우 가운데 상당수는 거리에서 즉석 캐스팅을 통해 기용됐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탈출을 꿈꾸는 열여덟 청춘. 부모의 무관심 속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새아버지에게 성추행까지 당하던 주인공이 우연한 만남을 갖고 가출해 미국을 횡단한다는 이야기로 꿈 없이 방황하는 미국 흙수저 청춘의 단면을 담았다. 제작진은 빈부 격차가 심각하고 청춘에게 이렇다 할 미래가 안 보이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해 영화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제목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그룹 레이디 앤터벨룸의 곡명에서 따왔다.
제6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13일 개봉한다.
[넷] <덩케르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08년 <다크 나이트> 408만 명, 2010년 <인셉션> 582만 명,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639만 명, 2014년 <인터스텔라> 1030만 명, 2017년 <덩케르크>의 성과는?
7월 개봉작 가운데 압도적인 기대를 받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가 20일 개봉한다. 꿈과 우주, 영웅의 이야기를 다뤄온 그가 처음으로 실화 소재를 집어 들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대단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에 이어 세계 최고의 스타 감독 계보를 잇는 놀런의 신작이 또 한 번 영화사에 획을 그을 것이라 믿는 관객이라면 이번 개봉을 놓칠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은 2차대전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덩케르크 철수전이다. 독일군의 공격을 피해 연합군의 병력 33만8000여 명을 영국으로 퇴각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총 열흘 동안 이뤄졌다. 당시 영국 해군은 민간선박까지 끌어모아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날랐고 공군 역시 나흘 동안 29대의 전투기만 잃고 179대를 격추하는 전공을 올렸다. 이 철수로 프랑스는 독일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나 연합군은 반격의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었다.
영화는 해안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을 106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선박 20여 척도 공수해 출연시켰고 혁혁한 전공을 쌓아 영국을 구한 슈퍼 마린 스핏파이어 전투기도 동원했다.
CG 없이 순수한 촬영기술만으로 영상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런이 2차대전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덩케르크 철수전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섯] <송 투 송>
CGV아트하우스
지난해 <라라랜드>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가 된 라이언 고슬링의 신작이다. <라라랜드>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냄새 잘 맡는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라이언 고슬링 외에도 루니 마라,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발 킬머, 베네치오 델 토로, 홀리 헌터 같은 명배우가 두루 출연한다.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아니고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이 같은 드림팀은 거장 테렌스 맬릭의 이름 아래 손쉽게 모였다. 할리우드에서 테렌스 맬릭과 함께 할 기회를 차버릴 만큼 멍청한 배우는 정말이지 많지 않다.
테렌스 맬릭은 1970년대 <황무지> <천국의 나날들>, 단 두 편의 영화로 평단에 충격을 던진 감독으로 1998년 <씬 레드 라인>으로 복귀하기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은퇴에 가까운 생활을 한 기인이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실패했으나 평단의 극찬과 영화사 측의 만류에도 오랫동안 메가폰을 잡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나이가 들어 전격 복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영화 팬들에겐 그저 고마운 일이다.
<송 투 송>이 <라라랜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답이 무엇이든 즐겁게 감상하면 그만이다. 26일 개봉.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공유하기
작가 없는 '블록버스터의 계절' 여름, 추천할 만한 '작가'의 영화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