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을 경매붙여 팔기 위한 파티에서 딘 아미타지(브래들리 휘트포드 분)가 크리스(다니엘 칼루야 분)를 가리키고 있다.
UPI 코리아
장르적으로 보면 <겟 아웃>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영화다. 공포물의 역사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 <호스텔>과 <더 퍼지: 거리의 반란>에서 이미 쓰여 유명해진 설정, 그러니까 주인공이 악당들로부터 유인이나 납치를 당해 인간 시장에서 노예처럼 팔려나가고 부유층의 변태적인 욕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얼개를 그대로 빌려 썼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여자의 부모와 만나 서로의 사랑을 인정받기까지는 1967년 작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고 다른 사람의 내면에 들어가 그의 일상을 바라보는 설정은 1999년 작 <존 말코비치 되기>와 유사하다. 1966년 작 <세컨드> 이후 수도 없이 등장한 바 있는 수술을 통해 새 몸에서 새 삶을 얻는 설정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한 마을의 흠 잡을 데 없는 아내들이 알고 보니 사이보그였다는 <스텝포드 와이프>의 착상 역시 세뇌당한 흑인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겟 아웃>이 이룬 성과는 새로움이 아니라 실재하는 현상을 장르 영화의 틀 안에 적절히 끼워 넣어 관객이 문제를 자각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 감독 조던 필은 크리스와 로즈가 자연스레 키스하는 장면에서 이질감을 느꼈을 관객 대다수의 인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현실사회에 유효한 비판점을 끌어내는 데까지 성공한 듯 보인다. 영화 초반부 차로 사슴을 들이받은 문제로 출동한 백인 경찰이 조수석에 타고 있던 크리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일이나 흑인 경찰들이 흑인 제보자의 의견을 듣고 비웃던 장면 등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엔 제법 의미심장하다.
김빠진 클라이맥스와 안이한 결말에도 영화가 호평을 받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흑인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듯한 백인들의 태도에서 도리어 과거보다 공고한 차별과 구분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버락 오바마가 재선 미국 대통령을 지내고 난 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오늘의 현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와 독재자, 파시스트와 사기꾼이 세계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이를 차별로 악화시키고 얼마 안 되는 이문에 눈을 붉힌다. 편견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질서는 더욱 굳건해지는 가운데 초대받지 못한 손님만 여전히 가시방석이다. 절대 먼 곳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오늘 바로 우리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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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