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시작 전만 해도 양키스 타선의 포커스는 직전 시즌 50경기도 치르기 전에 20홈런을 기록한 포수 게리 산체스와 2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부상을 당해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그렉 버드에 있었다. 이 둘은 메이저리그 팬들과 언론들에 의해 양키스의 '코어4'를 이을 핵심 프랜차이즈 스타 '뉴 코어4'의 일원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팀의 기대만큼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성적도 부진했지만 지금 양키스의 타선뿐만아니라 로스터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찾을 수도 없다. 산체스가 먼저 오른쪽 이두박근 부상으로, 뒤이어 버드가 오른 발목 문제로 인해 10일자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상태다. 팀 전체의 중추인 포수와 파워툴을 가진 1루수를 잃은 상태지만 양키스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마침내 오늘 볼티모어가 보스턴에 패한 틈을 타 토론토를 잡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양키스의 중심에는, '또다른 코어'로 평가받는 우익수 애런 저지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저지도 양키스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유망주였지만, 올시즌 전까지는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실적은 없었다. 지난 시즌 동료 유망주 산체스, 타일러 오스틴과 같이 콜업된 바 있는 저지는 데뷔전에서 오스틴과 함께 백투백 홈런을 쳐내며(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에는 부진했고, 결국 27경기에 나와 .179의 저조한 타율과 84타수 동안 무려 42개의 삼진을 당하며 고전한 끝에 승격 한달만에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산체스가 너무나 센세이셔널했던 것도 있지만, 애초에 본인 자신이 너무 부진했다.
그렇게 맞은 2017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저지는 .333의 맹타를 휘두르고 벨트란이 떠난 우익수 자리를, 힉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차지했다. 개막한 주에는 .133으로 부진했지만, 이내 페이스를 되찾으며 4월 10일(한국시간) 경기 첫 홈런을 쏘아올리고 나서 3일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며칠 홈런이 없다가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출전했던 11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작렬시키는 굉장한 활약을 선보였다. 4월에만 무려 .303 .411 .750 10홈런 20타점을 기록하며 양키스 타선의 중심이 됐고,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유망주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5월 3일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더한 저지는 테임즈와 하퍼를 밀어내고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고, 오늘 4일 경기에서도 홈런을 쳐내며 4월의 무시무시했던 기세를 5월 초에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양키스 또한 저지의 홈런포가 가동되기 전 1승 4패에 머물렀지만,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던 4월 9일 경기부터 오늘까지 16승 5패를 기록했다. 그날 성적은 지구 4위였는데, 이제는 볼티모어와 선두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지의 타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총알처럼 날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 부진한 성적이었지만 평균 타구속도만큼은 최정상급이라는 것을 보여줬던 저지는, 올해 119.4마일짜리 타구를 선보였고, 이 타구는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로 기록된 상태다. 저지는 땅볼 타구속도는 86마일이지만, 뜬공/라인드라이브의 평균타구속도는 무려 102마일에 이른다. 이는 103.4마일을 기록하고 있는 미네소타의 미겔 사노에 이은 올시즌 메이저리그 2위 기록이다. 요즘 타자들의 추세가 더 많은 플라이볼을 생산하려는 쪽인데, 저지는 '엄청난 속도의 플라이볼'을 생산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타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첫 등장은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났지만, 다시 나타난 그는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그에게 기대하는 1차적인 목표는 양키스의 스탠튼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스탠튼에게 부족한 내구성까지 갖춘 팀의 레전드 데이브 윈필드(양키스에서 9시즌 동안 뛰며 연평균 28개의 홈런을 쳐낸 외야수로 양키스 첫해와 마지막해를 제외하고는 매시즌 140경기 이상 출장)가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산체스와 버드에 이은 또하나의 코어 애런 저지. 그의 폭발은 양키스의 플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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