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지난 2013년 말 사회 문제를 한탄한 대학생들의 이 대자보가 확산될 때, 저희는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부패한 권력이 서서히 민낯을 드러내는 그 순간, 강자의 횡포가 심해지고, 약자의 고통이 커지는 그 지점에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공영방송에 몸담은 기자로서 여러분들의 '안녕'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참담함, 부끄러움, 자괴감, 분노, 절망, 두려움에 치를 떨며 보낸 지난 5년.
저희의 자존심이자 존재 이유인 <뉴스데스크>가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 앞에 좀 더 몸을 던져 싸우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먼저 살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MBC는 서울MBC 말고도 16개 지역 계열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끈끈한 네트워크의 힘을 바탕으로 그 어떤 언론사보다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살아있는 뉴스를 전한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갔고, 사드 배치, 신공항 등 지역 현안들 앞에서 무엇보다 지역의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지역MBC는 때론 서울MBC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이라 다르다고 때론 포기했고, 지역 뉴스만이라도 살려보려고 악착같이 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저희는 결국, 다 같은 MBC였습니다.
지역 현장에서 취재한 세월호 뉴스가, 사드를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서울MBC를 통해 제대로 방송되지 못할 때. 살아있는 권력을 과감히 비판하는 뉴스가 비겁한 논리 앞에 부끄럽게 사장될 때. 동물, 날씨, 일회성 사건 뉴스만 찾는 서울MBC 편집자들의 구미에 맞게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MBC 뉴스가 망가지는 것에 화가 나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졌고, 5년을 숨죽여 지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MBC, 엠빙신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지역 촛불집회에서도 서울 광화문 못지않게 저희를 향한 시선은 따가웠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3년 차 막내 기자들이 낸 반성문은 다시 눈물 나게 합니다.
그들의 용기만큼 우리의 싸움은 치열했을까? 막내들의 용기에 저희는 너무나도 부끄럽고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희는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개쓰레기라고 하셔도, 촛불 집회를 기록할 것이고, 세월호를 취재할 것이고, 부정부패를 감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방송될 수 있도록 싸우겠습니다. 여러분의 안녕을 지켜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삭제된 채널 MBC를 다시 여러분의 곁에 다시 찾아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여러분은 손가락질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비난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공영방송 MBC 되찾겠습니다. 저희는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 고맙습니다. 우리도 함께하겠습니다.
- 강원영동MBC, 광주MBC, 대구MBC, 대전MBC, 목포MBC, 부산MBC, 안동MBC, 울산MBC, 원주MBC, 전주MBC, 제주MBC, 경남MBC, 춘천MBC, 여수MBC, 충북MBC, 포항MBC 기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