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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MBC 연기대상 속 '진주'였던 배우, 김의성

[TV리뷰] 나눠 먹기의 전형이었던 2016 MBC 연기대상, 김의성 수상소감만 빛났다

16.12.31 17:22최종업데이트16.12.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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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의 한 장면. 배우 김의성은 '황금연기상'의 후보였다. ⓒ MBC


어떤 배우는 감사한 지인의 이름을 줄줄이 호명하느라 제법 긴 시간을 써버렸고, 어떤 배우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러워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무대를 내려왔다. 어떤 수상 소감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선택이고, 우리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무게 있는 자리에 오른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좀더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배우 김의성이 전달한 메시지의 '힘'은 그래서 강렬했고, 진지했고, 아름다웠다.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100% 확신했던 베스트 커플상을 놓친 아쉬움을 이 상으로 달래도록 하겠습니다."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김의성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수상의 기쁨을 즐기는 따뜻한 미소와 수상자로서의 진지함이 함께 공존했다. '설렘'도 '긴장'도 없었고, 당연히 '감동'도 없었던 지루한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얼굴을 잃어버리기도 했던 그였기에 그 다채로운 표정들이 한결 반가웠다. 현실과 웹툰을 '맥락 있게' 넘나드는 드라마 <W>에서 오성무 역할을 맡아 '맥락을 초월하는' 열연을 펼쳤던 김의성에게 '황금연기상'이라 이름 붙여진 상은 너무 작게 느껴졌다.

최우수연기와 우수연기와 황금연기의 차이는?

'나눠 먹기'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황금연기상', '우수연기상', 최우수연기상'으로 쪼개진 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황금' 연기와 '최우수' 연기 가운데 더 '괜찮은' 연기란 무엇일까. '우수' 연기와 '최우수' 연기의 차이를 '수상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가. 거기에 '연속극부문', '미니시리즈', '특별기획'으로 쪼개고 성별로 나눠진 상에는 '챙겨주기'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 어려웠다. 자화자찬으로 가득 찬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보는 건 씁쓸하기만 했다.

게다가 100%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결정하다니! 만약 '인기'가 대상을 결정하지 않고, '연기'가 대상을 결정했다면, 어쩌면 김의성의 이름이 호명됐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종석의 연기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인기투표'로 전락한 시상식의 권위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포스를 자랑하며, <W>라는 드라마를 성립 가능케 했던 이종석의 '연기'마저 빛이 바래지도록 만들지 않았던가. 답답한 마음은 이쯤에서 갈음하고, 계속해서 김의성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자.

MBC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의성 ⓒ MBC


"제가 마지막으로 MBC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이 1997년이었습니다. 근 20년 만에 다시 MBC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영광인데, 이렇게 상까지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고요. 마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집에,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직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해가 바뀌어 가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집과 직장에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부당한 이유로 집을 떠난 사람들,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자신의 집, 자신의 직장,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새해가 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빌고 싶습니다."

MBC와의 오랜 인연을 언급하는 부분은 일반적인 수상 소감과 다를 바 없었다. 보통 거기에서 끝난다. '영광이다. 감사하다'. 그런데 김의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마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집에,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직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라는 감회를 밝히며, '부당 해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까지 보폭을 넓혔다. 메시지 자체는 '보편적인 내용'을 띠고 있었지만, 그가 발언한 자리가 MBC라는 데서 '의미'는 더욱 또렷해졌다. 우리는 자연스레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 6명의 이름을 떠올리게 됐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진행된 '방송 장악'을 저지하고,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바로잡기 위해 2012년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이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언론인 6명의 이름 말이다. 현재 이들은 해고무효소송 1심과 2심에서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사 파업은 정당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MBC가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며 복직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 타는 기다림이 1년 8개월이나 계속됐고, 지난 9월 이용마 기자는 복막염 진단을 받고 암 투병을 하고 있다.

김의성의 한마디가 주는 '울림'

무릇 김의성의 메시지는 MBC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언론을 장악해 자신들의 '나팔수'로 활용하려 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언론'은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붕괴했고, 이를 묵과하지 않고 저항했던 언론인들은 죄다 쫓겨나야 했다. MBC를 비롯해 KBS, YTN 등에서도 여러 언론인이 여전히 해직 상태에 놓여 있다. '그들'이 사라진 언론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으로 몰락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JTBC의 괄목한 성장과 활약이 반갑긴 하지만, 기존의 언론들이 제 역할을 했다면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이처럼 김의성의 한마디가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컸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의 공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사회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훌륭한 배우이자 멋진 인간이었다.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소신을 밝히는 데 거리낌 없는 용기, 김의성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던 2016년이었다. 물론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했던 배우 김의성의 존재감도 더할 나위 없이 빛났던 2016년이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포스터.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 노동자들이, 거리에 있다. ⓒ ㈜인디플러그



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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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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