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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인생이 품은 길고양이,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한뼘리뷰] 고양이 덕분에 스타 된 홈리스 청년의 감동 실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16.12.30 17:14최종업데이트17.02.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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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한 장면. 상처 입은 남자와 상처 입은 고양이의 만남. 둘은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가 된다. ⓒ (주)누리픽쳐스


헤로인 중독을 치료하며 거리 공연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인디 뮤지션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 분). 변변한 집도 없이 노숙 생활을 하던 그는 사회복지사 벨(조앤 프로갯 분)의 도움으로 지원 주택에 입주해 새 삶을 시작한다. 이런 제임스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제임스는 아예 집에 눌러앉은 고양이에게 '밥'이란 이름을 붙이고 가족처럼 돌본다. 우연히 밥을 데리고 공연에 나선 그는 이전에는 없었던 환호를 받으며 일약 거리의 스타가 되는 한편 이웃에 사는 동물애호가 베티(루타 게드민타스 분)와 가까워지며 행복한 일상을 만끽한다. 그러던 제임스는 헤로인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치료제를 끊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금단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2012년 영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7년 한 남자가 상처 입은 고양이를 발견한 뒤 전 재산을 털어 그를 치료해 준 일을 계기로 인생 역전까지 다다른 실화를 다뤘다.

제임스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다. ⓒ (주)누리픽쳐스


홈리스 마약중독자였던 제임스가 밥을 통해 세상 밖에 나서고 결국 자존감을 회복하는 전개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제 앞가림조차 어려운 제임스가 밥을 돌본 끝에 오히려 밥의 덕을 보게 되는 서사는 인과응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영화적 연출을 통해 그려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실제 마음을 나누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다. 중성화 수술을 하는 밥과 금단 증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감정을 통제하는 제임스의 닮은 처지 또한 묘하게 닮아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이룬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밥이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 '밥'이란 점은 이 작품의 진정성을 더한다. 극 중 밥은(그럴 리는 없겠지만) 감독의 디렉팅을 이해하는 듯 리얼한 '연기'로 제임스와 놀라울 정도의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많은 인파 속을 걷는 제임스의 어깨 위에 가만히 올라앉아 있다거나 행인들이 내민 손에 귀여운 앞발을 올려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의 장면들은 놀라움과 훈훈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다른 동물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다양한 몸짓은 각각의 신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듯 보이고, 밥의 시점 쇼트를 과감하게 사용한 카메라 앵글 덕에 말 없는 고양이는 마치 신이 보낸 천사처럼 느껴진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음악의 힘도 큰 작품이다. ⓒ (주)누리픽쳐스


밥이 영화의 볼거리를 담당한다면, 극 중 제임스는 노래를 통해 귓가를 울리고 마음을 적신다. 인생을 인공위성에 비유한 'Satellite Moments'를 비롯해 버스킹 장면에서 제임스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든 곡은 영화의 서사 속에 그대로 스며든다. 특히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배우 루크 트레더웨이의 노래 실력은 프로 뮤지션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내내 밥을 곁에 둔 채 이어지는 제임스의 서사는 촘촘하고도 폭넓어서 다양한 층위에서 시사점을 남긴다. 과거 오빠를 헤로인 중독으로 잃은 벨이 제임스를 통해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전개, 제임스가 새해를 맞아 자신을 버린 아버지 집에 찾아가는 장면은 공감을 자아내며 아릿하게 가슴을 짓누른다. 버스킹 공연에 이어 잡지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선 제임스가 에세이 출판 제의를 받는 영화 말미는 어떤 성공담 못지않을 만큼 가슴 벅찬 감동을 자아낸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오는 1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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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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