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깃발라시코'에 '수원 더비'까지, 상반기 K리그는 뜨거웠다

[프로축구] 시국만큼 시끄러웠던 한국 축구, 아듀 2016년 (상)

16.12.30 11:10최종업데이트16.12.30 11:19
어느 해보다 시끄러웠던 대한민국처럼 올해 병신년 한국 축구도 다사다난했다. 선수들의 플레이와 감독들의 지략 대결은 팬들을 흥분시켰지만,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답답함은 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팬들의 기쁨과 슬픔. 어떤 감정이든 한국 축구는 이슈로 가득했다. 한국 팬들을 울고 웃게 했던 이슈들을 월별로 한번 알아보자.

[1월] 2016 AFC U-23 챔피언십

병신년 한국 축구의 시작을 밝힌 대회는 2016 AFC U-23 챔피언십이었다. 성인 국가대표 경기도 아니고, 연령별 월드컵도 아닌 이 대회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하나다. 이 챔피언십 대회가 그동안 장시간에 걸쳐 풀리그로 진행되던 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을 대신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전에 치러지던 풀리그 예선방식과 다르게 이번 대회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였다. 단판 승부는 변수가 많아 위험부담이 크기에 올림픽 대표팀을 향한 불안한 시선이 주를 이뤘다. 또한, 황금세대라 불렸던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보다 '골짜기 세대'라 불리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도 불안요소였다.

기우였다. 올림픽 7회 연속 진출을 이뤄낸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힘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문창진·권창훈·황희찬 중심의 공격진은 생각보다 강력했고, 가뿐히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8강에서 요르단에 고전했고, 준결승서도 접전 끝에 카타르를 꺾으면서 어렵게 올림픽 연속진출 기록을 이어갔지만, 상대를 뒤흔드는 공격력과 선수들의 결정력은 칭찬을 받았다. 물론 그 칭찬은 한일전으로 치러졌던 결승전 후반 20분까지였다.

결승전은 주포 황희찬의 결장 속에서도 권창훈과 진성욱의 연속 골로 2점 차 리드를 잡으면서 일본을 압도했다. 그러던 와중 후반 22분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데 이어 1분 뒤 곧바로 야지마 신지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중앙 수비수의 치명적인 실수로 역전 결승 골을 내주면서 허망하게 역전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결승전 패배로 심한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역전패의 주범으로 몰렸던 연제민은 이 경기 이후 대표팀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그와 짝을 이뤘던 송주훈마저 부상으로 올림픽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를 이끌었던 송주훈-연제민 중앙 수비 조합은 아쉽게 도전을 마감했다.

[2월] 폭발하는 FC 서울

국가대표 경기가 없고 K리그 클래식 또한 개막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이슈는 한정적이었다. 이적 시장 또한 대형영입들은 2015년 말부터 시작해서 2016년 1월에 대부분 마무리되었기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K리그 개막 이전 축구에 목말라 하던 축구 팬들의 갈증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아래 ACL)가 먼저 개막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중에서도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은 축구 팬들의 겨우내 기다림을 단번에 해소해 주었다.

태국 부리람과의 ACL 1차전 원정에서는 아드리아노가 4골을 성공시키면서 0-6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이라이트는 삼일절에 펼쳐진 2015 J리그 챔피언 히로시마와의 홈경기였다. 아드리아노는 한국에서의 삼일절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무서운 집중력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서울은 경기 내내 히로시마를 압도하며 4-1의 완파 했다.

2015 시즌에 빈약한 득점력으로 '이진법 축구'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서울의 반전은 팬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아데박 트리오 중 박주영이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미 공격력은 활화산이었다. 주세종과 신진호의 가세로 두꺼워진 중원도 완벽하게 작동하면서 공격에 기름을 끼얹었다. 서울이 ACL 우승을 꿈꾸기에 완벽한 2월이었다.

[3월] '깃발라시코'와 대표팀의 대기록

파이팅 외치는 '깃발 더비' 두 시장들 지난 3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경기 시작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이팅 외치는 '깃발 더비' 두 시장들지난 3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경기 시작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3월 K리그 개막과 함께 뜻밖에 이슈를 주도한 클럽은 수원FC였다. 승격 팀이 이슈를 주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예상보다 탄탄한 수원FC의 경기력보다 수원FC를 주목하게 만든 건 이재명 성남시장과 엄태영 수원시장이 만들어낸 '깃발라시코' 덕이었다.

두 팀의 구단주인 양 시장의 제안으로 경기에 승리한 팀이 상대 홈구장에 팀의 깃발을 꽂는 K리그의 신개념 더비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스토리가 부족한 K리그에게 '깃발라시코'는 훌륭한 콘텐츠가 되었다. K리그 최다우승팀인 성남FC와 승격 팀인 수원FC의 대결이란 점도 흥미를 부추겼다. 1-1 무승부로 끝나 다음 경기로 첫 깃발 꽂기가 미뤄진 점도 K리그 팬들을 기대케 했다.

한편 일찌감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 지었던 슈틸리케호는 레바논을 홈으로 불러들여 1-0 승리를 거두면서 완벽한 무실점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기성용의 여전한 영향력과 국가대표에서 빛나는 이정협의 결정력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어 펼쳐진 태국과의 친선경기에서도 승리하면서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다만 두 수 아래의 팀에게 거둔 연승행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할 정도로 대표팀의 3월의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4월] '빈즈엉 참사'와 곽희주 퇴장 논란

꽃피는 4월은 이번 시즌 김신욱, 이종호, 로페즈 등을 영입하면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던 전북 현대의 패배가 이슈였다. ACL 4차전 빈즈엉과의 경기를 위해 베트남 원정길에 오른 전북은 3-2 역전패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4차전까지 전북은 승점 6점밖에 챙기지 못했기에 우승은커녕 16강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ACL은 물론이고 리그에서도 불안한 경기력이 지속하면서 전북의 불안감은 더해졌다. 특히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들이 로페즈를 제외하고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전북의 불안감을 깊어지게 했다.

4월의 시작이 빈즈엉 참사였다면 4월의 마지막은 슈퍼매치에서 나온 '곽희주 퇴장 논란'이다. 올 시즌 빅버드에서 펼쳐진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 1-1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서던 후반 36분에 사건이 터졌다. 후반 막판 투입된 곽희주가 수원의 뒷공간을 매섭게 파고드는 아드리아노를 공과 상관없이 고의로 잡아당겼다. 문제는 심판의 손에 빨간 카드가 아닌 노란 카드가 들려있었다는 점이다. 명백한 득점 기회 방해로 다이렉트 퇴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슈퍼매치의 부담감 때문이지 심판의 선택은 옐로우 카드였다.

곽희주는 개인 통산 300경기 출전 경기를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었을지 몰라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를 주관했던 김상우 주심을 조롱하는 영상은 K리그 팬을 비롯해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퍼지면서 K리그 심판의 권위는 또 한 번 추락했다. K리그 최고의 흥행상품인 슈퍼매치에도 흠이 갔던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전북의 심판매수 의혹과 첫 '수원 더비'

심판의 경기 내 판정으로 논란이 생겼던 4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판 관련 사건이 5월에 터졌다. K리그의 리딩클럽인 전북의 스카우터의 심판매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선수들의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과 경남 FC의 심판매수 사건으로 추락할 만큼 추락한 K리그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2009년부터 사실상 K리그를 독보적으로 이끌어왔고, 지역사회와의 성공적인 연계로 K리그 클럽의 미래를 선도하는 클럽의 악행은 실망을 넘어 팬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매수 의혹에 더불어 전북의 공식 입장 또한 팬들의 분노를 가중했다. 엄연히 구단의 구성원인 스카우터가 벌인 일임에도 '개인의 일탈'이란 해명으로 사건의 후폭풍에서 도망가려는 전북의 행동은 그들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킬 뿐이었다. 지난 10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전북의 명예가 한순간에 걸레짝이 되는 순간이었다.

전북의 심판매수 의혹이 있었지만, 5월은 '수원 더비'로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동안 진정한 의미의 더비경기가 없었던 K리그에 최초로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끼리의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유럽에서나 보던 진짜 더비경기를 향한 관심은 시즌 개막 전부터 충분했고, 기대에 걸맞게 '수원 더비'는 특별했다.

경기 전 도보로 수원 종합운동장으로 향한 수원 블루윙즈의 서포터즈들과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원FC의 팬들은 환상적인 경기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승부 또한 접전 끝에 수원 블루윙즈가 승리를 가까스로 챙기면서 흥미를 자아냈다. 경기 전 관심부터 경기 당일 퍼포먼스까지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여줬던 역사적인 5월의 승부였다.

[6월] 슈틸리케호의 유럽 2연전

 지난 6월 2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대 스페인의 친선경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량 실점이 이어지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6월 2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대 스페인의 친선경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량 실점이 이어지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은 슈틸리케호의 무실점 무패 행진이 검증을 받는 시기였다.

두 수 아래의 팀을 거둔 승리는 의미 없다는 주장과 그래도 대기록을 세운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믿을 만 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던 시점이다. 스파링 상대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에 안성맞춤이었다. 상대는 바로 세계축구의 최강자 중 하나인 스페인과 동유럽의 전통적 강호 체코였다.

스페인과의 경기는 참혹했다. 스페인과의 경기였지만, 그동안 해왔던 대로 슈틸리케의 선택은 점유와 압박이었다. 전반 초중반까지는 스페인의 공격에 침착히 대응하면서 간간히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어 기대를 하게 했다. 그 기대감은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의 환상적인 프리킥부터 급격하게 무너졌다. 특히 선발로 나선 수문장 김진현이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자멸했다. 그동안 대기록에 가려져 있던 대표팀의 민낯이 세계최강 스페인에 의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과의 경기는 참혹했지만, 체코와의 경기에서는 희망을 보았다. 국가대표에서 한동안 자리가 없었던 윤빛가람이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체흐를 뚫어냈고, 석현준의 강력한 슈팅으로 터진 추가 골은 최전방 공격수 문제로 골머리를 안고 있던 슈틸리케를 미소 짓게 했다. 그동안 수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정성룡도 안정적인 수비로 2-1 승리를 도왔다. 한계점과 희망을 동시에 본 6월의 유럽 원정길이었다.

다음 기사: 전설의 은퇴부터 리우의 눈물까지... 가라앉았던 하반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국축구 결산 축구
댓글

청춘스포츠 기자단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