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속 재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필라멘트 픽쳐스
<여교사> 속 재하의 의미는 14년 전 <로망스>에서 김하늘을 울린 관우(김재원 분)보다 훨씬 복잡 미묘하다. 영화 초반부 재하는 효주에게 있어 관심 밖의 문제아였다가 혜영을 '물 먹일' 도구가 되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꿈과 사랑을 담아낼 그릇이 된다. 혜영을 향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효주가 재하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 드는 태도는 '치정'의 탈을 쓴 채 여러 갈래로 드러난다. 무용 콩쿠르에 나가는 재하를 위해 사비까지 써가며 학원을 등록하고 매번 차로 그를 '모시는' 효주는 이상적인 교사이자 헌신적 반려자로까지 읽힌다. 자신에게도, 10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서도 통 볼 수 없던 '밝은 미래'를 재하에게서 발견한 효주. 그에게 있어 둘 사이의 관계는 한때의 불장난 그 이상이다.
재하와 일탈적 관계를 이어가는 효주의 내면에 사회 시스템 속 약자의 무력감이 깔린 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효주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그를 둘러싼 학교 권력을 통해 보이는 장면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효주에게 "계약직이니까"라며 부당한 처우를 일삼는 학교, 그리고 "정교사도 아닌 주제에"라고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학생까지. 관객마저 분노케 하는 영화 속 폭력은 혜영에 대한 효주의 비뚤어진 심리를 차가울지언정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렇게 모든 걸 가진 혜영에게서 유일하게나마 재하를 '빼앗는' 효주의 모습은 일정 부분 연민을 자아내기에 이른다.
▲<여교사>의 이야기는 '계급'의 문제를 드러낸다.
필라멘트 픽쳐스
결국 <여교사>는 계급 관계를 무너뜨리면서 역설적으로 계급 사회의 굳건함을 조명한다.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삼각관계는 성인과 청소년, 교사와 학생, 정규직과 비정규직, 금수저와 흙수저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으로 얽혀 위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 재하를 꿈꾸고 욕망하던 효주가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는 마지막 선택은 이러한 위계 속 인간성의 실종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는 효주에게 주어질 사회적 금기나 도덕성 따위의 잣대를 차라리 부차적인 것으로 만든다. 적어도 하나쯤은 원하는 걸 갖고 싶다는 바람. 이건 이 시대 모든 약자의 바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오는 1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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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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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 속 깊숙히 자리한 계약직 여교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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